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제' 요구하는 병원계와 先鋒 세브란스… 제도화까지 가능할까?

입력 2025.03.18 07:15

[병원 인사이드]

세브란스병원 로고
사진=연합뉴스
‘주4일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교대 근무 등으로 업무 강도가 높은 병원계에서 주4일제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의료기관 중 최초로 주4일제 시범사업을 실시해 간호사 퇴직률을 줄이고 직업 만족도를 높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 바 있다. 그러나 재정 확보, 부서 간 갈등, 최근 의료 공백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주4일 근무 간호사… 퇴직률 줄고 의료서비스 질 상승
병원계의 노동 강도는 일반 기업들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원 환자의 안전을 24시간 유지해야 한다는 특성상 교대 근무가 필요한 직역이 많아서다. 교대 근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발암물질로, 생체리듬을 교란시켜 암에 대한 취약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 같은 교대근무는 감정노동과 함께 간호사들의 높은 퇴직률의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

연세의료원 노사는 지난 2022년 8월, 단체협약을 통해 주 4일제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데 합의했다. 간호사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퇴직률을 낮추는 게 목적이었다. 의료원은 2023년 한 해 동안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3개 병동의 간호사를 5명씩 선정해 상반기·하반기 총 30명에게 주 4일제 근무를 적용했다. 이후 지난해에는 참여 병동을 5개로 늘려 시범사업을 마쳤고 올해도 같은 규모로 진행 중이다. 

노사가 시범사업 연장에 합의한 배경에는 지표상 개선된 업무 환경이 있다. 당시 일하는시민연구소가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 4일제 시행 병동의 간호사들은 지난 2022년과 비교했을 때 퇴직률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2022년 기준 171병동의 퇴직률은 3.6%에서 2023년 0%로 줄었으며, 172병동도 9.1%에서 2.6%로 낮아졌다. 83병동의 경우 2022년 27.0%에서 2023년 18.2%로 줄었다.

간호서비스의 질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조사에서 주4일 근무 간호사들은 설문조사에서 자신이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주4일제 적용 병동에서는 환자가 평가하는 친절 건수가 늘어났다.

◇비용·부서 간 갈등 넘어야 할 산 
다만 시범사업이 정규사업으로 전환되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사측에서는 주 4일제를 시행하면 인력 충원이 필요한 만큼 비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병동에서 5명의 간호사가 4일 근무를 실시하면 1.5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했다. 사측은 주 4일제를 시행하면 근무 일수가 20% 줄어드는 만큼 임금도 20%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은 기존 10%의 임금 삭감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

사측에서 가장 우려하는 건 부서 간 갈등이다. 주 4일제 적용 직역을 정하는 과정에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의료원 내부에 직종이 워낙 많다보니 주4일제가 간호사만의 특혜라는 시각이 있다”라며 “실제 의료원 측에서도 시범사업 시행에 앞서 부서 간 갈등을 가장 우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 문제는 앞으로 교섭 과정에서 직종을 확대하면 해결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정 갈등으로 의료 인력 공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 역시 극복해야 할 문제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인력난으로 주 4일제 시행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만 노조 측은 주 4일제는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의정 갈등으로 병상 가동률이 줄어 병원의 경영 상 어려움이 부각되는 동안 환자 수가 그대로였던 병동의 업무는 더 힘들어졌다”라며 “간호사 퇴직률과 의료 서비스의 질 등을 고려했을 때 주 4일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원 측에서 감당이 어렵다면 보건당국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연구·사회적 합의 있어야 재정 지원”
연세의료원 시범사업 이후 병원계에선 주 4일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보건의료노조와 76개 의료기관 사용자 측은 산별중앙교섭을 체결하고 주 4일제 시범사업 지원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공공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은 주4일제 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간호사 퇴직률을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공감하는 상태”라며 “다만 복지부는 현재 교대제 개선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고 주 4일제에 건강보험 재원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실제 의료 서비스 개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지 객관적인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占쎌꼶利뷸�⑨옙 占쎈똻�� 占싼딅뮞�놂옙占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