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의사] 의사들도 실천하는 ‘민간요법’ 있을까?

입력 2025.03.14 17:00
의사들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어떻게 챙기고 있을까? 우리가 모르는 특별한 비법이 있지는 않을까? 주변에 친한 의사가 있다면 몇 번이고 물어보고 싶었던 말들. 헬스조선이 국내 유수 의료진에게 대신 물어본다.[편집자주]

민간요법. 예부터 전해내려오는 치료법을 말한다. 체했을 때 손을 따거나, 상처 난 부위에 된장을 바르는 것 등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간요법이다. 과헉적 근거에 기반한 현대의학을 공부한 의사들은 민간요법을 아예 배제하고 있을까? 헬스조선이 물어봤다. “민간요법 중 ‘일리있다’고 여기는 것은? 그리고 ‘완전 엉터리’라 생각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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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민선
◇“찜질·손 따기 일리 있어”
헬스조선이 친절하고 가슴 따뜻한 양질의 진료를 실천하는 곳으로 공식 인증하는 ‘헬스조선 프렌즈’ 병원 11명의 의사에게 물었다. 두 명이 공통으로 “찜질이 건강 증진에 도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먼저 연세베스트병원 정형외과 장철영 병원장은 “관절 질환을 보는 의사로서 통증 부위의 온·냉찜질은 권장한다”고 말했다. 냉찜질은 부기 및 염증 완화에 효과를 내고, 온찜질은 근육 이완 및 혈액순환 촉진을 돕는다는 게 장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다만 민간요법은 통증 완화를 위한 보조적인 방법으로, 질병의 근본적인 치료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온찜질은 눈 건강에도 이로워 보인다. 혜안서울안과 이주용 대표원장은 “안구건조증이 있을 때 온찜질을 하면 눈 주변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건조감과 안구 피로감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을 눈 위에 5~10분간 올려두면 된다.

딸꾹질을 멈추는 데 쓰는 민간요법도 신빙성이 있었다. 이춘택병원 정형외과 현환섭 과장은 “딸꾹질 할 때 손으로 혀를 잡아당기거나 혀 안쪽을 자극하면 부교감신경이 우위로 올라오면서 딸꾹질이 멈춘다”고 말했다. 제일정형외과병원 내과센터 김영택 원장 역시 “딸꾹질은 횡격막이 불수의적으로 수축해 발생하는데, 이때 숨을 참거나 복압을 올린 상태에서 물을 마셔서 횡격막의 근이완을 유도하면 딸꾹질을 멈출 수 있다”고 했다.

체했을 때 손을 따는 게 일리 있다는 의사도 있었다. 뉴본정형외과 임창무 원장은 “환자들의 통증을 미세 바늘로 줄이는 방법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한의학도 공부했다”며 “현대의학적 근거를 찾기는 어렵지만, 인체의 혈과 관련해 체했을 때 손을 따는 요법이 한의학적 관점으로는 일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율신경이 예민할 때 나타나는 딸꾹질을 멈추려면, 자율신경계를 리셋하는 방식의 하나인 숨 참기가 도움될 것”이라고도 했다.

