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은 눈에 생긴 암… 악성혈관 생성 막아야"

입력 2023.02.27 07: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황반변성 명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안과 지동현 교수

  황반변성은 눈에 생기는 ‘암’에 비견된다. 실제 치료에 항암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황반변성은 시력의 90%를 담당하는 황반에 이상이 생긴 상태로, 내버려두면 실명에 이른다.

황반변성은 나이와 관련이 깊기 때문에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황반변성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2017년 16만 6007명에서 2021년 38만 1854명으로 4년 새 130%나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속담처럼 눈은 신체 중 가장 중요한 부위다. 황반변성 예방은 필수적이다. 국내 황반변성 명의로 알려진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안과 지동현 교수는 “황반변성에는 ‘나이’가 가장 결정적인 요인인데, 나이는 되돌릴 수 없으므로 고혈압·흡연 등 다른 위험인자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황반변성은 신약이 가장 활발하게 나오는 질환이다. 진행된 황반변성 환자라고 해도 치료를 지레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시도해봐야 한다. 지동현 교수를 만나 황반변성에 대해 들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안과 지동현 교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안과 지동현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건성 황반변성, 습성 황반변성의 차이는?
황반변성 초기에는 악성혈관과 출혈이 없는, 그렇지만 노폐물인 드루젠이 망막 아래 쌓이고 망막색소상피가 위축되는 등의 변화가 있는 ‘건성 황반변성’ 단계다. 건성 황반변성 단계에서는 시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진행하면 습성 황반변성 단계로 들어서는데, 악성 신생혈관이 터져서 황반에 출혈·부종 등이 발생하고 시세포가 손상되면서 시력이 크게 떨어져 실명에 이를 수 있다. 2014년 국내에서 황반변성 유병률을 조사했더니, 40대 이상의 6%가 황반변성을 앓고 있었다. 이 중 10%가 습성 황반변성 환자였다. 90%는 건성 황반변성이지만,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을 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

-위험 요인은?
2014년 조사에서 위험 인자 조사를 했더니 가장 큰 위험인자는 ‘노화’였다. 나이가 들면 황반변성 위험이 높아진다. 고혈압, 흡연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연구에선 자외선은 크게 유의하지는 않았지만 다수의 연구에서 자외선은 황반변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고 있다.

안저촬영
안저촬영 검사 결과/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40세 이상이라면 1년에 한 번은 망막 상태를 살피는 안저촬영 검사를 해야 한다. 안저촬영은 1만 원 내외의 저렴한 검사지만 황반변성은 물론, 당뇨 망막병증, 녹내장, 망막혈관폐쇄 여부까지 알 수 있다. 검사 비용 대비 질병 조기 발견 등 거두는 효과가 분명해 대한안과학회는 5년 전부터 안저촬영 검사를 만 40세 이상 국가검진 항목에 넣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성사되지 않고 있다.

-황반변성 증상은?
황반변성 초기에는 사물이 흐려져보인다. 이를 ‘변형시’라고 한다. 처음엔 직선이 휘어져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의 휘어진 정도가 심해지다가 한가운데 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점은 점점 커지다 실명에까지 이르게 된다. 검은 점이 생겼다면 건성 황반변성에서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황반변성은 눈에 생긴 암?
그렇다. 황반에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생기면서 병이 시작되는데, 이 혈관은 악성혈관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 미국 소아과 의사가 토끼 눈에 암세포를 이식했더니 처음에 토끼 눈에 혈관이 자라고 그다음에 암이 생기는 것을 확인했다. 암을 막으려면 혈관이 자라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혈관은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VEGF)’에 의해 자라므로 암이 되는 것을 막으려면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를 억제하면 된다는 것을 깨우쳤다. 이런 발견 덕분에 2000년 대 중반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를 무력화 하는 ‘항체’로 만든 항체주사제가 개발됐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안저촬영이 기본이다. 눈동자를 키운(산동) 다음 빛을 통해 망막혈관을 자세히 본다. 최근엔 무산동 안저촬영 검사도 나왔다. 안저단층촬영(OCT) 검사도 한다. 황반부의 단면과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해 드루젠, 시신경섬유층 손상 등을 정밀하게 볼 수 있다.

