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격 제한은 언제? 그만둔 노인들 분석해보니…

입력 2024.05.23 20:00
운전대를 잡고 있는 노인
사진=헬스조선DB
고령층이 스스로 운전을 그만두는 시점이 인지장애, 성별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지난 20일 고령자의 운전 자격을 제한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전 능력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야간·고속도로 운전을 금지하는 ‘조건부 면허제’를 도입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동권 침해 논란이 일자 하루만인 21일 “조건부 운전면허는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젊은 운전자에 비해 과속하거나 악천후, 야간 또는 음주한 상태에서 운전할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반응 시간, 시력, 인지기능 저하 등 퇴행성 변화로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다만, 연령을 기준으로 운전을 제한하는 건 개인의 이동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공중보건학적인 측면에서도 부적절하다. 운전하지 못하는 고령자는 고립돼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 신경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는 지난 2010년 ‘임상치매척도(CDR) 1 이상’이 운전 제한 시기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지표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CDR은 정상적인 인지기능인 0부터 심각한 치매인 3단계로 나뉜다. 그런데 1982년 개발된 CDR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만큼 심각한 인지장애를 감지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운전 제한 시기를 예측하데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고령자가 운전대에서 물러나는 것과 관련된 요인들을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운전하며 인지장애가 없는 평균 연령 72세의 고령자 283명을 모집했다. 그런 다음 이들을 평균 5.6년 간 추적 관찰하며 각 참가자가 운전을 중단한 시기와 그 요인을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연구를 시작할 때는 물론 매년 인지기능을 평가받았다. 인지기능 평가에는 CDR과 CDR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미묘한 인지기능의 변화를 감지하도록 설계된 ‘전임상 알츠하이머 인지 종합 점수(PACC)’가 포함됐다.

연구 기간, 24명이 운전을 중단했고 15명이 사망했으며 46명이 CDR 1 이상의 인지장애를 겪었다. 운전을 중단할 사람을 예측하는 세 가지 요인은 인지장애, PACC 악화, 여성이었다. CDR에서 0.5점 이상을 획득한 사람들은 0점을 유지한 사람들에 비해 운전을 중단할 가능성이 3.5배 더 높았다. 또 PACC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운전을 중단할 가능성이 30% 더 높았다. 마지막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연구 기간 운전을 중단할 가능성이 4배 높았다.

연구의 저자이자 신경학과 전문의인 바불랄(Babulal) 교수는 “의사들은 고령의 환자들에게 운전 중단에 대해 조언하지 않는데 이는 건강한 노화를 촉진할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 것과 같다”며 “또 우리 연구 결과는 고령의 남성 운전자가 조금 더 일찍 운전 중단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의 학술지 ‘신경학 (Neurology)’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