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0월 이모(대구광역시·35)씨는 미성숙한 림프구가 과도하게 발생하는 혈액암인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ALL)을 진단받았다. 항암 치료로 나아지기 어려워, 2015년 4월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았다. 하지만 큰 후유증이 뒤따랐다. 합병증으로 양쪽 눈에서 거대세포바이러스가 발견됐다. 거대세포바이러스는 헤르페스과 바이러스로 면역이 떨어졌을 때 감염되기 쉽다. 수술을 했지만 결국 한 쪽 시력을 잃었다. 이후 양쪽 무릎과 고관절도 이식 합병증으로 괴사가 진행돼, 여전히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은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과 같은 혈액 세포의 조상 세포인 ‘조혈모 세포’를 건강한 사람의 골수·제대혈 등에서 뽑아내, 환자에게 이식하는 치료법이다. 건강하지 않은 혈액을 제거하고, 건강한 세포로 이식해 넣는 치료다보니 난치병을 ‘완치’할 수 있는 꿈의 치료법처럼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이식 후의 삶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최근 한국혈액암협회가 동종조혈모세포이식 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약 60%가 “이식 후에 삶이 이식 전보다 더 힘들어졌다”고 답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닌 환자들… “사회 복귀 어렵고, 피로 극심”
한국혈액암협회는 ALL과 급성 골수 백혈병(AML) 환자와 보호자 2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지난 7월 발표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4.7%)이 이식 후 2년이 지난 환자였고, 3~5년이 된 환자도 포함됐다. '삶의 질' 분야에서는 21.3%가 '매우 나빠졌다', 32.9%가 '약간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이식 후 사회 생활로 복귀하는 데 걸린 시간을 묻는 질문에서는 44.5%가 '복귀하지 않음'이라고 답했다.
고통을 가중한 구체적인 증상으로는 ▲피로감·전신 무력감(74.8%) ▲발진 피부 문제(62.6%) ▲체중 변화(53.5%) ▲구역·구토(45.8%) ▲탈모(43.9%) ▲불임·성기능 장애(41.9%) 등이 꼽혔다. 한국혈액암협회 박정숙 국장은 "이식 경험자 세 명 중 한 명이 1년 이상 지속되는 피로감과 전신 무력감을 가장 큰 고통으로 꼽았다"며 "환자에게는 이식이 완치를 위한 치료였지만 실제 치료 후엔 끝나지 않는 투병이라는 인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설문조사 답변자 중 약 24%는 질환 재발을 경험했고, 이 중 43%는 재이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비 부담 또한 상당하다. 약 40%가 치료비로 3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고 답했고, 63%의 환자가 치료비 부담과 관련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했다.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은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과 같은 혈액 세포의 조상 세포인 ‘조혈모 세포’를 건강한 사람의 골수·제대혈 등에서 뽑아내, 환자에게 이식하는 치료법이다. 건강하지 않은 혈액을 제거하고, 건강한 세포로 이식해 넣는 치료다보니 난치병을 ‘완치’할 수 있는 꿈의 치료법처럼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이식 후의 삶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최근 한국혈액암협회가 동종조혈모세포이식 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약 60%가 “이식 후에 삶이 이식 전보다 더 힘들어졌다”고 답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닌 환자들… “사회 복귀 어렵고, 피로 극심”
한국혈액암협회는 ALL과 급성 골수 백혈병(AML) 환자와 보호자 2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지난 7월 발표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4.7%)이 이식 후 2년이 지난 환자였고, 3~5년이 된 환자도 포함됐다. '삶의 질' 분야에서는 21.3%가 '매우 나빠졌다', 32.9%가 '약간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이식 후 사회 생활로 복귀하는 데 걸린 시간을 묻는 질문에서는 44.5%가 '복귀하지 않음'이라고 답했다.
고통을 가중한 구체적인 증상으로는 ▲피로감·전신 무력감(74.8%) ▲발진 피부 문제(62.6%) ▲체중 변화(53.5%) ▲구역·구토(45.8%) ▲탈모(43.9%) ▲불임·성기능 장애(41.9%) 등이 꼽혔다. 한국혈액암협회 박정숙 국장은 "이식 경험자 세 명 중 한 명이 1년 이상 지속되는 피로감과 전신 무력감을 가장 큰 고통으로 꼽았다"며 "환자에게는 이식이 완치를 위한 치료였지만 실제 치료 후엔 끝나지 않는 투병이라는 인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설문조사 답변자 중 약 24%는 질환 재발을 경험했고, 이 중 43%는 재이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비 부담 또한 상당하다. 약 40%가 치료비로 3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고 답했고, 63%의 환자가 치료비 부담과 관련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했다.
