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으로 변형된 손가락, '손가락 성형술'로 치료

손은 타인과 소통할 때 얼굴만큼이나 자주 내보이는 제2의 얼굴이다. 그 탓에 손가락 모양이 변형된 사람들은 타인 앞에 손을 내보이기 꺼린다.

연세스탠다드정형외과 장기준 대표원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형 기술을 자랑하는 한국이지만, 손가락 성형에 정통한 곳은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며 "손가락에 특화된 성형술인 '수부 각성 수술'이 등장하면서 많은 환자가 신체적·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신마취 손가락 수술, 환자도 병원도 부담돼

손가락이 변형되는 원인은 다양하다, 퇴행성 관절염 탓에 마디가 두꺼워지고 꺾이는 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관절염 초기엔 약물치료·파라핀 치료 등으로 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 다만 이들 방법만으로 관절염을 완치할 순 없다.

관절염이 상당히 진행돼 이미 손가락이 변형된 경우라면 수술이 필요하나, 수술받을 수 있는 병원이 그리 많지 않다. 손은 구조가 섬세한 기관이라 수술 난도가 높다. 그 탓에 손가락이 변형돼도 손을 쓰는 데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 병원은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태도를 보인다. 약물치료·파라핀 치료 등 보존적 치료만 권할 뿐이다.

◇전신마취 없이 '각성 상태'에서 수술하는 방법도

문제는 드물게 수술을 시행한다 해도 손가락 성형수술을 받는 환자에게 전신마취를 요구하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장기준 대표원장은 "퇴행성 관절염이 있는 노인 환자들은 여기서 수술받길 주저하게 된다"며 "나이와 앓고 있는 만성질환의 가짓수가 많을수록 전신마취 시 오심·구역 등 부작용을 경험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신마취를 앞두고 반드시 금식해야 하며 수술 후에 장기간 입원하는 것도 환자에겐 부담이다.

관절염 탓에 손가락에 변형이 왔다면 수술을 미룰수록 상태가 나빠질 뿐이다. 전신마취가 두렵다면 각성 상태에서 손가락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이를 '각성 부분 마취 및 무지혈대 수술'이라 한다. 대부분의 손수술은 전신마취하에 진행되고, 간혹 수술 부위를 부분마취하는 병원이라도 수면마취를 병행한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환자가 지혈대를 착용하는데, 이 지혈대가 몸을 압박하는 통증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부 각성 수술은 지혈대 대신 '지혈제'를 쓰는 덕에 수면마취가 필요 없다. 신경을 따라 부분 마취제를 투여하면서 지혈제를 함께 투여하는 것이다. 수술할 수 있는 부위도 다양하다. 관절염으로 변형된 손가락을 교정하는 것 외에도 ▲망치형 수지 ▲방아쇠 수지 ▲손목터널증후군 ▲듀피트렌 구축증 ▲손목 건초염 ▲손 골절 수술 등 웬만한 수부 질환 수술엔 다 적용할 수 있다.

◇소통하며 수술… 정확도·안전성 모두 높아

수부 각성 수술은 전신마취 수술보다 부작용이 적다. 전신마취 후에 뒤따를 수 있는 부작용이 수부 각성 수술에선 나타나지 않는다. 수술 정확도도 높다. 의사가 깨어 있는 환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수술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파열된 인대를 봉합하는 수술을 할 때 효과적이다. 환자가 손가락을 스스로 구부리게 함으로써 의사가 인대의 긴장도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수부 각성 수술의 안전성과 효용성은 국내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최근 국제성형외과학회지엔 힘줄이전술을 각성 상태에서 받은 집단이 전신마취 상태에서 받은 집단보다 더 빨리 회복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 수술의 선구자면서 권위자인 연세스탠다드정형외과 장기준 대표원장은 이미 1500건이 넘는 수부 각성 수술을 집도했다. 어릴 적 손가락을 심하게 다쳐 손가락이 굽은 20대 여성 환자도 그에게 수술받고 곧은 손가락을 되찾았다. 장기준 대표원장은 "수부 각성 수술은 수술 결과가 좋을 뿐 아니라 환자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며 "의사와 환자가 소통하며 수술을 진행할 수 있어 정확하면서도 안전한 수술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