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 100개면 치료법도 100개… 인공지능과 협진한다

입력 2024.12.11 09:53

[헬스특진실] 중앙대병원 뇌혈관센터

65세 남성 김모씨는 자녀들의 선물로 프리미엄 건강검진을 받게 됐다. 검진 결과, 10대 암과 심장 혈관에서는 별 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뇌는 아니었다. 뇌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 촬영 결과, 5㎜ 크기의 '뇌동맥류'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뇌혈관 파열 위험이 있으니 시술이나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검진 센터 의료진의 갑작스러운 얘기에 김 씨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당장 치료를 시작하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환자마다 양상 다양… 치료법 결정 쉽지 않은 뇌동맥류

'뇌동맥류'는 뇌동맥의 일부분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혈관질환이다. 유전적 요인과 흡연, 음주, 고지방 식이 등의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쳐 발병한다. 한 번 파열되면 약 20%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파열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흔히 '시한폭탄'에 비유되곤 한다.

중앙대병원 뇌혈관센터 의료진들이 뇌혈관중재시술을 집도하는 모습. /중앙대병원 제공
뇌동맥류가 파열되는 걸 막으려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그러나 진단됐다고 해서 모두 치료해야 하는 건 아니다. 위치, 모양, 크기, 환자의 연령,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위험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앙대병원 뇌혈관센터 남택균 센터장(신경외과 교수)은 "뇌동맥류는 환자의 상황에 따라 적합한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치료가 필요하다면 시술인 코일색전술을 할지 수술인 클립결찰술을 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뇌동맥류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뇌동맥류는 100개가 있으면 치료법도 100개다. 비교적 안전한 위치에 있거나 터질 위험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면 경과 관찰만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은 위기감을 조성해 곧바로 치료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경험이 부족한 의료진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 다 수술하거나 혹은 시술해버리는 사례도 종종 있어 왔다.

◇"인공지능과 세부 전문의들의 협진으로 치료 결정"

중앙대병원 뇌혈관센터는 인공지능(AI) 영상촬영 판독을 기반으로 뇌동맥류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또 뇌혈관질환 수술 명의인 권정택 중앙대병원장과 뇌혈관센터장인 남택균 신경외과 교수를 중심으로 신경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등 세부 전문의들이 신속한 다학제 협진을 통해 뇌혈관질환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한다.

남택균 센터장은 "여러 과 의료진들이 실시간으로 환자의 치료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등 뇌동맥류 치료에 있어 실질적인 협진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뇌혈관질환 전용 패스트트랙 시스템을 가동해 뇌동맥류는 물론 뇌졸중, 뇌혈관기형 등 다양한 뇌혈관질환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응급진료시스템을 24시간 운영한다"고 말했다 그는"개두술과 색전술, 혈전제거술 모두 가능한 하이브리드 의료들이기 때문에 좋은 치료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센터는 최신 혈관조영술 장비를 추가 도입해 중재 시술 치료를 강화하고, 인공지능 CT, MRI, 뇌혈류 초음파 등 다양한 검사 장비들을 구축해 정확한 진단과 안전한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중앙대병원은 보건복지부 뇌졸중 치료 적정성 평가에서 10회 연속 1등급을 기록하며 뇌혈관치료에 있어 환자를 신속하게 치료하면서 후유증과 재발을 최소화하는 성과를 보이는 우수한 의료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