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고소하고 진한 우유맛 느끼려면 얼려라? [주방 속 과학]

입력 2024.03.03 10:00
우유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유를 얼렸다 녹이면 더 고소하고 달콤한 우유를 맛볼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유를 얼린 후 뒤집어 컵 위에 고정한다. 녹은 우유가 전체 우유의 절반이 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끝이다. 드립 커피 틀을 이용해, 필터 위에 얼린 우유를 놓은 후 녹이는 방법도 있다.

물은 0도 이하로 떨어지면 수분 분자끼리 얼음 결정을 형성하며 동결된다. 이때 단백질, 유지방 등 다른 영양성분과 분리된다. 유지방, 당, 단백질 등 성분은 물보다 녹는점이 높아서, 얼린 우유를 뒤집어 녹은 우유를 모으면 물을 뺀 나머지 영양성분들이 먼저 모인다. 녹은 우유는 얼린 우유의 50% 정도만 모으면 된다. 900mL 우유를 냉동해 녹였다면 450mL 정도, 500mL 우유를 사용했다면 250mL를 모으면 되는 식이다.

기존 우유는 물을 약 87% 함유하고 있는데, 절반으로 농축하면 수분 함량이 절반 이상 줄어 적당히 풍미가 강해진 우유를 즐길 수 있다. 얼음결정을 최대한 크게 얼릴수록 녹였을 때 당, 유지방, 단백질 등 영양성분 함량이 더 높아진다. 순천제일대 커피바리스타&외식조리과 임재홍 교수는 "냉동 증류법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만든 우유는 확실히 더 맛있다"며 "우유 풍미가 유지방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우유 2잔 값으로 1잔만 즐길 수 있다는 아쉬움은 있다.

냉동 증류법은 식품 성분의 변성이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간단하게 물 성분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부터 주목받아 왔다. 이렇게 농축한 우유는 라테, 제빵 등 다양한 곳에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우유를 얼릴 땐 너무 오래 냉동실에 보관하면 안 된다. 단시간 동결로는 영양 파괴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 달 이상 우유를 얼려두면 단백질 구조와 성상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또 녹일 때 위생도 고려해야 한다. 임재홍 교수는 "아무래도 외부에 노출된 상태로 녹이므로 미생물이 번식하는 등 위생상 안 좋을 수 있다"며 "서늘한 곳에서 가능하면 밀봉해서 녹이고, 당일 소진하는 게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