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365] 술이 당뇨병 ‘사각지대’를 넓힌다

입력 2025.02.10 08:40
일러스트
사진=헬스조선DB
음주가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술을 마시면 간에서 포도당 생산이 저해되고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는 등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술이 당뇨병 조기 진단도 방해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관련 연구 소개합니다.

오늘의 당뇨레터 두 줄 요약
1. 술 많이, 자주 마시는 사람 당뇨병 조기 진단 놓치기 쉽습니다.
2. 건강검진 받을 때 당 부하 검사나 당화혈색소 검사 추가하세요!


과음이 초래하는 당뇨병 사각지대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꾸준히 건강검진을 해도 당뇨병 진단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이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는 남성 226명을 대상으로 공복혈당검사와 당 부하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공복혈당검사에서는 9%가 당뇨병으로 나타났지만 당 부하 검사에서는 20%가 당뇨병이었습니다. 당뇨병 전 단계 비율은 공복혈당검사에서 11%였지만 당 부하 검사에서는 31%에 달했습니다.

현재 국가건강검진에서는 당뇨병 진단을 위한 검사로 10~12시간 금식 후 혈액을 뽑아 혈당을 확인하는 공복혈당 검사를 진행하는데요. 공복혈당은 당일 컨디션, 전날 섭취한 음식, 운동량 등에 따라 쉽게 달라지며 검사 당일의 혈당 수치만 파악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공복혈당이 정상이더라도 다른 기준으로는 당뇨병 전 단계 혹은 이미 당뇨병일 수 있습니다.

알코올이 진단 결과 왜곡
음주량이 많은 사람의 공복혈당이 낮게 측정되는 원인 중 하나로 알코올로 인한 일시적 혈당 저하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알코올은 간에서 포도당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해 음주 후 혈당 수치가 낮아지는 ‘알코올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특히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보다 알코올 저혈당 위험이 높습니다.


장기적이고 과도한 음주로 인해 간과 췌장이 망가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연구를 주도한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진 교수는 “술을 과도하게 마시면 혈당을 대사하는 췌장과 알코올을 대사하는 간 기능이 모두 저하돼 공복혈당은 낮고 식후혈당은 높은 등 혈당 변동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음주로 인한 혈당의 급격한 변화가 진단 결과를 왜곡해 진단 시점에서는 혈당이 정상으로 측정될 수 있다”며 “공복혈당검사로는 음주가 혈당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술 먹고 난 뒤 저혈당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이상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술을 많이 마셔서 생긴 변화로 오인해 치료가 늦어지면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당뇨병이 진행될수록 합병증이 동반될 위험이 높아져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추가 검사 받아야
전문가들은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검사를 추가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대진 교수는 “술을 자주 먹는 사람은 공복혈당검사뿐 아니라 당 부하 검사나 당화혈색소 검사를 함께 받아 정확한 혈당 추이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도 2013년부터 국가건강검진에 당화혈색소 검사를 추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당화혈색소는 공복혈당보다 변동 폭이 적고 지난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치를 나타내므로 개개인의 혈당 수준을 가늠하는 데 용이합니다.

술 멀리하기 위한 방법
적극적인 선별검사보다 우선돼야 하는 것은 술을 멀리하려는 노력입니다. 본격적으로 절주나 금주하기 전, 알코올 의존도부터 파악해보세요. ‘CAGE 테스트’ 항목 중 두 개 이상 해당하면 알코올 의존도가 높은 것을 의미합니다. ▲C(Cutdown): 술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 ▲A(Annoyed): 술로 인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난 받은 적 있나? ▲G(Guilty): 술로 인해 죄책감을 느낀 적 있나? ▲E(Eye-opener):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술을 마신 적이 있나? 김대진 교수는 “흔히 ‘필름이 끊긴다’고 표현하는 블랙아웃 현상을 6개월 내로 두 번 이상 경험했거나 알코올성 간염, 지방간 등이 있는 경우를 알코올 중독의 위험 신호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술을 끊는 것이 힘들다면 김대진 교수가 권고하는 음주 습관부터 실천해 보세요. 음주 후 최소 이틀 이상 금주하고 술을 섞어 마시거나 혼자 마시는 것은 자제해야 합니다. 김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금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멀리하기 어려울 때는 음주량을 줄이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며 “과음하는 것을 제어해 줄 사람이 없는 ‘혼술’이나 알코올 흡수 속도가 빨라지는 섞어 마시기 등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슐린이나 당뇨약 복용 당일에는 술을 피해야 합니다. 그는 “술을 마시면 당뇨 약의 효과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질환을 악화시켜 혈당 조절이 더 잘 안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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