“강의를 해야 했는데 발음이 안 돼 대타를 구할 수밖에 없었어요. 얼굴 근육이 안 움직일 뿐인데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전부 잃어버린 것 같았죠.”
안면신경마비는 마비가 발생한 쪽 얼굴이 덜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는 질환이다. 표정을 지으려고 하면 얼굴이 일그러지거나 한쪽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흔히 ‘한 달이면 낫는다’, ‘침 맞으면 좋아진다’는 식으로 가볍게 여겨지지만, 정작 발병 당사자들은 표정이 무너지는 순간 찾아오는 공포, 심리적 고립감, 치료받을 곳을 찾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딘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김진 교수와 그에게 치료 받는 안면신경마비 환자 네 명을 만나 얘기 나눠봤다.
◇대부분 저절로 낫지만… 30%는 후유증 평생 지속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안면신경마비 환자는 2014년 6만9226명에서 2024년 9만7941명으로 10년 동안 41%가량 증가했다. 해마다 약 10만 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어떤 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 몰라 헤매는 경우가 많다.
안면신경마비의 주 진료과는 이비인후과다. 가장 흔한 원인이 귀 주변(측두골·중이)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진조차 이 질환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30대 남성 환자 A씨는 “처음 증상이 생겨 방문한 내과에서 정형외과에 가보라는 권고를 들었다”며 “두려운 마음에 찾아간 응급실에서는 항바이러스제만 처방받았는데, 그게 잘못된 조치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안면신경마비는 증상 발생 후 3일 이내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면 회복률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초기에 조치를 못 받아도 환자 70%는 자연 회복한다. 이 때문에 ‘가만히 놔둬도 낫는 병’이라는 오해가 생겼다. 문제는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 나머지 30%다. 이들은 얼굴이 한 덩어리처럼 움직이는 ‘연합운동’, 미소를 지을 때 입가가 올라가지 않는 ‘안면구축’ 등 후유증을 겪는다. 웃는 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해지며 자존감과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심한 경우 안면신경을 차단하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김진 교수는 “초기 스테로이드 치료가 후유증을 막는 데 가장 중요하지만, 생명에 위협이 없다는 이유로 경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안면신경마비는 마비가 발생한 쪽 얼굴이 덜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는 질환이다. 표정을 지으려고 하면 얼굴이 일그러지거나 한쪽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흔히 ‘한 달이면 낫는다’, ‘침 맞으면 좋아진다’는 식으로 가볍게 여겨지지만, 정작 발병 당사자들은 표정이 무너지는 순간 찾아오는 공포, 심리적 고립감, 치료받을 곳을 찾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딘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김진 교수와 그에게 치료 받는 안면신경마비 환자 네 명을 만나 얘기 나눠봤다.
◇대부분 저절로 낫지만… 30%는 후유증 평생 지속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안면신경마비 환자는 2014년 6만9226명에서 2024년 9만7941명으로 10년 동안 41%가량 증가했다. 해마다 약 10만 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어떤 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 몰라 헤매는 경우가 많다.
안면신경마비의 주 진료과는 이비인후과다. 가장 흔한 원인이 귀 주변(측두골·중이)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진조차 이 질환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30대 남성 환자 A씨는 “처음 증상이 생겨 방문한 내과에서 정형외과에 가보라는 권고를 들었다”며 “두려운 마음에 찾아간 응급실에서는 항바이러스제만 처방받았는데, 그게 잘못된 조치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안면신경마비는 증상 발생 후 3일 이내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면 회복률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초기에 조치를 못 받아도 환자 70%는 자연 회복한다. 이 때문에 ‘가만히 놔둬도 낫는 병’이라는 오해가 생겼다. 문제는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 나머지 30%다. 이들은 얼굴이 한 덩어리처럼 움직이는 ‘연합운동’, 미소를 지을 때 입가가 올라가지 않는 ‘안면구축’ 등 후유증을 겪는다. 웃는 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해지며 자존감과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심한 경우 안면신경을 차단하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김진 교수는 “초기 스테로이드 치료가 후유증을 막는 데 가장 중요하지만, 생명에 위협이 없다는 이유로 경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표정이 멈추니 일상도 멈췄다”
초기에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후유증을 겪는 환자들은 외로움과 고립감을 가장 먼저 호소한다. 30대 남성 환자 B씨는 지금까지 안면신경마비를 다섯 번 겪었다. 첫 번째는 10살 때였다. 오른쪽 얼굴이 뻣뻣해지고 입 주변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의 부모는 ‘침 맞으면 낫는다’는 말을 듣고 그를 한의원으로 데려갔다. 한 달쯤 지나자 증상은 자연스럽게 회복됐다. 두 번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세 번째는 대학교 2학년 때였다. 그때마다 그는 칩거에 들었다.
