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짜주는 ‘내 입맛 맞춤’ 건강 식단, 얼마나 정확할까? [푸드 테크 스타트업]

입력 2025.03.20 07:25

AI 푸드 큐레이션
팜킷 양선흥 대표 인터뷰


「'푸드'가 있어야 삶이 있습니다. 과학기술이 어느 정도 발전 궤도에 오르자, 전도유망한 분야로 '푸드테크'도 뜨기 시작했습니다. 배양육, 스마트 농업, AI 푸드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기술이 등장했지만, 막상 현실은 변한 게 없습니다. 푸드 테크 스타트업을 직접 만나, 지금 개발한 기술들이 어떻게 식문화를 바꾸고 있는지 조명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마주한 푸드 테크의 '지금'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식단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 모두 하루 세 번, '뭐 먹지?'라는 치열한 고민을 한다. 한 끼 식사가 만족스러울 만큼 풍족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데, 또 한편으로는 건강해야 할 것 같다. 건강을 생각한 선택을 하려니, 생각만 해도 밋밋한 맛에 다시 또 자극적인 음식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이 고민에 질려버린 IT 회사원이 직장을 나와, 직접 회사를 차렸다. 365일 다이어터면서, 미식가인 팜킷 양성흥 대표는 영양학적으로 잘 모르는 사람도 건강하지만 맛있게 식단을 관리할 수 있는 AI 푸드 큐레이션 '푸드큐'를 개발했다. 개인별 선호도와 필요한 영양성분을 종합해, 딱 맞는 식단과 음식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입맛이 까다로운 양선흥 대표조차 항상 만족하게 하는 음식이 있었는데, 그건 어머니가 만들어주는 '집밥'이었다. 왜 그럴지 고민한 결과, 자식의 입맛을 가장 잘 알고 동시에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이 깃들여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양선흥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인 '사이버 마더'는 어떤 형태로 구현됐을까?

-팜킷의 '푸드큐' 솔루션은 어떤 기술인가?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 OTT를 처음 가입할 때, ▲'어떤 콘텐츠를 선호하는지' '어떤 영화배우나 가수를 좋아하는지' 등을 평가하고 ▲콘텐츠를 소비한 이후 '좋아요'나 '싫어요'로 피드백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기술과 유사하다. '음식' 선호도를 평가하고, 구매 이력 등 데이터를 종합해 맞춤형 음식을 추천한다. 음식마다 식감, 향, 성분 등 여러 특성이 있는데, 이런 정보를 분석해 사람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취향을 파악한다. 동시에 영양 성분도 고려한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가?
"식품 호불호 정보가 스무 개 정도 입력되면, 음식의 선호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오이는 싫어하고, 닭고기를 즐겨 먹는 사람이다' 정도를 알 수 있는 것. 정보가 백 개 이상 되면 구체적으로 파악이 가능하다. '불닭볶음면 정도의 맵기를 좋아하고, 간장 양념을 선호한다' 등 까지다. 100개 이상 평가하면 고객에게 딱 맞는 음식을 추천할 수 있는 정확도가 96% 이상으로 나온다. 물론 고객의 평가 데이터가 있으면 가장 좋지만, 구매 이력이나 평소 클릭하는 정보 20~100개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취향 파악이 가능하다. 처음 가입하면 ▲간단 컨설팅 ▲맞춤형 영향 컨설팅을 선택할 수 있는데, 간단 형실으로는 네 문항만 묻는다. 후자는 영양 관련 질문 열 가지와 취향 관련 질문 열 가지, 총 스무 가지의 질문을 한다."

