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아의 ‘자양분’ 제공하는 재활센터… 전남·인천은 數 부족하고, 수도권은 서비스 質 낮았다 [조금 느린 세계]

"서울로 이사를 가야 하나 고민했어요."

취재하면서 다수의 발달장애 아동 부모에게서 들은 말이다. '발달재활 서비스 제공 기관'은 미성년자 발달장애 아동에게 유치원만큼, 어쩌면 더 중요한 기관이다. 정신·감각적 인지, 의사소통, 적응 행동 등 발달이 더딘 부분을 채워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강원특별자치도에 거주하고 있던 한 아동의 가정은 가장 가까운 센터가 집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어, 오랜 시간 이동이 버거운 아이를 데리고 가느라 수업이 있는 날마다 고초를 겪는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알려진 수도권으로 이사해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직장 때문에 체념해야 했다.

발달장애 아동 가정은 매 순간 다양한 문제와 제약에 부닥치는데, '어느 지역에 거주하는가'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진다. 지원, 인프라 그리고 혜택이 지자체마다 다르다. 시군구 지정을 받아 운영되는 발달재활 서비스 제공 기관도 거주지에 따라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달라지는 요소 중 하나다. 지역별 격차를 확인해 봤다. 산술적으로 계산한 값만 봤을 때 의외로 수도권은 서비스 공급률이 평균에 그쳤고, 품질 평가 결과도 좋지 않았다. 전남, 인천, 대전, 충북, 충남은 절대적인 서비스 공급량이 부족했다.

◇지역별 발달재활 서비스 제공 기관 수 따져봤더니?
지역별 만 19세 미만 발달장애아 수 대비 발달재활 서비스 제공 기관 비율을 직접 계산해 봤다. 발달재활 서비스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므로, 가장 최근 발표된 보건복지부 등록장애인 현황 통계자료(2023년 12월 31일 기준)에서 만 19세 미만 지적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 수를 추출해 더했다. 발달장애는 지적장애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총칭하는 질환이다. 아동 수를 분모로 두고, 지역별 발달재활 서비스 제공 기관 수를 분자로 비율을 계산했다. 지역별 발달재활 서비스 제공 기관 수는 '중앙사회서비스원 홈페이지'의 '제공 기관 검색'을 활용했다. 지난해 4분기 데이터까지 업데이트된 내용이다.

그 결과, 발달재활 서비스 공급률은 ▲대구(6.6%) ▲세종(6.2%) ▲강원(5.1%) ▲제주(4.9%) ▲울산(4.7%) ▲경북(4.6%) ▲전북(4.6%) ▲부산(4.3%) ▲광주(4.3%) ▲서울(4.2%) ▲경기(4.2%) ▲경남(4.1%) ▲충북(3.8%) ▲충남(3.8%) ▲대전(3.7%) ▲인천(3.5%) ▲전남(3.4%) 순이었다. 평균적으로 4.3%의 발달재활서비스 제공 기관이 있었고, 의외로 서울·경기 등 수도권은 평균을 하회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그래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그래픽>.

한편, 전문 기관에서 작성한 통계를 인용하지 않고 직접 산출한 이유는 지역별로 비교한 최신 데이터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2020년 발표한 '발달장애 통계 및 서비스 현황 조사'에 관련 내용이 있었지만 2019년 기준이라, 최신 데이터로 재산출했다.

◇전남·인천·대전·충북·충남, 기관 부족
주목해야 할 데이터는 상대적으로 발달재활 서비스 제공 기관이 부족하다고 확인된 지역(전남, 인천, 대전, 충북, 충남)이다. 부경대 사회복지학과 노법래 교수는 "전남, 인천, 충북, 충남 모두 권역이 매우 넓고, 일정 지역에만 발달재활 서비스 기관이 모여있어 통계상으로 보이는 수치보다 더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대전이 낮게 나온 것은 예상외의 결과인데, 마찬가지로 공급량을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행정구역 내 센터가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도 확인해봤다. 발달재활 서비스 제공 기관 수를 시군구로 따져보니, 전남·인천·충북의 일부 시군구에는 아예 제공 기관이 없는 지역도 있었다. 전남 진도군·신안군, 인천 옹진군, 충북 단양군 등이었다. 이 외에 권역이 넓은 강원(정선군, 고성군, 양양군), 경북(군위군, 청송군, 울릉군), 경남(고성군, 하동군) 지역에도 제공 기관이 없었다. 해당 행정구역들은 일부 시·군·구에 제공 기관이 몰려 있어, 통계상 부족한 지역으로 잡히지 않았지만 거주 위치에 따라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었다.

