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아 망막병증, 빨리 발견·치료하면 실명 막을 수 있어”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가 망막병증을 앓게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아기가 미숙아로 태어난 후 망막병증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돼 선별검사를 해보면 약 30%에게 미숙아 망막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그 중 실제 치료가 필요한 건 10~20%다. 체중이 적게 나가고 재태주수가 짧을수록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원인이 무엇인가?
“미숙아로 출생한 아기는 신체 기관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상태다. 눈 또한 그렇다. 출생 후 혈관 성장에 필요한 여러 혈관 성장 인자의 불균형이 나타나고, 망막 혈관이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망막에 비정상적 섬유화, 혈관 증식이 일어나면 망막이 끌어당겨져 망막 박리, 망막·유리체 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증상이 있을까?
“아기 스스로 증상을 느끼긴 어렵다. 눈 표면에 나타나는 증상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의 검사가 필요하다.”

-언제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나?
“보통 출생 후 4~6주 이내에 안저검사를 권한다. 적어도 재태주수 32주 이내엔 첫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저체중출생아는 반드시 안저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절대적 기준은 없다. 나라마다 병원마다 다른데, 미국의 경우 25주 이전에 1500g으로 태어난 아기들은 검사하는 게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의무는 아니고 권고 사항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권고사항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다만, 서울대병원에서는 좀 더 넓게 30주 2000g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더 많은 아기들을 검사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검사해보면 세 명 중 한 명 정도는 미숙아 망막병증이 확인된다.”

-미숙아 질환 특성상 검사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의사가 직접 아기의 눈을 벌리고 눌러서 망막을 봐야 한다. 검사하기 위해 의사 세 명이 붙는다. 한 명이 아기의 머리를 고정하고, 한 명은 아기의 눈을 벌린다. 그 상태에서 남은 한 명이 검사를 진행한다. 망막을 검사하기 위해 산동제를 사용해 아기의 동공을 키우는데, 이때 아기의 심장박동이나 얼굴 색 변화를 잘 살펴야 한다.”

-병기는 어떻게 나누는지?
“미숙아 망막병증은 1~5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망막 혈관 형성 부위와 미형성 부위의 경계에 가느다란 경계선이 확인되는 경우고, 그 경계선이 두꺼워지면 2단계로 본다. 3단계는 경계선 부위에 섬유혈관증식이 발생하는 경우, 4단계는 망막 주변부의 박리가 일어나는 경우다. 5단계는 망막 전체기 박리된 경우다. 검사에서는 시계 모양으로 봤을 때 몇 시 방향에 걸쳐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났는지 평가하고, 망막혈관 굵기나 모양 변화를 본다.”

-언제 치료가 필요한가?
“보통 3단계일 때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3단계라고 해서 무조건 치료해야 하는 건 아니다. 3단계더라도 혈관 변화가 생긴 범위, 혈관 상태, 활동도 등을 고려해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1~2단계에서는 치료 없이 저절로 좋아지기도 한다. 3단계에서 발견해도 적절한 시기에 레이저 치료나 항체 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질 수 있다. 시기를 놓쳐서 4~5단계가 되면 공막돌륭술, 유리체절제술 같은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어떤 치료법들이 있나?

“과거 냉동 치료가 있었고, 이후 냉동 치료의 단점을 보완한 레이저 광응고술 치료가 개발됐다. 혈관이 자라지 못한 망막 주변부에 광응고 치료를 시행해 미숙아 망막병증 진행을 막고 망막 중심부를 보존하는 치료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했거나 치료를 받았음에도 병이 계속 진행되면 공막돌륭술, 유리체절제술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 주입술이라고 불리는 주사제도 사용하고 있다.”

-미숙아 망막병증은 소아 실명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데?
“망막 혈관 형성 부위와 무형성 부위 경계에서 비정상적인 섬유혈관증식이 발생하다가 망막이 박리되면 최종적으로 실명할 수 있다. 정상 혈관 형성 부위가 좁거나 중심부 망막박리가 발생한 경우, 병기가 높고 문제가 광범위하게 발생한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

-치료하면 실명을 피할 수 있나?
“늦지 않게 치료하면 평생 정상 시력으로 살아갈 수 있지만, 제때 치료를 못 받으면 시력을 잃을 수 있다. 때문에 검사를 통해 제때 발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추후 미숙아 안저검사 관련 제도가 갖춰지면 빨리 발견·치료할 수 있는 아기들이 늘어날 수 있다.”

-저절로 좋아지기도 하나?
“다행히 미숙아 망막병증이 생겨도 90% 정도는 저절로 좋아진다. 미숙아 망막병증은 말 그대로 병이 아닌 병증, 즉 환자에게 관찰되는 소견이다. 그 소견이 점점 나빠져서 치료가 필요한 단계까지 될 수 있고, 반대로 안 될 수도 있다. 미숙아로 태어났지만 건강하게 자라면 그 문제가 해결되는 건데, 그 비율이 90% 정도다. 다만, 최근에는 조금만 징후가 보여도 주사 치료를 사용하다보니, 주사제를 사용해서 좋아진 건지, 저절로 좋아진 건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의사들이 환자가 잘못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그러는 건데, 문제라고 생각한다.”

