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보면 박탈감 들어 힘들다? “과시욕 큰 사람일수록 자괴감도 크다”

입력 2025.03.17 22:45

中, ‘돈 자랑’ 인플루언서 퇴출
"규제보다는 박탈감 이후 감정 다루는 법 익혀야"​

핸드폰 보는 사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4일(현지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일부 ‘돈 자랑’ 인플루언서들의 더우인(중국판 틱톡) 계정이 12일 자로 영구 정지됐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계정이 정지된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인 구첸첸은 팔로워 500만 명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지난 2월 “오늘 온종일 누워 있었는데 30만 위안(약 6000만 원)을 벌었다”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계정이 정지된 다른 인플루언서들도 하루아침에 몇백만 위안(수억 원)을 벌었다고 주장하거나 가만히 있어도 돈이 들어온다고 말하는 영상들을 주로 찍어 올렸다.

RFA에 따르면 중국 네티즌들은 대체로 단속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실업자가 넘쳐나는 시대에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키는 콘텐츠는 유해하고, 대중 반감을 산다는 이유에서였다. 박탈감은 해로운 감정이므로 원천 차단하는 것이 맞을까. 심리·정신 건강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과시하는 SNS 계정 보고 ‘긍정적 자극’ 받기도
전문가들은 과시하는 계정을 무조건 규제하는 것만이 바람직한 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조현섭 교수는 “부를 과시하는 사람에게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타인의 성공에 자극받아 더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며 “이용자가 SNS를 어떻게 활용느냐에 따라 순기능이 있기도 하므로 무조건 규제하는 것이 답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나연 교수는 “스트레스나 역경을 극복하는 능력인 ‘회복 탄력성’이 약한 사람은 SNS에서 자신보다 잘난 사람을 보면 박탈감을 느끼기 쉽지만, 회복 탄력성이 강한 사람은 오히려 삶에 자극을 받기도 한다”며 “아직 자아가 덜 형성된 청소년 등에게 SNS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잘만 활용하면 장점도 많은 도구”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서미혜 교수가 SNS 이용자 93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수행한 결과에 따르면, SNS는 이용자에 따라 장단점을 동시에 지닌다. SNS를 통해 자신보다 우월한 타인과의 비교를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의 경제 상황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 등을 느꼈다. 그러나 SNS로 타인과 교류하되 상향 비교를 통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은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가 오히려 올라가는 모습도 있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온라인 환경이 고도화함에 따라 더 자극적인 SNS 계정이나 SNS 플랫폼은 얼마든지 새로 나타날 수 있다”며 “규제만 하기보다 이용자의 SNS 활용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박탈감은 자연스러운 감정… 박탈감 느낀 ‘이후’에 집중하라 
인간은 SNS를 이용하며 자신보다 나은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게 오히려 어렵다. 이미 박탈감을 느꼈다면 그 이후의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곽금주 교수는 “박탈감을 느낀 후에, 자신이 부러워하는 모습에 다가가기 위해 뭐라도 한다면 그것은 박탈감을 긍정적 동기로 사용하는 데 성공한 것”이라며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만들고 그것을 실천하는 데 집중해 보라”고 말했다.

자신이 느낀 박탈감이 허상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김나연 교수는 “SNS엔 각자의 인생 가장 밝은 면만 올라오므로 SNS에 나온 타인의 모습과 자신의 일상적 모습을 비교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며 “이 점을 인지하고 자신이 과거보다 지금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관심을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SNS로 자신을 과시하려는 욕구가 높은 사람일수록, 타인의 SNS를 보고 자괴감을 느끼기도 쉽다.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면 SNS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꼭 사용해야겠다면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말아야 한다. 조현섭 교수는 “자신의 일상 속에서, 꾸밈없이 찍은 사진을 지인들과 공유하는 정도로만 SNS를 사용하라”며 “SNS에 올리기 위해 공들여서 사진을 찍는 순간 과시욕과 상대적 박탈감의 굴레에 갇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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