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 식품생명학부 조사 결과 우리나라 성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식사 대용으로 시리얼을 찾을 정도로, 시리얼은 이미 일상에 스며든 아침 대용 간식이다. 그래서 유독 '건강한' 식사인지에 관한 갑론을박이 많았다. 시판 시리얼 24종을 분석해보니 한끼에 당이 약 8.2g 들어있었고, 아침에 급격히 혈당이 오르면 당뇨병·고혈압 위험이 커진다는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시리얼은 '나쁜 아침 식사'로 여겨졌다. 결국 설탕을 아예 뺀 '제로 슈가'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제품들은 정말 건강에 좋을지, 설탕을 뺐는데 맛은 괜찮은지 헬스조선 기자들이 직접 나서 살펴봤다.
그래픽=최우연
◇시리얼 성분, 건강에 미치는 영향 커 우리나라보다 더 시리얼을 아침 대용으로 자주 먹는 서구권에선 이미 아침 식사로 먹어도 좋을 시리얼 연구를 끝냈다. 결론은 시리얼 중에서도 ▲설탕이 적고 ▲통곡물과 견과류가 들어간 제품이라면, 착한 아침 식단으로 볼 수 있다.
호주에서 14만 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아침 식사로 통곡물, 견과류, 말린 과일이 들어갔고 정제된 당 함량은 적은 시리얼을 섭취한 그룹에서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위험이 더 낮았다. 영국인 18만 여명을 13년간 추적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건강한 시리얼을 먹었을 땐 먹지 않은 사람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최대 15% 낮았다. 반대로 설탕이 들어간 시리얼을 먹었을 땐, 당일 영양 품질이 더 안 좋은 음식을 더 많이 먹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European Journal of Nutrition'에 게재된 연구에서 확인됐다.
◇혈당 건강엔 '씨알로'… 제품별 특징 달라 설탕이 적고, 통곡물과 견과류가 들어간 국내 시리얼들이 많다. 그 중 '제로 슈거'를 걸고 나온 제품은 얼마나 건강할지, 원재료명과 영양 성분을 구체적으로 따져봤다. 쿠팡에서 인기가 많은 4종 ▲당제로 통곡물 시리얼(씨알로) ▲프로틴 그래놀라 제로슈거(켈로그) ▲무설탕 그래놀라 헤이즐넛 카카오(분더) ▲헤이씨리! 초코(제로스푼)을 국내 1인분 용량인 30g을 기준으로 살펴봤다.
'씨알로' 제품이 가장 혈당 건강을 고려해 설계됐다. 가장 큰 특징은 유일하게 '기능성 성분'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식후혈당상승을 억제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개선하고, 배변 활동이 원활하도록 돕는 이눌린·치커리식이섬유가 함유됐다. 또 대체당 성분을 따져봐도, 혈당을 크게 높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탕 만큼은 아니지만, 칼로리도 있고 혈당 지수도 비교적 높은 '말티톨'이 들어가지 않았다. 혈당 지수는 식품 섭취 후 혈당이 얼마나 빨리 상승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설탕의 혈당 지수는 68이고, 말티톨은 시럽 기준으로 52로 알려졌다. 씨알로 제품에 들어간 알룰로스와 스테비아는 혈당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아, 대체당 중 건강한 선택지 중 하나다. 또 독특한 점은 유일하게 국산 곡물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비타민A·B1·B2·B6·C·E, 나이아신, 엽산, 철분, 아연 등 비타민과 미네랄 함량도 높았다.
비타민, 미네랄 함량과 종류 등을 모두 따져봤을 때, 1인분 섭취로 가장 많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건 켈로그 제품이었다. 씨알로에 들어간 모든 성분에 비타민D와 칼슘 등도 포함됐다. 또 단백질 함량이, 제품 이름에 '프로틴'이 들어가있는 걸로 유추할 수 있듯 높은 편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당류가 아예 없진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 100g당 당류가 0.5g 미만 함유되면 '무당'으로 기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딱 그 기준에 맞췄다. 100g에 0.48g의 당류가 들어갔다. 또 대체당으로 스테비아, 알루로스와 함께 '말티톨'을 사용했다. 그 이유를 물어봤다. 켈로그 관계자는 "그래놀라의 식감과 은은한 단맛을 구현하기 위해 가장 자연스러운 단맛을 내는 말티톨을 소량 사용했다"며 "사용된 함량은 식약처 기준에 따라 별도의 주의 문구 없이도 안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적게 들어갔다"고 했다.
분더 제품은 통곡물 그 자체인 제로 슈가 '그래놀라' 제품이다. 그만큼 식이섬유 함량이 가장 많다. 통곡물을 뭉치게 하려고 올리브 오일 등 기름이 많이 들어가 지방 함량은 높은 편이다. 네 제품 중 가장 높았다. 식이섬유가 높은 장점은 있지만, 다른 제품과 달리 비타민 등 영양소 강화가 되진 않았다. 당류도 켈로그정도 들어있었다.
제로스푼 제품은 단백질 함량이 매우 높았다. 또 칼륨, 마그네슘, 인, 망간 등 영양강화 성분 중 비교적 우선순위가 낮은 비주류 성분을 보충 함유했다. 근육 대사에 도움이 되는 성분들로 운동하는 사람을 타깃으로 한 선택으로 보인다. 또 제로스푼에도 대체당으로 말티톨이 들어갔는데, 제로스푼은 아에 함량을 공개했다. 말티톨은 24.9%, 에리스리톨은 7.2% 함유됐다.
결론적으로 모두 일반 시리얼보단 건강할 것으로 사려된다. 각 제품마다 특징이 있었는데, 혈당 건강을 중요시 여긴다면 씨알로 제품을, 일상 식단으로 여러 영양소를 한 번에 먹으려면 켈로그 제품을, 장건강을 생각해 통곡물 섭취를 하고 싶다면 분더 제품을, 평소 운동을 한다면 제로스푼 제품을 선택하길 추천한다.
왼쪽부터 씨알로, 켈로그, 분더, 제로스푼 제품./사진=이슬비 기자
◇맛 1위는 켈로그가 '압도적' 설탕을 뺐어도, 식사 대용으로 먹으려면 무엇보다 '맛'이 있어야 한다. 헬스조선 기자 아홉 명이 맛을 비교했다. 가장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을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맛있는 제품 1위는 켈로그였다. 아홉 명 중 여섯 명이 가장 맛있는 제품으로 꼽았다. 나머지 세 명 중 두 명은 씨알로 제품을, 한 명은 분더 제품을 골랐다. 켈로그 프로틴 그래놀라 제로슈거에 대해 기자들은, "가장 고소하고, 평소 시리얼하면 생각나는 익숙한 맛이다"라고 평가했다.
가장 선호하지 않는 제품을 골라달라는 질문에는 씨알로 제품이 1위로 꼽혔다. 아홉 명 중 네 명이 씨알로 제품을 골랐다. "입에 단맛이 오래 남아, 대체당을 썼다는 게 확연히 느껴져 아쉬웠다"는 반응이다.
가격으로도 비교해 봤다. 켈로그가 가장 가성비가 높은 제품이었다. 쿠팡에서 정가로 기재한 가격을 기준으로 100g당 가격을 산출한 결과 ▲켈로그 약 2737원 ▲씨알로 4300원 ▲분더 6800원 ▲제로스푼 7125원 순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