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머크 바벤시오 기자간담회
항암치료 후 암이 나빠지지 않은 환자에게 유지 치료로 쓰이는 면역항암제가 4기 방광암 환자들의 치료 성과를 높이고 있다는 의료진의 목소리가 나왔다. 기존 항암치료만으로는 독성으로 인해 3개월 이상 치료를 진행하기 어려웠지만, 면역항암제는 장기간 투여가 가능해 환자의 생존 기간 연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화학요법, 효과 높지만 독성 커… 3개월 이상 사용 어려워"
한국머크 헬스케어는 21일 서울 강남구 한국머크 본사에서 면역항암제 바벤시오 미디어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바벤시오는 요로상피암(방광암의 90%를 차지하는 암) 치료제로 쓰이는 면역항암제다. 국내에서는 2021년 8월 허가를 획득했고, 2023년 7월부터 항암치료 이후 암이 나빠지지 않은 환자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의료진에 따르면, 바벤시오는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돼 수술을 받기 어려운 4기 환자들의 치료 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난 50여년간 4기 요로상피암의 1차 치료에는 세포독성항암제 두 가지(젬시타빈+시스플라틴·카보플라틴 중 한 가지)를 병용하는 '화학요법'을 써 왔다.
이는 구토 부작용으로 인해 거부감이 큼에도, 이를 능가하는 효능을 입증한 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화학요법을 받는 환자 10명 중 5명은 암이 개선됐으며, 3명은 적어도 나빠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임핀지·키트루다·티쎈트릭 등 면역항암제의 효능을 평가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세포독성항암제로 치료받은 환자의 80%는 질병이 나빠지지 않았다.
다만, 화학요법은 약물의 독성으로 인해 환자들이 치료를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보통 치료를 시작한 지 약 3개월이 지나면 기운이 빠져 항암치료를 더 받지 못하며, 투약을 중단한 후 3개월 뒤 다시 검사해 보면 전체 환자의 절반은 암이 다시 나빠진다.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김인호 교수는 "화학요법을 받는 환자에게 암이 좋아져서 다행이라고 격려해도, 치료 시작 후 3개월이 지나면 더 이상 치료를 받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에는 약의 독성으로 인해 오래 투여하기 어렵다 보니 투약을 쉬면서 향후 경과를 관찰해 왔다"고 말했다.
◇"항암치료 이후 유지 치료로 효과 유지… 2차 치료는 ADC"
바벤시오는 임상 3상 시험 'JAVELIN Bladder 100'에서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연구에서 환자가 치료를 시작한 후 사망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의 중앙값)이 약 30개월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일본·포르투갈 등 여러 국가의 실사용 근거 데이터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투약을 중단해야 하는 중증 부작용을 겪은 비율은 9.6%였으며, 2년 이상 투여한 환자군의 경우에도 해당 비율이 11.6%로 집계됐다.
단, 이날 김 교수가 밝힌 실사용 근거 데이터에 국내 결과는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의 허가가 다른 나라보다 늦어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서다. 다만 국내 실사용 근거 데이터도 곧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한국머크 의학부 최창순 이사는 "최근 약 280명의 아시아태평양 환자 실사용 데이터를 수집했고, 그 중 207명이 한국인이었다"며 "확정은 아니지만, 내년 12월 전후로 국내 환자들의 실사용 근거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4기 요로상피암 환자들은 약 2~3개월 간의 항암치료에 치료 효과가 나타나면, 4~10주간 투약을 중단한 뒤 바벤시오로 유지 치료를 받아 항암치료의 효과를 유지하고 있다. 이후 2차 치료가 필요할 경우에는 항체-약물접합체(ADC) '파드셉'을 사용한다.
김인호 교수는 "바벤시오 유지요법은 후속 치료를 좀 더 잘 받을 수 있는 환자 여건을 만들어 주다 보니 생존 기간 연장에 도움이 되는 선택지다"며 "화학요법만 잘 넘기고 환자가 좋아진다면, 그 뒤로 바벤시오로 편안하게 유지하는 방법이 현재 가장 중요한 치료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급여는 2년으로 제한… "치료 유지하기도"
우리나라에서는 허가 임상시험 데이터를 근거로 바벤시오를 포함한 모든 면역항암제의 급여 인정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바벤시오의 급여 약가는 한 달에 약 25만원(60kg 성인 기준)이지만, 2년이 지나서도 비급여로 유지 치료를 이어갈 경우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월 비용은 약 510만원까지 치솟는다.
그럼에도 비급여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유지 치료를 이어가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의료진의 의견이다. 김인호 교수는 "2년은 급여 인정 기간일 뿐, 학계의 권고 사항과는 무관하다"며 "2년이 지나면 비급여로 사용해야 하지만, 임상에서 만나는 환자들 중 상당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치료를 계속 받겠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