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안전상비약 13종, 10년째 그대로… 국민 62% "품목 수 확대 필요"

입력 2023.05.30 16:24

발언하는 이주열 교수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가 30일 안전상비의약품에 대한 대국민 수요조사 결과와 관련해 대정부 정책 제언을 전달했다./사진=이채리 기자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해 출범한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가 30일 안전상비의약품에 대한 대국민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인식조사 결과에 기반한 대정부 정책 제언을 전달했다.

안전상비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전 없이 기존에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었던 일반의약품 중 주로 가벼운 증상에 한해 환자 스스로 판단해 시급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국 외 판매 의약품’이다. 약국뿐만 아니라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점포에서 구입할 수 있다.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구매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20개 품목 이내의 범위에서 정한다. 현재 해열진통제 5종, 종합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붙이는 소염진통제(파스) 2종으로 구성된 13개 품목이 판매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2년 7월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지정한 13개 품목을 발표하며 제도 시행 6개월 후 중간 점검, 시행 1년 후 품목을 재조정키로 했지만, 10년이 경과된 지금까지 점검 및 품목 조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약사법에서는 안전상비의약품을 20개 품목 이내의 범위로 규정하지만, 아직까지 법률 신설 당시 결정된 13개 품목에 머물러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서울시보건협회,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미래건강네트워크, (사)행복교육누리, 그린헬스코리아, 한국공공복지연구소, 공공정책연구소, (사)소비자공익네트워크 9곳으로 구성된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는 기자 간담회를 통해 보건복지부로 하여금 안전상비의약품 제도에 대한 정기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지정심의위원회 운영 제개로 약사법을 준수하기를 촉구했다.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는 ”국민들은 약국이 영업하지 않는 심야시간에 열이 나거나 몸이 아프면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구입해 병·의원 및 약국의 공백시간을 해결한다”며 “안전상비약 제도는 안전성 담보가 가능한 선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고려한 품목 확대 및 재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와 관리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소비자 공익네트워크가 진행한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만19~69세 미만 남녀 소비자 1000명)의 94.4%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제대에 대해 알고 있고, 71.5%가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안전상비약 구입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62.1%는 ‘품목 수가 부족해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41.3%는 편의점에서 필요한 의약품을 구입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는 ‘찾는 약이 편의점에 없어서’가 59.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서 ‘찾는 약이 안전상비약이 아니어서’가 40.7%로 뒤를 이었다. 확대 및 개선 방향에 대한 응답은 새로운 효능군 추가(60.7%), 새로운 제형 추가(46.6%), 기존 제품 변경・추가(33.6%) 순으로 확인됐다. 소비자 공익네트워크 이영주 사무총장은 품목 확대와 관련해 "(조사 결과에서)10명 중 7명꼴로 지사제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았고, 이는 기존 연구들에서도 꾸준히 제기되어 온 요구"라면서도 "소아용 감기약과 소화제에 대한 수요가 새로 형성된 것은 응급상황 시 이용률이 높은 편의점 안전상비약의 특성상 영유아의 부모중에서 수요가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안전상비의약품 제도의 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을 발표한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는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하는 건강관리의 핵심 방향인 자기건강관리(self-care)와 적극적 건강관리(positive care)의 측면에서 안전상비약 제도를 적절한 보건정책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수요조사 결과와 관련해서는 “이용자의 41.3%는 필요한 의약품을 충분히 구입하지 못하고 있어,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시에는 국민의 선호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품목 확대 및 재편과 관련해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전문단체에서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복지부가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와 지식을 갖고 안전상비약을 올바르게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헬스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는 "최근 공공심야약국 법안이 통과되며 약사들의 노고로 저녁시간까지 의약품 구입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새벽시간대나 약국 자체가 적은 도서산간 지역은 사각지대로 남아있다"며  "정부가 2012년에 이미 안전상비약 제도를 제정하며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국가 재정을 할애하면서까지 공공심야약국을 제도화 한 배경에는 두 제도 간 상호보완 기능을 기대한 결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구체적인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다른 단체들과의 협의 등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선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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