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이 안녕하길]

내가 사랑하는 자녀, 동생, 친구가 자해(自害)를 하면 기분이 어떨까요? 요즘처럼 마음 아픈 아이가 많은 시대에는 그리 드문 일도 아닐 것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이미 이런 상황 속에 놓인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속상하고, 대신 아프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도대체 어떤 것 때문에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왜 자해를 해서 주변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원망스러울 수도 있고요. 어떤 경우이든, 내가 사랑하는 이가 자해를 하루 빨리 멈추기를 바라는 마음은 매한가지일 것입니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면 피검사나 엑스레이와 같은 영상 검사로 원인이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치료를 받게 되지요? 자해도 똑같습니다. 자해는 마음이 아프다는 뜻이며,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그러므로 자해를 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도움을 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은 피검사 결과나 엑스레이 영상처럼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수 년간 하루에도 몇명 씩 손목을 긋고 병원에 오는 학생들을 진료해 온 제 입장에서도 처음에는 답답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많이 물어봤습니다. 왜 자해를 '할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이들의 심리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소위 '자해러'들의 마음을 이해하다 보니, 어떻게 하는 것이 이들을 효과적으로 도와주는 길인지 점차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몇 가지 도움될만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1. 도대체 자해는 왜 하는 것일까요?
자해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중의 하나는 '관심 받고 싶어서' '심심해서' '친구 따라서 하는 것'일 것입니다. '패션 자해'라는 말이 한 때 유행하기도 했지요. 물론 이 말이 완전히 틀리다는 뜻은 아닙니다.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이것이 자해 원인의 100%를 차지하지는 않습니다. 다음 그림을 한 번 보세요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면 피검사나 엑스레이와 같은 영상 검사로 원인이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치료를 받게 되지요? 자해도 똑같습니다. 자해는 마음이 아프다는 뜻이며,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그러므로 자해를 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도움을 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은 피검사 결과나 엑스레이 영상처럼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수 년간 하루에도 몇명 씩 손목을 긋고 병원에 오는 학생들을 진료해 온 제 입장에서도 처음에는 답답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많이 물어봤습니다. 왜 자해를 '할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이들의 심리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소위 '자해러'들의 마음을 이해하다 보니, 어떻게 하는 것이 이들을 효과적으로 도와주는 길인지 점차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몇 가지 도움될만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1. 도대체 자해는 왜 하는 것일까요?
자해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중의 하나는 '관심 받고 싶어서' '심심해서' '친구 따라서 하는 것'일 것입니다. '패션 자해'라는 말이 한 때 유행하기도 했지요. 물론 이 말이 완전히 틀리다는 뜻은 아닙니다.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이것이 자해 원인의 100%를 차지하지는 않습니다. 다음 그림을 한 번 보세요

행동주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은 위와 같은 과정에 의해 형성됩니다. '배가 고프다'는 선행사건이 있는데, 그에 따른 반응으로 '밥을 먹는다'는 행동을 해보니, '배가 부르다'는 결과, 즉 선행사건인 배고픔이 해소되는 결과가 나타나죠. 그러면 우리는 다음에 배가 고플 때 자연스럽게 밥을 먹게 되는 것입니다.

자해 또한 밥을 먹는 행동처럼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죽을 것만 같은 극심한 괴로움'을 느끼는 상태에서, '자해'라는 행동을 해봤더니, '일시적이지만 잠시 그 괴로움이 해소'되는 겁니다. 자해의 통증때문에 순간 주의분산이 되는 것이죠. 물론 시간이 지나면 흉터가 남고 자괴감이 드는 등 더 괴로워질 수 있습니다.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요. 이것이 자해의 단점입니다. 하지만 누구라도 죽을 것 같은 심적인 고통을 느끼는 순간에는, 당장 그 고통을 줄이는 것 이외에는 어느 것도 잘 생각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인간의 행동에는 그것이 학습된 맥락이 있지요. 자해하는 아이들이 자해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마치 '패션 자해' 같이 보이는 자해를 하는 아이들도, 그 행동의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위의 그림과 비슷한 메커니즘이 숨어 있습니다. 딱히 마음의 괴로움이 없는데 친구 따라 자해를 하면, 너무 아파서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저 그림이 바로 '자해러'의 마음 엑스레이와 같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 그럼 내가 사랑하는 이 ‘자해러’를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여기 까지만 읽으면 마치 '자해는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니, 그냥 놔두라는 건가?'하고 오해하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저도 진료실에서 보호자들께 위의 그림을 보여드리면, 이런 오해를 하셔서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당연히 자해는 건강하지 못한 행동이고, 고쳐야 합니다. 그런데 차가 고장 나면 보닛을 열고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야 고칠 수 있는 것처럼, 자해도 위의 행동 원리를 정확히 이해해야 줄일 수 있습니다.
