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확산, 어린이 약값 아까워하는 정부 탓?

입력 2023.11.29 19:00
어린이기침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을 휩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우리나라에서도 계속 확산하고 있다. 어린 아이를 둔 부모를 불안에 떨게 한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코로나19처럼 새로운 호흡기 감염병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한 병이라 원인이 마이코플라즈마균이라는 것도 알고, 완치약이 무엇인지도 잘 알려졌다. 그런데도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왜 이렇게 난리인 걸까? 그 원인은 소아청소년 약값을 아까워하는 정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성률 높은 약만 보험 적용, 필요한 약 쓰면 페널티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치료에 사용하는 항생제(항균제)는 크게 두 종류이다. 첫 번째는 마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이다. 유·소아 마이코플라즈마폐렴 치료는 우선으로 마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를 사용토록 되어있다. 사용 후 72시간 내에 호전되면 마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를 계속 사용한다.

두 번째는 테트라사이클린계 또는 플루오로퀴놀론계 항생제다. 두 약제는 마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일 때 사용한다. 마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에 내성이 있을 땐 마크로라이드 항균제는 유지하며 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마크로라이드 항생제보단 테트라사이클린계 또는 플루오로퀴놀론계 항생제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테트라사이클린계 또는 플루오로퀴놀론계 항생제를 사용하면 정부가 의사에게 페널티를 준다는 것이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마크로라이드 폐렴균의 약 90%는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에 내성이 있어, 상당수의 마크로라이드 폐렴환자는 테트라사이클린계 또는 플루오로퀴놀론계 항생제 사용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유·소아 환자에게 테트라사이클린계 또는 플루오로퀴놀론계 항생제를 사용했을 때 페널티를 준다.

대한아동병원협회 최용재 회장은 "아이들을 치료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특성상 치료제 사용에 굉장히 보수적이다"며 "안전성과 효과를 매우 엄격하게 따지는데도 '오프라벨'이라도 약을 사용한다는 건 그 약이 아이를 치료하는 데 필수적이란 얘기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그러나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에 테트라사이클린계 또는 플루오로퀴놀론계 항생제를 사용하면, 정부가 수가(건강보험공단과 환자가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 의료행위에 대해 제공하는 비용)를 삭감해 의사와 병원이 손해를 입게 한다"며 "사실상 정부가 적절한 치료를 막는 셈이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수가를 삭감하는 이유는 있다. 테트라사이클린계와 플루오로퀴놀론계 항생제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치료용으로는 허가를 받지 않았기에, 이 약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에 사용하면 '허가 외 사용(오프라벨)'이라는 이유다. 그러나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 내성 유·소아에겐 테트라사이클린계 또는 플루오로퀴놀론계 항생제가 효과적이라는 여러 과학적 근거가 존재한다.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나재윤 교수는 "국내에서 퀴놀론제의 경우 성장기 소아청소년에게 연골의 미란 발생 가능성으로 18세 이상에서, 테트라사이클린제의의 경우 조직의 과색소화, 치아 형성저하, 치아 착색 등의 부작용으로 12세 이상에서 허가되어 있다"고 밝혔다. 나 교수는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실제 아이들에게 테트라사이클린 혹은 퀴놀론제를 투여해도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보고된다"고 말했다.

◇중증화 위험 큰 사례 늘어… '최적의 치료' 체계 시급
소아청소년 전문가들은 마크로라이드 항생제 내성이 있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에게 테트라사이클린계 또는 플루오로퀴놀론계 항생제의 적절한 사용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한다. 특히 최근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과 인플루엔자, 독감, 아데노 바이러스 등에 동시 감염되는 사례가 많아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했다.

최용재 아동병원협회장은 "마크로라이드 항생제 내성이 있는 아이들도 많지만 동시에 여러 종류의 호흡기 바이러스와 균에 감염된 아이들의 사례가 상당하고, 이는 중증화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경우 2차 항생제로 빠르게 약을 변경하거나 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를 추가로 사용해야 중증화를 막을 수 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부의 정책 때문에 제때 아이들의 폐렴 중증화를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했다.

나재윤 교수도 "유·소아의 경우, 독감이나 코로나 감염으로 심한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에 감염되면 호흡곤란과 흉막액삼출 등의 합병증을 동반한 심한 폐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마크로라이드에 내성이 있는 균주라면 초기 치료에도 병이 진행되어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 교수는 "아이의 폐렴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당연하게도 적절한 치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