서울·경기도 등은 거주 인구가 많은 만큼 발달장애아 수도 다른 지역보다 매우 많다. 두 지역에 거주하는 환자 수가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발달재활 서비스 제공 기관이 많더라도 그 비율은 다소 낮게 산출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김미옥 교수는 "수도권에는 발달재활 서비스 제공 기관 외에도, 방과 후 활동 등 비슷한 기능을 하는 인프라가 다른 지역보다 다수 존재한다"며 "수도권보다는 농어촌 등 지리적으로 서비스를 누리기 어려운 곳부터 제공 기관 공급을 충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추산 비율이 높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발달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곳'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노법래 교수는 "분모에 들어간 발달장애아 수가 적어서 과대 보고됐을 수 있고, 센터 수는 많지만 일정 지역에 몰려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고려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 발달재활 서비스 제공 기관이 두 번째 많은 지역으로 산출된 세종에는 34개의 기관이 있는데, 절대적인 수로만 보자면 모든 행정구역에서 가장 적다.

◇수도권, 서비스 품질 ‘D·F 등급’ 많아
양만큼 질도 중요하다. 지난해 12월 31일 보건복지부는 처음으로 발달재활 서비스 제공 기관 품질 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공개했다(2024년도 활동 기준). 품질 등급은 A~F로 나뉘는데, 그중 낮은 D와 F 등급을 받은 기관 수의 비율을 지역별로 비교했더니, ▲서울(20.4%) ▲경기(18.5%) ▲전북(16.3%) ▲충남(16.2%) ▲대구(15.0%) ▲세종(14.3%) ▲충북(13.6%) ▲전남(13.2%) ▲대전(13.1%) ▲부산(12.6%) ▲인천(12.1%) ▲경남(11.4%) ▲경북(11.3%) ▲광주(10.3%) ▲제주(9.5%) ▲울산(8.5%) ▲강원(7.5%) 순으로 많았다. 평가를 받지 않은 기관은 제외하고 비율을 산출했다. 품질 평가 체계 개선 관련 보건복지부 용역 연구를 수행한 노법래 교수는 "현재 품질 평가는 발달재활 서비스 제공 기관이라면 충족해야 할 필요조건을 달성했는지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등급이 높은 곳은 기본을 지킨 곳 정도로 볼 수 있고, 낮은 곳은 개선해야 하는 곳"이라고 했다. 이어 "D·F 등급이 많은 지자체들은 서비스 질 컨트롤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품질 평가는 ▲기관 운영 ▲제공 인력 관리 ▲서비스 제공과 평가 ▲서비스 성과 ▲현장 평가 결과 총 다섯 개 영역 29개 지표로 평가됐다. 현장 평가 점수는 73점, 이용자·제공 인력 만족도 조사 결과는 27점의 비율로 평가 점수가 채점됐다.

◇발달재활 서비스의 양과 질, 지자체 관심에 달려 있어
발달재활 서비스 제공 센터의 질과 양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모두 입 모아 '지자체의 관심'을 꼽았다. 김미옥 교수는 "예산 한도는 정해져 있고, 취약 계층은 다양하다"며 "장애인 중 발달장애, 그중 아동기에 필요한 지원에 예산을 얼마나 할당할지는 지자체의 관심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이어 "발달재활 서비스의 양과 질이 부족하다고 확인된 지역은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발달재활 서비스뿐 아니라 방과 후 활동 등 발달장애 아동이 다양한 기회나 경험에 노출되도록 조기 지원 체계가 구축되면 좋겠다"고 했다.

변화는 지역별로 달라야 한다. 노법래 교수는 "부산은 밀집도는 높지만 산 등으로 공간적 접근도는 낮고, 서울은 특정 센터에 몰리는 경쟁률이 높다"며 "장애 아동을 위한 서비스는 특히 공간적인 제약이 매우 중요하므로, 발달장애 아동의 권리와 지역별로 다른 점을 고려하는 실증적인 연구를 지자체에서 진행해 제공 기관이 필요한 곳의 우선순위를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