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실 ‘빡’ 소리 나게 집어넣었다간… 치아 흠집 나고, 잇몸 더 망가져"

입력 2023.11.27 07: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치주 질환 명의’ 세브란스병원 치주과 정의원 교수

세브란스병원 치주과 정의원 교수./사진=세브란스 병원 제공
양치를 하다 피가 나온 경험이 있는가? 많은 사람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물로 대충 입안을 씻어낸다. 그러나 잇몸 출혈은 잇몸 염증의 신호일 수 있다. 염증을 가볍게 여겼다간 잇몸뼈가 녹아내려, 치아가 빠질 수 있다. 잇몸 염증은 우리 몸속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며 전신에 세균을 퍼뜨린다. 치주 질환을 조기에 잡을 순 없을까? 치주 질환 명의인 세브란스병원 치주과 정의원 교수에게 물어봤다.

세브란스병원 치주과 정의원 교수./사진=세브란스 병원 제공
- 치주 질환이란 무엇인가?
치주 질환은 치아 주변을 감싸는 조직인 치주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치주 질환은 치은염과 치주염으로 나뉜다. 우선, 잇몸은 크게 치아 겉을 감싸는 ‘연조직’과 치아 밑을 잡아주는 ‘뼈’ 로 구성된다. 치주질환 초기엔 염증이 연조직에만 발생하는데, 이를 ‘치은염’이라고 부른다. 치은염이 지속돼 염증이 심해지면 치아 밑을 감싸는 잇몸뼈인 치조골에 염증이 생긴다. 방치하면 치아 뿌리를 잡아주는 치조골이 녹아 버린다. 이 단계가 치주염이다. 치조골이 없어진 정도에 따라 치주염은 초기, 중기, 말기로 분류하기도 한다.

-치주 질환 국내 유병률은?
치주 질환은 5년째 전체 진료 과목 중 외래 환자 수 1~2위를 차지한다. 40~50대의 경우 4명 중 1명이, 60~70대는 4명 중 2명이 치주염에 걸린다고 보면 된다. 유병률 증가엔 2013년 스케일링 시술이 연 1회 한도로 건강보험 적용되면서 치주 질환 진단이 더 빨라진 게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치은염과 치주염의 증상 차이는?
치은염과 치주염은 증상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둘 다 딱 참을 수 있을 만큼 아프다. 욱신욱신하고, 잇몸에 이물감이 느껴진다.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아파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호전된 느낌이 든다. 몸 상태가 좋은 날엔 통증이 사라지고, 나쁜 날엔 또 통증이 발생하는 식이다. 많은 사람이 잇몸이 아파도 치과 방문을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치주 질환은 조기 진단이 어려운 편에 속한다.

치은염은 조기에 발견하고 제때 치료를 하면 건강한 이전의 잇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치과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편함이 지속되면 치주염이 꽤 진행된 상태다. 치주염 단계는 잇몸의 회복이 어렵다. 사실상 치료해도 더 심해지지 않도록 현 상태를 유지하는 정도로밖에 안 된다. 소실된 치조골도 일부만 재생시킬 수 있다.

-치주 질환의 원인은?
원인은 비위생적인 구강 환경이다. 양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세균, 치태, 치석이 생성되고, 잇몸에 염증을 일으킨다. 다만, 염증 진행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면역력이 좋은 사람은 양치질을 잘 하지 않아도 잇몸 문제가 느리게 나타난다.

-치주 질환에 취약한 사람들이 따로 있는가?
드물게 가족력이 치주 질환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부모님이 젊은 나이에 여러 개의 임플란트를 식립했다면 본인 역시 잇몸이 빨리 나빠질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가족력에 영향을 많이 받은 젊은 20대 초반 환자도 치주 질환에 의해 치아를 뽑는 경우가 있다. 가족력이 있다면 검진 시 가족도 함께 내원해 검진받는 게 좋다.

-조기에 알아차릴 수 있는 치주 질환 신호는?
주요 신호는 잇몸 색과 출혈 여부다. 양치질할 때 잇몸의 색을 확인해 보자. 건강한 잇몸 색깔은 옅은 분홍색이다. 잇몸의 특정 부위가 유난히 더 빨갛게 보이거나, 잇몸 전체가 일관된 색이 아닌 울긋불긋하게 보인다면 잇몸 염증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주관적인 부분이라 색깔만으로 염증 여부를 판단하기 까다롭다.

가장 정확한 신호는 출혈이다. 잇몸이 정상 상태라면, 양치질하거나 식사를 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나면 안 된다. ▲양치 거품을 뱉었는데 피가 보이거나 ▲음식을 먹다가 입안에서 피가 나거나 ▲침을 뱉어봤더니 피가 섞여 나왔다면 잇몸 어딘가에서 염증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보통 치은염 단계일 때 잇몸에서 피가 난다. 통증도 있고, 이가 흔들리는 느낌까지 있다면 치주염 중기 이상으로 넘어간 상태일 수도 있다.

세브란스병원 치주과 정의원 교수./사진=세브란스 병원 제공
-치주 질환의 진단은 어떻게 하는가?
진단은 ‘탐침’을 활용한다. 탐침은 눈금이 표시된 뾰족한 기구로, 치아와 잇몸 사이 틈에 집어넣어 잇몸의 깊이를 측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눈금으로 치조골의 파괴 정도를 알 수 있다. 건강한 잇몸의 깊이는 약 3mm 이내다. 그 이상은 치주 질환으로 진단한다. 탐침의 깊이는 치료 선택의 기준이 된다. 엑스레이도 활용한다. 전체적인 치조골 높이가 정상인지 파악하기 위함이다. 치아 전체의 잇몸선이 특정 치아에서 2~3mm 정도 더 내려갔거나, 2~3개 내지로 갈라진 어금니 뿌리 사이가 꽉 메워져 있지 않고 까맣게 비어 보이는 경우 치주 질환이 꽤 진행된 단계로 본다.