-직접 치료제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아는데?
“지금도 주사제나 레이저 치료를 적절히 사용하면 되지만, 더 나은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유전자 세포 치료를 연구하고 있다. 새로운 치료제 개발은 해야 하는 일이다. 현재 나와 있는 주사제의 단점에 대해 임상적·연구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또 다른 치료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개발되고 있는 약들이 많이 있나?
“미숙아 망막병증을 타깃으로 개발 중인 약은 거의 없다. 제약사들이 돈이 안 되는 걸 아니까 안 만들려고 한다. 이미 연구실에서 미숙아 망막병증에 도움이 되는 기전과 관련된 약물을 개발했고, 현재 개발 중인 약도 있는데, 기술 이전이 안 돼서 그냥 보유하고만 있다. 기업이 신약으로 개발해주지 않는 한 시장에 나오지 못할 거다.”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비 지원이 필요한 건가?
“지금도 국가에서는 연구비를 많이 지원해주고 있다. 연구비가 없어서 신약을 개발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연구는 했는데, 실제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는 거다. 이 단계에서는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다. 의사나 연구자 개인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약으로 개발해줄 다국적 기업이 필요한 거다.”

-국내 기업은 할 수 없는 일인가?
“국내 기업도 못할 이유가 없다. 미숙아 망막병증 약에 대해 관심이 없을 뿐이다. 앞서 말했듯 이 약이 블록버스터 신약이 돼서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약사만 문제 삼을 수도 없다. 어려운 문제다.”

-국내에 미숙아 망막병증을 보는 의사가 거의 없는 걸로 아는데?
“한국에서 미숙아 망막병증은 숨기고 싶은 치부 취급을 받는다. 일단 병원은 외부에서 봤을 때 미숙아 망막병증을 진료하는 게 그럴싸해 보이지 않으니까, 쉽게 말해 티가 나질 않으니까 진료하지 않으려고 한다. 안과 의사들 또한 진료한다고 해서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럴싸해 보이지도 않는다고 생각해 미숙아 망막병증 진료 보는 걸 꺼린다.”

-‘그럴싸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은?
“예를 들어 노인성 황반변성의 경우 흔한 질환이다 보니 진료 보는 의사가 여기저기 잘 알려질 수 있고, 보험 수가도 많이 나온다. 그러나 미숙아 망막병증은 일반 병원의 경우 어쩌다 한 번씩 접하는 질환이고, 환자 수도 적다보니 질환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의사가 거의 없다. 게다가 미숙아 망막병증을 의사가 발견하지 못해 아기가 실명하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그래서 아무도 이 질환을 보려 하지 않는다. 의사가 온몸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데 누가 하려고 들겠나. 함께 외래를 보는 제자들에게조차 권유하지 못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미숙아 망막병증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사가 늘어날 수 없다.”

-현재 가장 해결이 시급한 문제는 뭔가?
“안저사진만 봐도 미숙아 망막병증 여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에 대해서는 안저사진을 찍고 판독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의무화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안저사진 촬영은 미숙아 망막병증을 전문으로 보는 의사가 아니어도 할 수 있다. 일단 촬영해서 판독할 수 있는 의사에게 보여주면 된다. 검사 체계를 갖춰나가면 치료제를 사용하는 시기에 대해서도 기준이 생길 수 있다.”

-조산이 예상될 때 미숙아 망막병증과 관련해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을까?
“아직까지는 없다. 산부인과 의료진과 조산이 발생하는 이유와 조산 후 미숙아 망막병증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연구해봤는데, 염증과 관련된 일부 요인이 관여됐다는 정도만 확인됐다. 그러나 이 역시 개별적인 요인이고, 일반적으로 적용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막연히 조산으로 인한 미숙아 망막병증을 우려하진 않았으면 한다. 미숙아 망막병증은 치료할 수 있는 병이다. 늦지 않게 발견해서 치료하면 실명을 막을 수 있다.”

-끝으로 보호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항상 보호자들에게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가 눈에 문제가 있으면 최선을 다해서 치료할 테니, 눈에 대해서만큼은 걱정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한다. 미숙아 망막병증은 치료 불가능한 질환이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눈이 전부 손상되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치료해볼 수 있다. 늦지 않게 발견해서 치료하면 된다.”

김정훈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병원 안과에서 소아 관련 망막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그가 처음 이 분야를 선택한 건 레지던트 1년차였다. 뒤늦게 미숙아 망막병증 진단을 받은 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마땅한 치료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해결되지 못한 안과 질환들을 연구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김 교수는 미숙아 망막병증을 비롯한 선천성 질환 진료·연구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