◇이식한 다른 사람 면역 세포, 환자 몸 공격 가능성 커
전문가들에게 동종조혈모세포이식에서 이런 부작용이 정말 흔한지 물었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윤재호 교수는 "급성 백혈병 환자에서 대표적인 합병증인 이식편대숙주반응 발생률은 평균 50%에 이른다"며 "이식은 단순한 치료 절차가 아닌 신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장기적인 여정으로, 이런 부작용은 사실 이식 치료의 본질적인 특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식편대숙주반응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식된 조직(이식편)이 우리 몸(숙주)을 공격하는 반응을 말한다.
이식을 받자마자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3개월 이내 급성 이식편대숙주반응을 겪는다. 주로 간·위장·피부 기능이 떨어진다. 30~50%는 이식 후 지속해서 나타나는 만성 이식편대숙주반응이 나타나고, 20~30%는 중증으로 나타나 관리를 지속해야 한다. 소아혈액암을 전문으로 치료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고경남 교수는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 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는데, 이식편대숙주반응으로 피부가 얼룩덜룩해지는 심한 피부 증상이 생겼다"며 "그냥 백혈병으로 죽는 게 나았겠다며 속상해하는데, 매우 안타까웠다"고 했다. 이어 "많은 환자가 이식 후에도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고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식편대숙주반응은 환자와 이식자의 조직적합성이 얼마나 높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가족간에 이식일 때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낮다.
이식과 이식편대숙주반응 치료를 위해 '면역 억제제'가 흔히 사용되는데, 이 약물도 부작용이 크다. 면역을 억제하므로 환자는 세균·바이러스·진균 등에 감염될 가능성이 커진다. 면역 억제제 자체 독성으로 간문맥 폐쇄증·미세혈관병증 등 합병증을 앓기도 한다.
고경남 교수는 "이식은 힘든 치료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에게 최선의 선택이고 완치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며 "주로 이식 없이는 장기 생존이 어려운 환자에게 활용된다"고 했다.
윤재호 교수는 "의료계에서는 최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독성 전처치 요법을 활용하고 이식편대숙주반응과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약제를 개발·활용하려는 전략이 도입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에게 동종조혈모세포이식에서 이런 부작용이 정말 흔한지 물었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윤재호 교수는 "급성 백혈병 환자에서 대표적인 합병증인 이식편대숙주반응 발생률은 평균 50%에 이른다"며 "이식은 단순한 치료 절차가 아닌 신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장기적인 여정으로, 이런 부작용은 사실 이식 치료의 본질적인 특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식편대숙주반응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식된 조직(이식편)이 우리 몸(숙주)을 공격하는 반응을 말한다.
이식을 받자마자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3개월 이내 급성 이식편대숙주반응을 겪는다. 주로 간·위장·피부 기능이 떨어진다. 30~50%는 이식 후 지속해서 나타나는 만성 이식편대숙주반응이 나타나고, 20~30%는 중증으로 나타나 관리를 지속해야 한다. 소아혈액암을 전문으로 치료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고경남 교수는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 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는데, 이식편대숙주반응으로 피부가 얼룩덜룩해지는 심한 피부 증상이 생겼다"며 "그냥 백혈병으로 죽는 게 나았겠다며 속상해하는데, 매우 안타까웠다"고 했다. 이어 "많은 환자가 이식 후에도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고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식편대숙주반응은 환자와 이식자의 조직적합성이 얼마나 높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가족간에 이식일 때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낮다.
이식과 이식편대숙주반응 치료를 위해 '면역 억제제'가 흔히 사용되는데, 이 약물도 부작용이 크다. 면역을 억제하므로 환자는 세균·바이러스·진균 등에 감염될 가능성이 커진다. 면역 억제제 자체 독성으로 간문맥 폐쇄증·미세혈관병증 등 합병증을 앓기도 한다.
고경남 교수는 "이식은 힘든 치료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에게 최선의 선택이고 완치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며 "주로 이식 없이는 장기 생존이 어려운 환자에게 활용된다"고 했다.
윤재호 교수는 "의료계에서는 최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독성 전처치 요법을 활용하고 이식편대숙주반응과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약제를 개발·활용하려는 전략이 도입되고 있다"고 했다.
