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건강과 면역, '마이크로바이옴'에 달렸다… 고함량·장 도달률 따져야

'장 건강을 위한 유산균'은 이제 상식이 됐다. 하루 캡슐 한 알이나 요거트 한 병처럼 손쉽게 섭취할 수 있는 유산균은 건강 관리의 기본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유산균의 진화는 끝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단순한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를 넘어, 과학적 데이터와 기술이 결합된 '마이크로바이옴 솔루션'이 부상하고 있다. 유산균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중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서식하는 모든 미생물과 그 유전체를 뜻한다. 그중에서도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약 100조 개 이상의 미생물로 구성돼 있으며, 단순히 음식을 소화시키는 기능을 넘어 면역 조절, 영양소 흡수, 염증 반응 억제 등 전신 건강에 영향을 준다. 연구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과 균형이 무너질 경우 유해균 증식, 장 점막 손상, 만성 염증 등이 발생해 각종 질환 위험이 커진다. 이러한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응용 기술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장 건강뿐 아니라 면역에도 관여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서 특히 부각되는 분야는 염증성장질환과 조기 면역 노화다. 염증성장질환은 장 점막에 만성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이 대표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염증성장질환 환자는 2019년 대비 2023년에 30% 이상 증가했다. CJ웰케어 마이크로바이옴 R&D 센터 연구원은 "서구화된 식습관, 수면 부족, 스트레스, 미세플라스틱 노출 등 현대인의 생활 습관이 장내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이로 인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유익균이 줄고 병원성 세균이 늘어나면서 면역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결국 면역 붕괴를 촉진한다"고 말했다. 이는 만성 피로, 반복 감염, 자가면역질환, 피부 트러블,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계 질환으로까지 이어진다.

조기 면역 노화 역시 주목해야 할 문제다. 나이가 들수록 면역력이 약화되는데, 불규칙한 생활습관은 이 속도를 앞당긴다. 최근 연구에서는 염증성장질환 환자의 약 30%가 비만 상태로, 10년 전보다 2.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면역 조절 실패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균형 유지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R&D 센터 연구원은 "생활 습관 개선이 중요하며, 채소·과일·통곡물·콩류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이섬유는 유익균의 먹이가 돼 장내 환경을 개선한다. 김치·된장·요구르트 같은 발효식품 역시 유익균 보충에 효과적이다. 하루 1.5~2L의 충분한 수분 섭취, 규칙적인 수면, 가벼운 운동과 스트레스 완화 활동도 필수다. 바쁜 일상으로 이런 관리가 어렵다면, 꾸준한 유산균 섭취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가공식품, 고지방·고당분 식품, 트랜스지방은 유해균 증식을 촉진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고함량 유산균'의 부상… 핵심은 장 도달률

유산균 선택 기준도 변하고 있다.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는 '고함량 유산균'이 주목 받고 있다. 일반 유산균의 장내 도달률은 평균 4%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려면 한 번에 충분한 양을 섭취해야 한다. 100억~1조 CFU의 유익균을 담은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는 이유다.

고함량 유산균은 장내 미생물 균형 회복, 면역력 증진, 체중·체지방 감소 등 다양한 효과가 임상연구로 확인됐다. 과민성대장증후군, 궤양성대장염 등 위장관 질환 개선과 감염 예방에도 활용된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고함량 유산균 제품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특히 한국은 냉장 유제품 중심의 유산균 섭취에서 벗어나, 기능성과 섭취 편의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실온 보관 유산균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CJ웰케어 관계자는 "유산균은 기능성·안전성·생존력·안정성·고함량을 고루 갖춘 제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장·피부 등 이중 기능성이 검증된 '듀얼 기능성 유산균'은 전신 건강 개선에 더 큰 시너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웰케어,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으로 도약

CJ웰케어는 올해 '마이크로바이옴 R&D 센터'를 확장 출범하며 본격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시대에 앞장서고 있다. 20여 년간의 연구 경험과 데이터 자산을 기반으로, 석박사급 연구진 11명이 유산균 균주 발굴부터 배양·제형화·생산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박홍욱 센터장은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 붕괴로 인한 건강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과학적 근거 기반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장-뇌 축'과 '장-피부 축' 등 장내 환경 변화가 신경계·피부 등 몸 전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이를 기능성 유산균 개발로 연결한다. AI 분석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별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상태를 분석하고, 맞춤 균주를 제공하는 솔루션도 준비 중이다.

CJ웰케어의 대표 성과 중 하나는 김치에서 발견한 'CJLP133'이다.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 개별 인정을 받은 김치 유래 유산균으로, 8년 연구 끝에 세계 특허를 획득했다. 내산성과 장 생존율이 높아 한국인의 장 환경에 최적화됐으며, 국제 학술지에도 기능성이 보고됐다. 이외에도 CJLP243, CJLP55 등 핵심 3종 균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원료의 안전성과 품질 일관성을 자체 생산설비로 관리한다. 현재 보유 균주는 1급 유산균과 일반 균주를 합쳐 2000여 주에 이른다. 실온에서도 생존 가능한 고함량 유산균 기술을 확보해 현대인의 일상에 적합한 제품을 구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