음식은 어떨까. 가자연세병원 내과센터 박진명 원장은 “녹차를 많이 마시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어느 정도 맞는다”고 했다. 그는 “식사 전에 녹차를 마시면 물로 인한 포만감으로 식사량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녹차 속 카테킨·카페인 성분이 지방 산화를 촉진하고 에너지 대사를 가속화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이유로 나 역시 식사 전 녹차 한 잔을 마시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고려대련요양병원 안용욱 한방과장은 “녹차뿐 아니라 생강차를 마시는 것만큼은 많은 이들이 꼭 실천하길 바란다”며 “생강은 강력한 항염 작용을 하면서 따뜻한 성질이기에 혈액순환과 면역력 촉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임신 중이거나 출혈성 질환, 위장관계 질환이 있으면 주의가 필요하다. 칸비뇨의학과 윤철용 대표원장은 “붉은색 과일에는 라이코펜이 풍부해서, 이를 섭취하는 것은 전립선 건강 측면에서 아주 도움이 되는 민간요법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씻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비앤빛안과 류익희 원장은 “눈꺼풀 청소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보는데, 눈 건강에 도움이 되는 민간요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팀타월로 눈에 온찜질을 한 뒤, 인공눈물을 묻힌 면봉으로 눈꺼풀 라인 점막을 살살 닦아내면 된다. 류 원장은 “눈물의 기름막을 형성하는 마이봄샘이 깨끗해져서 안구건조증 예방 및 완화에 좋다”고 했다. 안양윌스기념병원 관절센터 김승민 원장은 “반신욕·족욕도 훌륭한 민간요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정형외과에서도 만성 통증에 온찜질을 사용한다”며 “따뜻한 물을 이용한 민간요법은 실제로 통증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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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민선
◇“빙초산·된장 사용은 감염 위험”
벌레 물린 데 침이나 된장을 바르는 민간요법은 지양해야 한다. 많은 의사들이 이를 지적했다. 이춘택병원 정형외과 현환섭 과장은 “상처에 된장을 바르면 낫는다는 말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고, 오히려 염증을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안양윌스기념병원 관절센터 김승민 원장 역시 “벌레 물리거나 상처가 났을 때 된장이나 침을 바르면 거기에 서식하던 병균이 상처로 옮겨가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무좀에 걸린 발을 식초(빙초산)에 담그는 것도 위험하다. 안양윌스기념병원 뇌신경센터 구경모 원장은 “빙초산 원액은 화학화상, 피부 괴사 등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초를 섭취하려는 목적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연세베스트병원 정형외과 장철영 병원장은 “예부터 식초가 몸을 유연하게 만든다는 속설이 있어서, 관절을 부드럽게 하려고 식초를 섭취하는 이들이 있다”며 “입증된 방법이 아니고, 오히려 위 점막을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하라”고 말했다.

눈은 예민한 부위인 만큼, 근거 없는 민간요법을 섣불리 적용해선 안 된다. 혜안서울안과 이주용 대표원장은 “수돗물에는 미세 먼지, 박테리아, 기생충 등이 포함될 수 있어서 수돗물로 안구를 씻어내면 위험하다”며 “눈의 자연적인 눈물막이 손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앤빛안과 류익희 원장은 “눈 세정제도 마찬가지”라며 “눈물 속 라이소자임이 살균 작용을 하는데, 효과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눈 세정제를 쓰다간 이 라이소자임이 씻겨 나가 감염에 취약한 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이들의 휜 다리를 교정하기 위해 자는 동안 묶어 놓거나, 살 빼려 사우나를 하는 것도 의사들은 터무니없다고 봤다. 뉴본정형외과 임창무 원장은 “뼈가 휘어진 다리는 밴드로는 절대 교정되지 않는다”며 “다리를 끈으로 묶어두면 오히려 한쪽 인대가 느슨해져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자연세병원 내과센터 박진명 원장은 “사우나 후 체중이 줄어드는 건 체지방이 빠져서가 아닌 수분이 빠졌기 때문”이라며 “탈수는 어지럼증, 두통 등을 일으키고 심혈관계에 부담을 주므로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사우나를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 외에, 이춘택병원 정형외과 정호진 과장은 “근육이 뭉쳤을 때 피를 뽑아내는 사혈 역시 감염의 위험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며 “코피가 날 때 고개를 젖히는 민간요법도 혈액이 기도를 막히게 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칸비뇨의학과 윤철용 대표원장은 “온열봉으로 전립선을 자극하는 민간요법도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했다.

한편, ‘고혈압 약은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속설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제일정형외과병원 내과센터 김영택 원장은 “고나트륨식이, 신체 활동 저하, 비만 등으로 고혈압이 생긴 사람은 혈압 약을 복용하면서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주치의와 상의 후 약을 끊는 경우도 있다”며 “약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 때문에 치료 적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