-어떻게 치료하는가?
치은염 치료는 스케일링을 진행한다. 눈에 보이는 치석들을 다 제거하는 것이다. 세균의 은신처인 치석을 제거해야 세균의 수를 줄일 수 있다. 치주염의 경우 치석들이 잇몸 사이 틈으로 뿌리를 타고 내려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치석들을 제거하기 위해선 ‘치은연화 소파술’ 등을 진행해야 한다. 기구를 잇몸 깊숙이 넣어 염증과 치석들을 직접 긁어내는 치료법이다. 치아 뿌리 사이까지 치석이 덮어버렸다면 잇몸을 절개하는 수술을 진행한다. 잇몸을 열어 염증을 모두 긁어낸다. 치조골을 이식하는 잇몸 재생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치주 질환이 전신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어떤 위험성이 있는가?
치주 질환은 혈관 질환과 관련 있다. 겉으로 봤을 때 우리 몸은 모두 세균이 몸속에 들어올 수 있는 통로가 없다. 그러나 유일하게 뚫려 있는 부위가 바로 구강이다. 특히 치아와 잇몸 사이 존재하는 미세한 틈 사이로 세균이 들어올 수 있다. 유입된 세균은 혈관을 타고 전신을 돌아다닌다. 면역세포는 몸 안으로 들어온 세균과 싸우기 위해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그 과정에서 주변 조직들이 파괴되기도 하고, 취약한 부위에 쌓인다. 심내막염 위험이 있는 환자들에게 잇몸 치료 시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세균이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이 외에도 치주 질환이 치매 등 뇌혈관 질환, 당뇨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발표됐다. 발기 부전과 치주염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 결과도 있다. 

-워터픽은 치주 질환을 예방할 수 있나?
도움은 된다. 그러나 워터픽은 양치 보조 도구로 생각해야 한다. 설거지할 때 물만으로는 기름 묻은 그릇은 아무리 씻어도 깨끗해지지 않는다. 워터픽도 같다. 물로 씻어내면 음식물 덩어리는 제거될진 몰라도 그릇의 기름기는 남는다. 수세미로 닦아내야 깨끗하게 세척된다. 워터픽은 치아 사이사이에 낀 큰 음식물 덩어리를 빼내는 정도의 역할만 한다.

워터픽은 양치 전에 사용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음식물 덩어리를 제거해야 양치를 할 때 칫솔이 치아의 넓은 구석구석까지 닿을 수 있다. 치간칫솔과 치실도 애벌용으로 잘 활용하면 치주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치간칫솔과 치실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
치조골 소실 정도에 따라 사용법이 다르다. 보통 20~30대는 치아 사이의 잇몸이 꽉 차 있어 치간칫솔이 잇몸 사이로 잘 들어가지 않는다. 억지로 치간칫솔을 집어넣으면 잇몸에 상처가 나서 오히려 잇몸이 나빠질 수 있다. 잇몸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젊은 사람은 치간칫솔보다 치실을 사용하는 게 맞다. 잇몸이 내려간 치주 질환 환자는 치간칫솔 사용을 권장한다. 치간칫솔은 크기 선택에 신경 써야 한다. 크기는 잇몸에 너무 뻑뻑하게 들어가지 않을 만큼이 좋다.

치실도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치아와 치아가 맞닿는 접촉면 사이에 ‘뻑’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한 힘으로 치실을 집어넣으면 치아 표면이 손상될 수 있다. 잇몸에 상처가 나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치실의 굵기가 가늘어도 동일하다. 치실 사용 시 치아와 치아 사이를 톱질하듯 천천히 넣고, 닦아낸다. 사용한 치실을 다시 사용하면 안 된다. 다 쓴 치실은 손가락에 감고, 새로운 치실 면적으로 치아 표면을 닦아준다.

치실
치실 사용 시 치아와 치아 사이를 톱질하듯 천천히 넣고, 닦아낸다.​/사진=정의원 교수가 선보이는 올바른 치실 사용법

치실
치아와 치아가 맞닿는 접촉면 사이에 ‘뻑’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한 힘으로 치실을 집어넣으면 치아 표면이 손상될 수 있다./사진=정의원 교수가 선보이는 잘못된 치실 사용법
-인사돌, 이가탄 등 잇몸약이 정말 치주 질환에 좋나?
잇몸 질환은 원인 요소가 명확하다. 원인을 제거해 조절하는 게 치료다. 많은 사람이 치과에 오기 싫다는 이유로 잇몸이 병들어도 잇몸약으로 해결하려 한다. 그러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잇몸약 광고 마지막에도 치과의사와 상담해야 한다는 문구가 나온다. 근본적인 치료 없이 환자 본인이 잇몸약만으로 증상을 해결하려 했다간 오히려 증상이 더 악화할 수 있다. 잇몸약은 치료 이후 유지 관리 차원에서 먹는 영양제다.

-치주 질환 환자들에게 마지막 한마디?
치주 질환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한 번 무너지진 잇몸을 되돌리기 어렵다. 증상이 없더라도 스케일링을 받고, 정기 검진을 통해 미리 예방해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치주과 정의원 교수./사진=세브란스 병원 제공
정의원 교수는…​
연세대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연세대병원에서 치주과를 수련한 이후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치주과학교실 교수로 재직 중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장기 연수를 통해 교수로 강의한 이력이 있다. 주요 진료과목은 급속진행치주염, 난치성치주질환, 심미임플란트 등이다. 치과 연구 발전에 성과를 내 2018년부터 3년 연속 국제임플란트학회에서 안드레 슈뢰더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연세대 치과병원 부원장을 역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