B씨는 “사람 많은 걸 좋아하는 소위 ‘인싸’ 스타일인데도, 발병하면 대인 기피가 생겨 연락을 끊고 은둔하게 된다”며 “회복에만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반복되다 보니 이 질환이 참 외로운 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30대 여성 환자 C씨는 박사 과정 중이던 2021년 안면신경마비가 찾아왔다. 평소처럼 컴퓨터 앞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던 그는 어느 순간 눈이 아파 모니터를 10초도 바라보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어 얼굴 전체가 한 덩어리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의도 병행하고 있었는데, ‘비읍’과 ‘피읖’ 발음이 잘되지 않아 수업을 이어가기 어려웠다. C씨는 “동료에게 대타를 부탁해 강의를 마치긴 했지만, 얼굴 근육이 조금 안 움직인다는 이유로 사회적 역할을 단숨에 잃은 기분이었다”며 “우울증과 공황 증상이 찾아왔는데 임상심리사 친구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진 교수는 “환자들과 대화를 해보면 우울감을 호소하는 건 기본이고, 많은 환자가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체계 안에서 심리 상담을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끼리 단톡방 만들고 ‘집단 지성’ 형성
환자들은 정보 부족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현재 800명이 활동하는 안면신경마비 환자 카카오톡 단톡방이 대표적이다. 방을 만든 것은 B씨였다. 발병 후 불안감 속에 인터넷 카페를 검색하다가 몇몇 환자들과 댓글을 주고받으며 “우리끼리라도 공유해보자”는 제안이 나왔고, 그렇게 5명에서 시작된 방이 지금은 800명으로 늘었다.
단톡방에는 상식 자료, 치료 정보, 초기 대응법, 병원 방문 체크리스트 등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의료법 문제를 피하기 위해 병원 추천은 하지 않지만, 환자들의 경험이 모이며 자연스럽게 ‘안면신경마비 대응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서적 지지’다. 새로 들어오는 환자들은 자신의 표정이 영구적으로 굳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절박한 상태로 도움을 요청한다. 응급실로 들어가는 ‘편법’까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선배 환자의 경험담과 조언을 통해 점차 안정을 찾는다. 환자가 늘면서 초기 환자용 방, 시술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방 등으로 세분화돼 운영 중이다.
후유증을 겪는 환자들은 정부 차원의 정보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A씨는 “SNS나 블로그에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너무 많아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환자가 계속 생긴다”며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허위 정보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안면신경마비 후유증 치료가 대부분 보험에서 ‘미용 목적’으로 분류되는 것에 큰 어려움을 느낀다. B씨는 “안면신경 후유증 때문에 웃을 때 얼굴이 뒤틀려 밖에도 못 나가는데, 이를 미용이라고 정의하니 억울함이 크다”고 말했다.
초기에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후유증을 겪는 환자들은 외로움과 고립감을 가장 먼저 호소한다. 30대 남성 환자 B씨는 지금까지 안면신경마비를 다섯 번 겪었다. 첫 번째는 10살 때였다. 오른쪽 얼굴이 뻣뻣해지고 입 주변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의 부모는 ‘침 맞으면 낫는다’는 말을 듣고 그를 한의원으로 데려갔다. 한 달쯤 지나자 증상은 자연스럽게 회복됐다. 두 번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세 번째는 대학교 2학년 때였다. 그때마다 그는 칩거에 들었다.
B씨는 “사람 많은 걸 좋아하는 소위 ‘인싸’ 스타일인데도, 발병하면 대인 기피가 생겨 연락을 끊고 은둔하게 된다”며 “회복에만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반복되다 보니 이 질환이 참 외로운 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30대 여성 환자 C씨는 박사 과정 중이던 2021년 안면신경마비가 찾아왔다. 평소처럼 컴퓨터 앞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던 그는 어느 순간 눈이 아파 모니터를 10초도 바라보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어 얼굴 전체가 한 덩어리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의도 병행하고 있었는데, ‘비읍’과 ‘피읖’ 발음이 잘되지 않아 수업을 이어가기 어려웠다. C씨는 “동료에게 대타를 부탁해 강의를 마치긴 했지만, 얼굴 근육이 조금 안 움직인다는 이유로 사회적 역할을 단숨에 잃은 기분이었다”며 “우울증과 공황 증상이 찾아왔는데 임상심리사 친구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진 교수는 “환자들과 대화를 해보면 우울감을 호소하는 건 기본이고, 많은 환자가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체계 안에서 심리 상담을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끼리 단톡방 만들고 ‘집단 지성’ 형성
환자들은 정보 부족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현재 800명이 활동하는 안면신경마비 환자 카카오톡 단톡방이 대표적이다. 방을 만든 것은 B씨였다. 발병 후 불안감 속에 인터넷 카페를 검색하다가 몇몇 환자들과 댓글을 주고받으며 “우리끼리라도 공유해보자”는 제안이 나왔고, 그렇게 5명에서 시작된 방이 지금은 800명으로 늘었다.
단톡방에는 상식 자료, 치료 정보, 초기 대응법, 병원 방문 체크리스트 등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의료법 문제를 피하기 위해 병원 추천은 하지 않지만, 환자들의 경험이 모이며 자연스럽게 ‘안면신경마비 대응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서적 지지’다. 새로 들어오는 환자들은 자신의 표정이 영구적으로 굳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절박한 상태로 도움을 요청한다. 응급실로 들어가는 ‘편법’까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선배 환자의 경험담과 조언을 통해 점차 안정을 찾는다. 환자가 늘면서 초기 환자용 방, 시술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방 등으로 세분화돼 운영 중이다.
후유증을 겪는 환자들은 정부 차원의 정보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A씨는 “SNS나 블로그에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너무 많아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환자가 계속 생긴다”며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허위 정보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안면신경마비 후유증 치료가 대부분 보험에서 ‘미용 목적’으로 분류되는 것에 큰 어려움을 느낀다. B씨는 “안면신경 후유증 때문에 웃을 때 얼굴이 뒤틀려 밖에도 못 나가는데, 이를 미용이라고 정의하니 억울함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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