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선크림, 해양생물을 죽인다? [건강해지구]

입력 2023.05.23 09:45
선크림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여름은 선크림의 계절이다. 물놀이할 때도 예외는 아니다. 선크림을 몸에 꼼꼼히 발라야 화상을 예방할 수 있어서다. 올여름 해변으로 휴가 갈 계획이 있다면, 평소 바르던 선크림의 성분표를 확인해보자. 해양 생물에 유해한 성분이 들었을 수 있다.

◇자외선 차단제 속 옥시벤존·옥티노세이트가 산호초 파괴해
자외선 차단제엔 다양한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들어간다. 이 중에서도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 등 화학적 자외선 차단 성분은 특유의 화학반응을 통해 피부를 보호한다. 자외선이 피부에 닿기 전에 흡수한 뒤, 자외선의 전자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꿔 방출시키는 것이다. 티타늄디옥사이드와 징크옥사이드 등 물리적 자외선 차단 성분은 이와 다르다. 이들은 피부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함으로써 피부에 닿는 자외선을 거울처럼 반사한다. 차단제를 바른 후 얼굴이 하얘지는 백탁현상이 생기는 게 이 보호막 때문이다.

햇볕에서 우리를 보호하는 옥시벤존이지만, 해양생물엔 그 반대다. 옥시벤존은 바닷속 산호초를 죽이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스탠포드대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는 산호가 자신의 몸속에 들어온 옥시벤존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산호가 건강할 땐 그나마 다행이다. 산호에 붙어 공생하는 해조류가 독성 물질을 가둬 산호를 보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스트레스를 받은 산호가 해조류를 쫓아낸다. 해조류의 보호를 받지 못한 산호는 독성 물질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옥티노세이트도 마찬가지다. 옥티노세이트가 새끼 산호에 기형을 유발하고, 산호의 DNA를 손상시키며, 산호의 골격이 비정상적으로 자라게 한다는 2016년 연구 결과가 있다. 이에 미국 하와이에선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 성분이 든 차단제를 판매·유통하는 게 2021년 1월부터 금지됐다. 해외 관광객이 이런 차단제를 반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화학적 차단제 대신 '논나노' 물리적 차단제 사용하길 권장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의 악명에 가렸을 뿐, 해양 생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 성분은 이외에도 많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이 공개한 선크림 속 해양 생물 유해 성분은 ▲옥시벤존(벤조페논-3) ▲옥티노세이트 ▲옥토크릴렌 ▲벤조페논-1 ▲벤조페논-8 ▲옥틸디메틸 파바(OD-PABA) ▲4-메칠벤질리덴캠퍼 ▲3-벤질리덴캠퍼 ▲나노 티타늄디옥사이드 ▲나노 징크옥사이드 등이다. 나노 티타늄디옥사이드와 나노 징크옥사이드를 제외하면 모두 화학적 자외선 차단 성분이다.

눈여겨 볼 것은 티타늄디옥사이드와 징크옥사이드 앞에 붙은 '나노(nano)’다. 화학적 자외선 차단제가 아닌 물리적 자외선 차단제는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말이 항간에 떠돌았지만, 이는 일부만 맞다. 티타늄디옥사이드와 징크옥사이드 역시 나노 크기라면 산호에 해를 가할 수 있어서다. 나노 단위의 티타늄디옥사이드가 산호 몸속에 축적되면 산호가 스트레스를 받고, 궁극적으로는 산호 군집의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환경 독성학과 화학(Environmental Toxicology and Chemistry)' 저널에 실리기도 했다. 물리적 자외선 차단제를 고를 땐 나노 단위 입자가 들지 않은 '논나노(non-nano)' 제품인지 확인해야 한다.

◇옥시벤존 분해 기술 있어도 바닷물 정화는 어려워… 개인 노력 필요
과학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다만 원천 기술이 개발됐을 뿐 상용화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당분간은 바다로 물놀이를 갈 때, 앞서 언급된 성분이 들지 않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게 최선이다. 지난해 7월 환경부 산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옥시벤존을 분해하는 신종 미생물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로도코커스 옥시벤조니보란스'라는 학명의 이 미생물은 물 1L에 든 100mg의 옥시벤존을 3일 만에 90% 이상 제거했으며, 남은 10% 미만도 10일 내로 완전히 제거했다. 제거 과정에서 유해 부산물도 발생하지 않았다. 낙동강생물자원관 진현미 선임연구원은 "바닷물은 한정된 공간에 가둬진 물이 아니라, 이 미생물을 활용해 바다로 퍼진 옥시벤존을 없애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대신, 자외선 차단제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폐수 속 옥시벤존을 폐수 처리장에서 없애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폐수를 통해 담수로 유입되는 옥시벤존의 양을 줄이는 덴 도움될 수 있단 것이다.

미생물에서 발견한 천연 자외선 차단 성분을 상품화하려는 시도도 있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 17일 자외선에 내성을 가진 극호염성 고균 16종을 새로 발견했으며, 이 고균들이 만들어낸 자외선 차단 성분을 화장품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 차인태 연구사는 "고균들이 만든 성분은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천연 성분이라 옥시벤존 등에 비하면 자연 속에서도 분해가 빠르게 될 것"이라며 "다만, 지금은 염분이 20% 정도로 높은 환경에서 고균이 자라는데, 이를 3~5%의 바닷물 정도로 낮춰야 공장에서 기계 고장 없이 이 성분을 생산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상용화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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