먼저, "자해하지 마!"라는 말은 자해를 줄이는 데 별로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자해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선행하는 괴로움과 자해의 즉각적인 고통 감소 효과 때문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자해를 하지 말라는 말만 하는 것은 자해의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은 대응 방식입니다. 사랑하는 엄마가, 언니가, 친구가 자해를 하지 말라고 하면, 우리 아이들도 처음엔 참습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합니다. 참는다고 해서 선행하는 괴로움이나 자해의 즉각적인 고통 감소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모른 채 참다가 폭발하면 더 파괴적인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으려 숨어서 몰래 자해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들켜서 싸우게 되면, 그 싸움때문에 괴로워져서 또 자해를 하게 되고요. 진료실에서 이런 경우를 정말 많이 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고요? 우선, 자해 앞에 선행하는 저 '괴로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가 자해를 했을 때, 제일 먼저 할 일은 당장 응급실에 갈 정도로 많이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겠지만, 위급하지 않다면 자해라는 행동에 너무 초점을 맞추기보다 어떤 괴로움 때문에 자해를 하게 됐는지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학업이나 친구 관계에 관한 스트레스인지, 혹시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현재 우울이나 불안을 겪고 있는 것인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경청하고, 따뜻하게 "힘들었겠다"는 말 한 마디 건네어 주세요. "자해하지 마!"라는 말보다 백배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해결책을 같이 고민해주세요. 원인에 따라 해법은 다양할 것이나, 혹시 별일 아닌 것 같아도 절대 그렇게 말하지 말아주세요. 본인에게는 큰 일로 느껴지기에 괴로운 것이니까요. 나의 사랑하는 사람이 정말로 사소한 일을 너무나 크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면, 우울이나 불안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자해의 즉각적인 고통 감소 효과를 생각해봅시다. 사실 자해를 해도 저 효과가 없다면 자해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기는 쉽지 않겠죠. 대신에, 굳이 내 몸을 다치게 하지 않아도 자해의 즉각적인 고통 감소 효과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그것을 '자해의 대체 행동'이라 부릅니다. 대표적으로 차가운 온도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찬물 세수나 얼음물 마시기, 아이스 팩을 냉동실에 얼려두었다가 꺼내서 얼굴이나 목에 대고 있기와 같은 것들이죠. 차가운 온도는 우리의 부교감 신경을 자극시켜 감정적 흥분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외에는 격렬한 운동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제자리 뛰기, 스쿼트, 허공에 대고 펀치하기 등 입니다. 이런 방법들을 알려주고, 위기 상황에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만약 위의 두 가지 방법 모두 개인 기호에 맞지 않는다면,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도 됩니다. 느리게 심호흡하기, 좋아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주의를 분산시키는 방법 등 뭐든 좋습니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만, 저는 아이들에게 고무줄 튕기기를 권유하기도 합니다. 손목에 머리 고무줄을 감고 있다가, 자해 충동이 올라오는 순간에 칼로 긋는 대신 고무줄을 튕기는 거죠. 살이 잠시 붉어지지만, 칼로 그은 것만큼 상처가 나지는 않고 금방 가라앉습니다. 건강한 감정 조절기술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사용할 수 있는 자해 대체 행동으로 적합합니다. 그래서 저는 진료실에 아이스 팩과 고무줄을 구비해놓고 아이들에게 나눠 주기도 한답니다.
