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효과 측정해봤더니…

입력 2022.10.12 08:30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는 사람
소음 제거 기능이 청력을 보호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외부 소리가 차단되는 노이즈 캔슬링(소음 제거) 기능 탑재 이어폰이 출시되고 있다. 이런 기능이 청력을 보호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어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소음성 난청을 앓는 환자도 늘었다. 외부 소음 탓에 기준치 이상으로 이어폰 소리를 높여 음악이나 영상을 감상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어폰을 자주 사용하는 청년층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로 WHO는 지난 2019년 10대를 포함한 청년층의 약 40%가 청력에 문제를 일으킬 만큼 음량을 키워 듣고 있다고 보고했다.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문일준 교수, 설혜윤 박사 연구팀은 이어폰의 소음 제거 기능이 실제로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내 성인 30명(난청인 15명, 건청인 15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연구팀은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상황을 가정해 버스와 카페에서 나는 소음(80dB) 환경에서 소음 제거 기능 효과를 측정했다. 소음 제거 기능을 켰을 때와 껐을 때 실제 귀에서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확인했다. 저주파수(250, 500Hz)와 전체 주파수(200-6000Hz)로 나누어 조사했다.

저주파수와 전체 주파수 대역 모두 소음 제거 기능을 활성화했을 때 주변 소리 크기가 유의미하게 줄었다. 소음 제거 기능을 켜자 건청인은 소리 크기가 저주파수 대역에서 버스는 12dB가량, 카페에서는 12~14dB 줄었다. 난청인도 같은 저주파수 대역에서 버스와 카페 모두에서 8 ~ 12dB 정도 소리 크기가 줄어든 효과를 봤다. 이러한 효과는 주파수 범위를 전체 주파수 대역으로 넓혀도 유지됐다. 실제 사람이 아닌 소음 제거 기능의 효과 평가에 쓰이는 KEMAR(Knowles Electronics Manikin for Acoustic Research)에서도 같은 경향을 보였다. KEMAR는 청각 및 음향 연구를 위해 평균적인 사람의 귀와 비슷한 음향학적 특성을 갖도록 제작된 마네킹이다.

KEMAR 측정 결과
버스 소음이 들릴 때 KEMAR를 이용해 측정한 소리 크기. 소음 제거 기능을 활성화하자 전체적으로 소리 크기가 줄었고, 특히 저주파 대역(빨간색 타원 안)의 감소가 확연했다./사진=삼성서울병원
이후 연구팀은 소음 제거 기능을 켰을 때와 껐을 때, 실험 참가자들이 선호하는 청취 볼륨을 확인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BTS의 다이나마이트(Dynamite)를 버스와 카페에서 들었다.

그 결과, 소음 제거 기능을 활성화했을 때 선호하는 청취 볼륨 레벨이 소음 제거 기능을 껐을 때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 건청인은 버스에서 기존보다 7단계, 카페에서는 11단계나 볼륨을 내렸고, 난청인들은 버스에서 12단계, 카페에서 9단계까지 볼륨을 낮췄다. 소음 제거 기능으로 더 낮은 볼륨에서도 충분히 음원 청취가 가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를 주관한 문일준 교수는 "이어폰, 헤드폰 등의 개인용 음향 청취기가 보급되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소음성 난청 발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청력 보호를 위해 '소음 제거 기능의 잠재적 가능성'을 확인한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활발한 연구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헬스케어(Healthcare)'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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