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기억의 불완전함에 자책하지 마세요… 조각이 모여 ‘삶’이 됩니다

<두려워말암>

암에 걸리면 신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힘들어집니다. 마음의 병도 고쳐야 몸의 병도 고쳐집니다. 심신안정을 통해 마음의 병을 고치고 평안을 회복하는 것이 ‘힐링’입니다. 암 생존자들의 힐링을 위한 ‘두려워말암’ 칼럼을 연재합니다. 암 치료를 마친 분들의 일상 복귀를 지원하며 행복한 제2의 삶을 지지하는 인천권역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장이자 가천대길병원 가정의학과 최수정 교수의 칼럼입니다.

숲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세상에는 많은 정보를 기억하는 젊은이들, 깜빡깜빡하는 기억들이 불안한 중년들, 그리고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치매를 걱정하는 노인들이 있다. 냉장고 문 앞에 한참을 서서 ‘내가 여기 왜 왔더라’를 고민하다 발걸음을 돌리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내 기억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건 아닌지 무서울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애초부터 모든 것을 기억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시시각각 쏟아져 들어오는 시각· 청각·촉각·미각·후각 외에도 기쁨·슬픔·고통·스트레스 등 다양한 감정 정보도 처리한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가 어디 부딪히거나 넘어지지 않게 위치 감각 정보도 처리를 해야 하고, 동시에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게 해주는 작업도 해내야 한다. 중요한 것부터 자질구레한 것까지 여러 계획들을 세우고 시시각각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뇌는 수많은 정보를 삭제하고, 가공하고, 저장하며 기억한다. 그렇기에 어떤 기억은 잠깐 존재하고 사라지기도 하고, 어떤 기억은 평생 가기도 한다. 또한 어떤 기억은 매우 정확하고 믿을 만한 반면, 어떤 기억은 신뢰하기가 매우 어렵기도 하다.

이 같은 ‘기억의 불완전함은’ 암 생존자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문제로 다가온다.

많은 암 생존자들이 ‘브레인 포그’ 혹은 ‘케모 브레인(뇌 안개 또는 화학요법 뇌)’이라 불리는 전반적인 정신적 흐릿함을 경험한다. 암 치료가 끝났어도 몸과 마음은 여전히 회복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암 환자의 35%에게서 인지기능 문제는 지속된다고 한다. 이름을 잊어버리거나, 일정을 깜빡하거나, 어떤 단어가 혀끝에서 맴돌다가 사라지는 경험은 이미 많은 암 생존자들의 일상이 됐다.

암 치료로 인해 발생하는 독성 손상, 신체적 피로, 정서적 스트레스를 비롯해 생활의 변화는 인지기능에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와 같은 증상들은 암 생존자들에게 좌절, 불안 및 우울로도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암 환자 가족들은 이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필요시 의료진들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아직 개입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은 인지 기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음악을 듣거나 새로운 취미를 배우는 것도 뇌를 활성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습관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그들과 나누는 의미 있는 대화, 그리고 가족들의 따뜻한 손길이 우리의 기억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설령 우리 기억의 일부가 사라졌다고 한들 우리의 삶 자체가 희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기억되지 않아도 여전히 소중한 순간들이 있고, 그것이 우리 삶을 지탱해준다. 어떤 날은 친구의 웃음소리가, 어떤 날은 낯선 길에서 맡은 커피 향이, 그리고 또 어떤 날은 스쳐 지나듯 주고받은 대화 한 조각이 우리를 우리답게 한다.

혹시 오늘 핸드폰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자. 그것은 우리가 여전히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오늘도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믿으며, 우리가 함께 기억하고 있는 것들에 감사해보자. 그리고 기억이 흐려져도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들, 그것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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