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헬스케업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2022년 4월 ‘건강관리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회사를 설립한 지 약 2년 8개월 만이다.
롯데헬스케어 홈페이지 캡처
◇롯데헬스케어 ‘사업 철수’… 출범 32개월 만
지난 24일 롯데지주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100% 자회사 롯데헬스케어의 법인 청산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내년 상반기 중 청산 절차를 마무리하며, 롯데헬스케어의 모든 서비스 또한 이달 31일 일괄 종료할 예정이다. 롯데헬스케어가 25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테라젠헬스 역시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롯데는 2022년 4월 700억원을 출자해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하고 건강관리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준비 끝에 지난해 9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이용자 수가 약 20만명으로, 당초 예상치인 100만명을 한참 밑돌았다.
사업이 부진한 사이 실적은 악화됐다. 2022년 영업손실 112억원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230억원으로 영업손실 폭이 더 커졌다. 매출은 지난해 기준 8억원이다. 롯데지주가 지원을 위해 롯데헬스케어 유상증자에 참여해 500억원을 추가 출자하기도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롯데 측은 “헬스케어 시장 환경과 사업 방향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한 후 개인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은 지속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시니어 타운과 푸드테크 등 분야에서 그룹 차원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했다.
지난 7월 3일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바이오 캠퍼스 착공식에서 롯데 신동빈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CDMO에 집중… 공장 건설에 4.6조 투자
롯데헬스케어가 2년여 만에 물러나면서, 같은 해 설립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인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롯데그룹 4대 신사업 테마 중 하나인 ‘바이오 앤 웰니스’의 핵심 법인이다. 2022년 12월 미국 시러큐스에 위치한 BMS의 공장을 인수해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 진입했으며, 2030년까지 약 4조6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제조경쟁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현재 인천 송도에 연면적 6만1191평(20만2285.2㎡), 총 생산 36만 리터 규모 공장도 짓고 있다.
CDMO는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저위험 고마진’사업으로 주목 받는 사업이다. 롯데가 화력을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체 개발·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의 CDMO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신약 개발과 비교하면 위험 부담 역시 적다.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생물보안법으로 인해 현지 기업과 중국 기업 간 기존 거래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국내 CDMO 기업에는 호재다.
다만, 오랜 기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기존·신규 기업과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것은 숙제다. 특히 CDMO는 사업 특성상 정보 보안이 중요해, 신규 기업의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짧은 호흡의 사업에 익숙한 기업들이 오랜 시간 치밀한 전략 하에 끊임없이 투자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기업만의 특화된 전략을 갖고 사업 모델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