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탈모 약값 지원에… 생명 위독한 중증 환자들 분통

입력 2023.03.06 17:37

탈모 경제적 지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탈모 치료비 지원책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서울시 조례안은 일단 보류됐지만 일부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조례안을 통과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다만 탈모도 중증도가 다양하고 지원 주체나 대상이 한정적이어서 형평성 문제가 남아있다. 또 신약 급여화가 절실한 중증·희귀질환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일단 서울시는 보류, 일부 지자체는 시행 초읽기
지난 3일, 서울특별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이소라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청년 탈모 지원 조례안’을 상정해 논의했다. 해당 조례안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19~39세 청년에게 경구용 탈모 치료제 본인부담금 일부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탈모로 인한 청년들의 부담과 고통을 경감시켜 주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해당 조례안은 상임위 심사가 보류되면서 본회의 상정에 제동이 걸렸다. 거센 반대에 부딪쳐서다. 국민의힘 박상혁 시의원은 “시급성과 예산의 한계 등을 고려해 청년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는데 더 집중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도 세대갈등 우려와 다른 질병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서울시 조례안은 보류됐지만 이미 몇몇 지자체에선 탈모 지원책을 내놓거나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시 성동구는 전국 최초로 만 39세 이하 탈모 환자에게 치료비를 지원한다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달부터 1인당 2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충청남도 보령시는 탈모 환자에게 2년 동안 최대 200만원을 지원해주는 조례를 통과시켰고 대구시는 ‘탈모 치료 바우처’를 제공하는 조례안을 가다듬고 있다.

◇50대는 지원 못 받고 탈모 중증도도 고려 안 돼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의 의견처럼 청년 탈모 지원책은 세대갈등 우려가 있다. 지자체 지원 대상이 40대 이하에 집중돼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탈모 질환 진료 인구는 2020년 기준 23만3194명인데 64.4%는 20~40대다. 35% 가량의 탈모 환자는 지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탈모의 중증도 역시 고려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탈모의 종류는 다양하다. 대부분은 남성형 탈모지만 원인과 중증도에 따라 원형 탈모, 휴지기성 탈모, 견인성 탈모 등으로 나뉜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재원이 충분하다면 미용질환이든 아니든 모든 탈모 환자를 지원해주는 게 좋겠지만 어려울 것”이라며 “한정된 재원을 고려했을 때 종양 치료 후 반흔성 탈모, 원형 탈모 등 중증도와 환자 부담감에 따라 지원 대상을 세분화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탈모보다 시급한 사안이 많다는 의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회 입법예고 게시판에 올라온 의견 5건 중 4건은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의견이었다. 대부분 탈모 지원보다는 저소득층 난방비 지원, 식비 지원 등 생계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세금이 쓰이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약값이나 치료제가 없어서 생명 포기… “중증 환자들 생각해 달라”
정부와 지자체의 재원에 생사가 걸린 중증 환자들은 절박한 심정이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지자체들의 탈모 치료비 지원 소식은 충격적”이라며 “정부가 재난적 의료비 지원조차 최소로 지원하면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데 이 문제는 정부만이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탈모 지원 관련 조례안 발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은 지금도 약값이나 치료제가 없어 생명을 놓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단 1명의 환자 생명이라도 구제할 조례와 지원제도를 만들어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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