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 유행 계속되지만… 코로나19처럼 '방역' 안 하는 이유

입력 2023.06.10 18:00

코로나 검사
엠폭스는 전파 경로가 ​제한적이고, 감염 취약집단이 명확해 코로나19에 적용했던 3T 전략​이 불필요하다. ​ /게티이미지뱅크
치명률은 낮지만 전 세계적으로 엠폭스의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전파율도 약하고, 특별한 치료 없이도 치료되는 질환이라지만 어쨌든 감염질환이다보니 불안해하는 사람이 적진 않다. 그렇지만 코로나19와 달리 엠폭스는 우리나라 방역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3T 전략 (testing(검진)-tracing(추적 관찰)-treatment(치료))'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주간 건강과 질병' 최신호에 따르면, 질병관리청 감염병대응과는 엠폭스 유행에 크게 영향을 받는 집단이 따로 있기 때문에 역학조사와 예방관리 정책 전반을 맞춤형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중 질병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고령층, 기저질환자, 감염취약시설 입원자 등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여 이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정책을 마련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질병청은 "제한적 전파 경로, 명확한 감염 취약집단 등 엠폭스의 역학적 특성과 자연치유가 가능하며 중증 이환 빈도는 낮다는 임상적 특성을 고려할 때, 3T로 대표되는 초기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미 엠폭스의 감염 취약 집단이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남성(gay, bisexual and other men who have sex with men, MSM)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3T 전략 방식은 그 자체로 조사 대상에게 낙인효과를 유발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연구팀은 "현재까지의 국내 역학조사 결과, 가족이나 직장에서의 엠폭스 2차 감염 사례는 없다"며 가능성이 매우 낮은 접촉자를 모두 확인하기 위해 개인의 성적 지향을 만천하에 알리고 사회적 낙인을 유발한다면, 이는 올바른 공중보건 정책이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질병청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공중보건 종사자와 일반 시민 모두가 집중적인 동선 추적을 바탕으로 한 역학조사에 익숙해지긴 했으나, 이는 시민의 건강 보호라는 공중보건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개개인의 개인정보 및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일부 희생하는 것임을 지적했다. 감염병 위기 상황이 아닌 경우, 정당화되기 어려운 면이 있으므로 법과 윤리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질병청은 "엠폭스라는 질환의 중증도와 전파의 수준이 높지 않음에도 성접촉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과도한 수준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면 부적절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파 차단이라는 역학적 가치와 환자 개인정보 및 인권 보호라는 사회적 가치가 양립할 수 있도록 적절한 수준의 대응이 필요하다"며, "그간의 조사 경험으로 보아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환자와의 협력적 관계 형성을 통한 참여 유도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 서태평양 지역에서 엠폭스 발생이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병청은 "초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국내 유행 또한 더욱 큰 규모로 확산할 수 있어 예방관리 정책 방향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역학조사 과정에서 확진자의 권리 보호와 전파 차단 양립을 위한 노력 ▲부적절한 낙인과 차별 예방 ▲감염 취약 인구집단에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위험 소통 전략 개발·지속 ▲백신 접종 등 예방 조치▲의심 환자의 진단검사 ▲확진 환자의 접촉자 조사 과정에 적극적인 참여 독려가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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