내가 사랑하는 이가 자해를 하고 있다면, 위와 같은 도움은 장기적으로 자해를 줄이는 데 분명 효과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전문가의 도움을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모든 인간의 행동에는 그것이 학습된 맥락이 있지요. 자해하는 아이들이 자해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마치 '패션 자해' 같이 보이는 자해를 하는 아이들도, 그 행동의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위의 그림과 비슷한 메커니즘이 숨어 있습니다. 딱히 마음의 괴로움이 없는데 친구 따라 자해를 하면, 너무 아파서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저 그림이 바로 '자해러'의 마음 엑스레이와 같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 그럼 내가 사랑하는 이 ‘자해러’를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여기 까지만 읽으면 마치 '자해는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니, 그냥 놔두라는 건가?'하고 오해하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저도 진료실에서 보호자들께 위의 그림을 보여드리면, 이런 오해를 하셔서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당연히 자해는 건강하지 못한 행동이고, 고쳐야 합니다. 그런데 차가 고장 나면 보닛을 열고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야 고칠 수 있는 것처럼, 자해도 위의 행동 원리를 정확히 이해해야 줄일 수 있습니다.
먼저, "자해하지 마!"라는 말은 자해를 줄이는 데 별로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자해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선행하는 괴로움과 자해의 즉각적인 고통 감소 효과 때문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자해를 하지 말라는 말만 하는 것은 자해의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은 대응 방식입니다. 사랑하는 엄마가, 언니가, 친구가 자해를 하지 말라고 하면, 우리 아이들도 처음엔 참습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합니다. 참는다고 해서 선행하는 괴로움이나 자해의 즉각적인 고통 감소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모른 채 참다가 폭발하면 더 파괴적인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으려 숨어서 몰래 자해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들켜서 싸우게 되면, 그 싸움때문에 괴로워져서 또 자해를 하게 되고요. 진료실에서 이런 경우를 정말 많이 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고요? 우선, 자해 앞에 선행하는 저 '괴로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가 자해를 했을 때, 제일 먼저 할 일은 당장 응급실에 갈 정도로 많이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겠지만, 위급하지 않다면 자해라는 행동에 너무 초점을 맞추기보다 어떤 괴로움 때문에 자해를 하게 됐는지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학업이나 친구 관계에 관한 스트레스인지, 혹시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현재 우울이나 불안을 겪고 있는 것인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경청하고, 따뜻하게 "힘들었겠다"는 말 한 마디 건네어 주세요. "자해하지 마!"라는 말보다 백배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해결책을 같이 고민해주세요. 원인에 따라 해법은 다양할 것이나, 혹시 별일 아닌 것 같아도 절대 그렇게 말하지 말아주세요. 본인에게는 큰 일로 느껴지기에 괴로운 것이니까요. 나의 사랑하는 사람이 정말로 사소한 일을 너무나 크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면, 우울이나 불안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자해의 즉각적인 고통 감소 효과를 생각해봅시다. 사실 자해를 해도 저 효과가 없다면 자해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기는 쉽지 않겠죠. 대신에, 굳이 내 몸을 다치게 하지 않아도 자해의 즉각적인 고통 감소 효과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그것을 '자해의 대체 행동'이라 부릅니다. 대표적으로 차가운 온도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찬물 세수나 얼음물 마시기, 아이스 팩을 냉동실에 얼려두었다가 꺼내서 얼굴이나 목에 대고 있기와 같은 것들이죠. 차가운 온도는 우리의 부교감 신경을 자극시켜 감정적 흥분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외에는 격렬한 운동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제자리 뛰기, 스쿼트, 허공에 대고 펀치하기 등 입니다. 이런 방법들을 알려주고, 위기 상황에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만약 위의 두 가지 방법 모두 개인 기호에 맞지 않는다면,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도 됩니다. 느리게 심호흡하기, 좋아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주의를 분산시키는 방법 등 뭐든 좋습니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만, 저는 아이들에게 고무줄 튕기기를 권유하기도 합니다. 손목에 머리 고무줄을 감고 있다가, 자해 충동이 올라오는 순간에 칼로 긋는 대신 고무줄을 튕기는 거죠. 살이 잠시 붉어지지만, 칼로 그은 것만큼 상처가 나지는 않고 금방 가라앉습니다. 건강한 감정 조절기술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사용할 수 있는 자해 대체 행동으로 적합합니다. 그래서 저는 진료실에 아이스 팩과 고무줄을 구비해놓고 아이들에게 나눠 주기도 한답니다.
내가 사랑하는 이가 자해를 하고 있다면, 위와 같은 도움은 장기적으로 자해를 줄이는 데 분명 효과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전문가의 도움을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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