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 범벅이라는 밀키트, 영양성분 안 적혀있네요?

입력 2023.03.22 16:31
# 직장 업무에 유튜브까지 하느라 매일 일각을 다투며 사는 A씨는 밀키트(Meal Kit)를 애용해 왔다. 이미 조리돼 데우기만 하면 되는 가공식품보단 채소, 생선 등 원물을 직접 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가 그나마 더 건강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 밀키트는 음식을 뜻하는 'Meal'과 세트를 뜻하는 'Kit'의 합성어로, 손질된 재료, 양념, 조리법이 모두 들어있는 제품이다. 그러나 A씨는 더 이상 밀키트 제품을 먹지 않는다. 다량의 밀키트 제품에 나트륨 함량이 높다는 뉴스를 본 후 구매할 때마다 영양성분을 살폈지만 대부분 제품에서 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 신뢰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밀키트
밀키트 수요가 많아지고 있지만, 현재 영양성분은 제대로 공개되고 있지 않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이후 밀키트 시장이 급성장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국내 밀키트 시장이 2019년 400억원에서 2024년 7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한 끼로 대체하고 있는 밀키트지만, 상당수 제품이 열량, 나트륨, 탄수화물, 당류, 지방 등 영양소 함량을 표기하지 않고 있다. 영양표시 대상 식품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식품표시광고법 시행규칙 제6조). 이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지난 21일 '밀키트제품 영양 · 나트륨 성분 표시화 정책과제 국회 토론회'가 정의당 강은미 의원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주관·주최로 개최됐다. 강은미 의원은 "지난해 12월 실태조사 결과 밀키트 100개 제품 중 21개 제품만 자율적으로 영양 성분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소비자의 알권리 강화 차원에서 제도 개선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 끼 대체품 밀키트, 절반 이상이 영양 성분 깜깜
영양성분을 표시하고 있는 밀키트 제품은 절반도 안 된다. 공주대 식품영양학과 최미경 교수 연구팀이 국내 시판 밀키트 제품 228개를 2021년 9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조사했더니, 영양성분을 표시한 제품이 고작 45.9%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소와 녹색소비자연대에서 공동 발표한 밀키트 제품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100개 제품 중 영양성분 표시한 밀키트 제품은 21개뿐이었다.

영양성분을 표시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준치 이상 영양성분을 포함한 제품도 많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에 실린 연구에서 밀키트 제품 중 평균 나트륨 함량이 1봉지 기준 국류 1558.5mg, 탕류 1472.3mg, 찌개류 2118mg 였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나트륨 일일 섭취 권장량은 2000mg인 걸 고려하면 하루 세끼로 섭취해야 할 나트륨양을 밀키트 한 제품으로 거의 다 섭취할 수 있을 정도다. 찌개류는 심지어 초과한다. 서울시 실태조사에서도 총 4개군 제품(감바스 알아히요 22개, 부대찌개 33개, 불고기 전골 23개, 짬뽕 22개)을 대상으로 성분 분석한 결과, 조사 제품 100개 중 51개가 하루 나트륨 섭취 기준치인 2000mg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부대찌개(2761.8mg)와 짬뽕(2609.9mg)의 나트륨 함량이 높았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지방 하루 섭취 권장량(54g)을 넘은 제품도 있었다. 감바스알아히요 제품군의 총지방률은 평균 35.9g이었고, 조사한 22개 제품 중 3개 제품에서 1일 기준치를 넘겼다. 나트륨·지방 등 영양성분 기준치를 초과한 제품 55개 중 42개 제품은 영양성분을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조사가 속속들이 발표돼서인지, 실제 소비자의 밀키트에 대한 안전체감도도 낮은 편이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밀키트가 포함된 간편식품을 육류·수산가공품, 미용관련식품 다음으로 안전하지 않은 식품군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밀키트제품 영양·나트륨 성분 표시화 정책과제 국회 토론회
'밀키트제품 영양 · 나트륨 성분 표시화 정책과제 국회 토론회'가 정의당 강은미 의원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주관·주최로 지난 21일 개최됐다./사진=이슬비 기자
◇밀키트 속 자연산물 영양성분, 편차 커 표기 어려워
밀키트가 영양성분 표시 의무화 제품에서 빠진 핵심 이유는 원재료 때문이다. 토론회에 참가한 프레시지 식품안전그룹 임상훈 그룹장은 "밀키트엔 고추, 파 등 자연 산물이 포함되곤 하는데, 농·축·수산물은 사육 환경, 재배 지역, 계절 등에 따라 편차가 커 영양성분을 표준화해 표시하기 매우 어렵다"며 "의무화된다면 정부 차원에서 오차범위를 넓게 두는 등 가이드를 제시하는 게 필요할 듯하다"고 했다. CJ제일제당 밀키트 팀 심선희 팀장도 "영양성분 표시가 의무화된 제품은 영양성분 수거 검사를 했을 때 법적 표시 허용 기준을 이탈하면 기업이 큰 책임을 지게 된다"며 "자연산물을 사용하는 밀키트 제품이 법적 기준을 이탈하지 않으려면 매우 짧은 주기로 영양성분을 계속 분석하고 변경해야 해, 빠르게 신제품을 내야 하는 밀키트 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험실 분석이 아닌 식약처에서 공개하고 있는 식재료 영양성분으로 계산해 표기하는 걸 허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에선 의무화 전 유예기간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임상훈 그룹장은 "영양성분 표시 의무화가 되면 지금까지 나온 제품의 포장재를 전부 변경해야 한다"며 "의무화가 된다면 유예 기간을 부여하는 게 기업 입장에선 도움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나트륨·지방 등 순차적 확대, 해결 방안 될 듯"
토론회에선 순차적으로 영양성분을 확대하자는 해결책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센터 안전감시국 홍준배 국장은 "소비자에게 건강에 대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달하는 게 결국 핵심"이라며 "보통 원물이 아닌 소스에 많이 포함되는 나트륨만이라도 먼저 공개한 후 다른 영양성분도 공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축산물을 제외한 소스류 등 가공식품만 영양성분 의무화를 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밀키트는 소비자가 한 끼 식사로 구입·섭취하는 제품인 만큼, 소비자가 영양성분을 확인하고 섭취할 수 있도록 영양표시가 꼭 필요한 제품 품목을 정해서라도 영양표시 의무화를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배추, 고추 등 자연산물이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나트륨, 콜레스테롤, 지방 등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거의 없으므로 문제가 될 당, 지방 등 특정 영양소를 타겟해 제품별로 적용 공개하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표시광고정책과 오재준 과장은 "현재의 영양성분 표시제도를 밀키트에 도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며 "자연산물의 영양성분이 변화되는 범위 등을 포함해서 밀키트만 따로 기준을 세울지, 소스만이라도 표시할 수 있게 할지 등의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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