◇급여 심사·산정 특례 개편, 이식 환자에게 절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시급한 과제로 '이중 심사 구조'와 '산정특례'의 개편을 꼽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약효를 확인해 신약의 국내 도입을 허가해도, 바로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을 수 없다. 다시 급여 결정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다단계 심사를 진행한다. 독일에서는 허가 즉시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일본·영국·프랑스 등에서는 우리나라 처럼 이중 심사를 하고 있지만, 급여 전환까지 우리나라 만큼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는다. 고경남 교수는 "많은 환자가 이식 후 부작용과 재발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허가 후 급여 협상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 환자 접근성이 낮다"며 "최근 만성 불응성 이식편대숙주반응에 대한 3차 치료제로 벨루모수딜(제품명: 레주록)이 승인됐는데, 보험 급여는 아직 협상 중"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소아에서 급여 확대는 매우 엄격해 소아 환자의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윤재호 교수는 "우리나라는 급여 범위도 제한적이고 신약 도입도 미흡하다"며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만성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한 예로 이식편대숙주반응 2차 치료제인 룩소리티닙(제품명: 자카비)이 있다. 윤재호 교수는 "고령, 당뇨, 면역 저하 환자는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기 어렵다”며 “룩소리티닙은 급여를 받으려면 먼저 스테로이드에 반응이 없다는 게 증명돼야 해, 치료 시작이 늦어질 수 있다"고 했다.
산정특례와 관련해서도 만성 이식편대숙주반응을 겪는 환자는 사각지대에 있는 실정이다. '산정특례'는 중증·희귀질환 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5~10%로 낮춰주는 제도다. 이식 환자는 5년간 산정특례를 적용받지만, 이식 후 생긴 합병증은 산정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만성 증상은 평생 환자를 괴롭히지만, 적용 기간(5년)이 지나면 지원이 끊기는 것. 지난 2023년 관련 이슈가 국회 토론회 등에서 제기됐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박정숙 국장은 "이식 직후 집중 치료는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뤄지지만, 만성 후유증·정신 질환 등에 대해서는 추적 관찰과 프로그램이 미흡해 환자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이곤 한다"며 "사회 복귀와 경제적 자립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환자도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식이 필요한 이유, 이식으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인지해 심리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또 손 위생·음식 조절·재활 운동 등 합병증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피부 가려움·설사·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조기에 의료진에게 알려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빠르게 신약에 접근하고 싶다면 주치의와 상의해 병원 주도 임상시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또 식약처의 치료목적 사용승인 제도나 희귀질환센터 연계를 통해서도 일부 신약을 사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시급한 과제로 '이중 심사 구조'와 '산정특례'의 개편을 꼽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약효를 확인해 신약의 국내 도입을 허가해도, 바로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을 수 없다. 다시 급여 결정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다단계 심사를 진행한다. 독일에서는 허가 즉시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일본·영국·프랑스 등에서는 우리나라 처럼 이중 심사를 하고 있지만, 급여 전환까지 우리나라 만큼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는다. 고경남 교수는 "많은 환자가 이식 후 부작용과 재발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허가 후 급여 협상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 환자 접근성이 낮다"며 "최근 만성 불응성 이식편대숙주반응에 대한 3차 치료제로 벨루모수딜(제품명: 레주록)이 승인됐는데, 보험 급여는 아직 협상 중"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소아에서 급여 확대는 매우 엄격해 소아 환자의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윤재호 교수는 "우리나라는 급여 범위도 제한적이고 신약 도입도 미흡하다"며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만성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한 예로 이식편대숙주반응 2차 치료제인 룩소리티닙(제품명: 자카비)이 있다. 윤재호 교수는 "고령, 당뇨, 면역 저하 환자는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기 어렵다”며 “룩소리티닙은 급여를 받으려면 먼저 스테로이드에 반응이 없다는 게 증명돼야 해, 치료 시작이 늦어질 수 있다"고 했다.
산정특례와 관련해서도 만성 이식편대숙주반응을 겪는 환자는 사각지대에 있는 실정이다. '산정특례'는 중증·희귀질환 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5~10%로 낮춰주는 제도다. 이식 환자는 5년간 산정특례를 적용받지만, 이식 후 생긴 합병증은 산정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만성 증상은 평생 환자를 괴롭히지만, 적용 기간(5년)이 지나면 지원이 끊기는 것. 지난 2023년 관련 이슈가 국회 토론회 등에서 제기됐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박정숙 국장은 "이식 직후 집중 치료는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뤄지지만, 만성 후유증·정신 질환 등에 대해서는 추적 관찰과 프로그램이 미흡해 환자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이곤 한다"며 "사회 복귀와 경제적 자립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환자도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식이 필요한 이유, 이식으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인지해 심리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또 손 위생·음식 조절·재활 운동 등 합병증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피부 가려움·설사·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조기에 의료진에게 알려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빠르게 신약에 접근하고 싶다면 주치의와 상의해 병원 주도 임상시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또 식약처의 치료목적 사용승인 제도나 희귀질환센터 연계를 통해서도 일부 신약을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