AI 큐레이션 화면
사진=팜킷 제공
-끌리는 음식은 매일 기분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지 않나?
"그렇다. 같은 음식도 기분에 따라 좋아지기도 하고, 싫어지기도 한다. 얼마나 정보를 파악했을 때 불규칙한 상황까지 포함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지 확인하는 논문을 작성했는데, 전체적으로 기호성 100개 이상 평가하면 높은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실제 적용했을 때도 결괏값이 좋았는데, 우리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쇼핑물은 그렇지 않은 타 경쟁사 대비 구매 취향을 60% 이상 정확히 맞춘 것으로 나타났다. 한 고객사에서는 실시간 베스트 식으로 단순 추천 했을 때보다 구매 전환율이 2~3배 올라갔고, 고객 한 명당 평균 구매가는 약 네 배 증가했다. 소비자 만족도도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현재 국내 50군데 정도에서 이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정확도를 어떻게 높였는가?
"정보 파악 범위가 넓다. 영양 정보와 TPO(시간, 장소, 상황)도 고려한다. 건강히 먹기 위해 따지는 필수 영양소 중 가중치와 우선순위가 사람마다 다른데, 우리는 연령대·성별 마다 어떤 패턴으로 음식을 선호하는지까지 데이터 처리를 해 정확도를 높였다. 또 TPO 같은 외부 환경 변화와 관련된 데이터도 처리했다. 예를 들어, 감자탕은 맛있는 대표 한식 메뉴지만 아침 식사로는 적합하지 않다. 우리는 알고리즘에 이 음식이 저녁·술안주로 좋다고 별도 속성으로 넣었다. 비가 오는 날엔 빈대떡, 더운 날엔 냉면, 생일엔 미역국 등 상황에 맞게 추천하는 기술도 적용했다."

양선흥 대표
팜킷 양선흥 대표가 AI 푸드 큐레이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슬비 기자
-이런 폭넓은 사회 통념적 데이터는 어디서 수집하는가?
"온라인상에 있는 정보를 자연어 처리해 활용하기도 하고, 고객마다 공통으로 나타나는 데이터를 암호화해 패턴 분석도 한다. 영양 성분 데이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공하는 공공 DB를 활용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상품의 표시 라벨 정보를 스캔해 추가 분석도 한다."

-'AI Meal Planning(인공지능 식단 생성)' 데모를 2025 CES에서 선보였다던데, 이건 어떤 기술인가?
"지속 가능한 식단을 짜주는 기술이다. CES에서는 '써브웨이'로 소개했는데, 본인의 영양적 요구와 취향에 맞춰 매일 가도 질리지 않을 꿀조합을 추천해 주는 알고리즘을 선보였다. 이 기술을 접목해 PT를 받는 고객에게 탄단지 도시락을 추천하는 쇼핑물이 있다. 이곳에서는 성별, 나이, 몸무게, 키, 눈바디, 체지방 등의 정보와 음식 취향을 고려해 한 달 치 식단을 짜준다. 식단 맞춤 도시락을 1인 1식 정기 배송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AI·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모든 사람의 음식 취향이 너무 다르다. 대표적인 단백질 식단 메뉴인 닭가슴살 샐러드를 예로 들어보자. 싫어하는 이유가 각양각색이다. A는 닭 비린내 때문에, B는 퍽퍽한 식감 때문에, C는 베지테리안이어서, D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E는 알레르기 때문에 먹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개인 차를 단순한 질문으로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AI 기술을 이용해 초개인화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닭고기를 좋아한다고 답해도 치킨은 먹어도 백숙은 안 먹는 사람이 있다. 물컹한 식감, 강한 마늘 향 등 백숙을 안 먹는 이유도 다양하다. 이런 제각각 나뉘는 기호성을 데이터로 전환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영양학자, 식품공학자, 조리 전문가 등과 협업해 호불호를 결정짓는 여러 속성값을 자체적으로 정의해, 알고리즘화했다. 하다 보니 바질 페스토를 안 좋아하면 쿠민이 들어간 식품도 안 좋아할 확률이 큰 것을 확인하는 등 다양한 향미와 식감 간 관계성을 찾아 더해가고 있다."

초개인화
사진=팜킷 제공
-개인 정보는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가?
"민감 정보는 절대 수집하지 않는다. 민감하지 않은 음식 취향만 프로파일링하고, 해킹 위험이 없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한다."

-개인 맞춤형 식단·추천 서비스가 소비자에게는 어떤 가치를 제공한다고 보는가?
"오늘 뭐 먹지라는 질문은 인류가 하루에 세 번씩 매번 하는 질문인데 그 질문에 대한 고통을 줄여주고 더 건강하고 즐겁게 만드는 게 저희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항상 실패하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건강하게 맛있어서,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현재는 데이터 수집을 빨리하기 위해 B2B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올 하반기부터는 B2C로 일반인도 간편하게 식단을 추천받고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런칭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진출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나아가 디지털 헬스케어, 펫푸드, 펫케어, 화장품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닥터 코치' 앱과 협업해, 환자에게 적합한 식단 추천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펫은 '피터스 랩'이라는 앱에 펫의 건강 상태에 맞는 사료·간식·영양제 추천 솔루션을 공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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