조영제를 혈관에 집어넣은 뒤 카메라로 안저를 촬영하는 형광안저촬영도 한다. 망막의 혈류 순환을 분석하고 혈관의 모양을 살필 수 있다. OCT 앤지오그래피 검사도 최근 일부 큰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안저단층촬영과 형광안저촬영을 합친 검사라고 할 수 있으며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건성 황반변성 치료는?
황반변성을 악화시키는 고혈압을 조절하고 담배를 끊는 등 집중 관리를 해야 한다. 자외선 차단 안경도 써야 한다. 루테인·지아잔틴 영양제도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 1000명 이상의 황반변성 환자를 대상으로 10년 이상 추적관찰했더니 루테인·지아잔틴을 복용한 환자의 경우 습성 황반변성으로의 진행이 25% 억제됐다. 루테인·지아잔틴을 일반인이 먹어도 어느 정도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명확한 임상 연구 는 나오지 않았지만, 노란 황반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물질이 루테인·지아잔틴이기 때문이다. 역시 눈에 좋다고 알려진 베타카로틴은 흡연자라면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폐암 위험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흡연은 그 자체로 황반변성 위험을 높이므로 담배를 끊어야 한다.

-습성 황반변성 치료는?
습성 황반변성은 진행 속도가 빨라 시세포 손상이 순식간에 이뤄질 수 있으므로 치료가 중요하다. 치료는 과거에는 레이저 광응고술, PDT 치료(photo-dynamic therapy·광역동 치료)를 했지만, 지금은 잘 하지 않고 2000년대 중반 출시된 ‘항체주사제’를 주로 쓴다. 이 치료제는 악성 신생혈관을 만드는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를 무력화 하는 항체가 담긴 주사로, 유리체 안에 투여하면 신생혈관을 쇠퇴시킨다. 지금까지의 치료법 중 가장 시력 개선 효과가 크고 부작용이 적다. 항체주사는 진행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떨어진 시력까지 좋아지게 만든다. 황반변성 치료제는 계속 개발되고 있으므로, 현재 치료 대상이 안돼 항체주사를 쓸 수 없다고 낙담하지 말고 매년 안과에 가서 신약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보험 급여 혜택도 있다?
그렇다. 다만 습성 황반변성 환자 중에 항체주사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환자가 대상이다. 황반변성으로 인해 시력이 아주 나쁘거나 주사를 맞아도 시력 개선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은 보험 혜택에서 제외된다. 대표적으로 황반이 딱딱해진 ‘섬유화’가 진행된 환자다.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면 항체주사 약값이 1회에 80~90만 원이다. 매달 맞거나 일 년에 3~4회는 맞아야 하므로 부담이 크다. 최근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동등생물의약품)가 나와 비슷한 효과를 거두면서 비용은 크게 경감됐다.

-아바스틴도 많이 쓴다?
아바스틴은 대장암에 쓰는 항암제다. 사람 눈에 써봤더니 황반변성이 호전되는 것을 발견, 눈에 쓰기 시작했다. 암은 신생혈관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아 증식하는데, 아바스틴이 신생혈관을 차단하는 항체를 가지고 있어 황반변성에도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한다. 아바스틴을 황반변성 치료에 사용하는 것은 공식적으로 허가되지 않았지만 임상 사례가 많으며, 효과가 어느정도 입증됐다. 지금도 환자의 35%가 아바스틴으로 치료를 한다. 루센티스 등 항체주사 치료에 비용 부담을 느끼거나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할 때 써볼 수 있다. 최근에는 루센티스 등 바이오시밀러 약제가 출시되면서 아바스틴을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황반변성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은?
위험인자를 관리해야 한다. 노화가 중요한 요인이므로 운동 등을 통해 생체 나이를 줄이려고 해야 한다. 고혈압을 관리해야 하고 고탄수화물·고지방 음식은 피해야 한다. 담배도 당장 끊어야 한다. 자외선 차단을 위해 햇볕이 강할 때는 자외선차단 안경을 써야 한다. 평소 집에서 간단하게 황반변성을 체크해볼 수 있다. 바둑판 모양의 암슬러 격자를 가끔씩 보자. 선이 휘어져 있다면 황반변성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40세 이상은 안저촬영을 통해 망막 상태를 주기적으로 살펴야 한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안과 지동현 교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안과 지동현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지동현 교수는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성빈센트병원 안과 교수다. 황반변성 치료 뿐만 아니라 예방에도 관심이 많아 역학연구를 많이 했다. 황반변성 예방 인자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얼마나 위험한 질환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황반변성을 앓는지 등 다양한 주제로 역학연구를 했다. 또 비타민D가 황반변성·당뇨망막병증·백내장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반면 납 등의 중금속은 황반변성을 악화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황반변성이 치매와 관련이 깊다는 연구도 했으며, 망막 검사를 통해 향후 치매 조기진단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미국 하버드대 보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치료제 비용 효과 분석 등 경제성 평가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