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전성시대, ‘맵찔이’가 살아남는 법

입력 2022.09.01 10:10

채소·버섯 더하고, 차가운 우유 같이 먹으면 도움 ​

매운맛
매운 음식을 먹을 땐 달고 시원한 음료나 찬 우유를 곁들이는 게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제 ‘매운맛’은 일상이다. 올해 출시된 ‘틈새라면 극한체험’은 매운맛을 나타내는 척도인 스코빌 지수가 1만 5000SHU에 달한다. 과거 매운 라면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신라면의 스코빌 지수가 3400SHU​인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다.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소위 ‘맵찔이’들은 고전 중이다. 유행하는 음식을 먹어보려 해도 혀가 타는 듯한 고통에 두 손 두 발 다 들게 된다. 매운 음식을 최대한 덜 맵게 먹을 방법은 없을까?

◇덜 맵게 하려면? 설탕·채소·버섯 더하기

이미 조리된 음식을 덜 맵게 하려면 ‘단맛’을 더해야 한다. 가장 무난한 게 설탕이다. 음식의 맛과 농도에 따라 어울리는 단맛의 유형이 다르고, 단맛의 원천이 무엇인지에 따라 당도와 식감이 달라진다. 한명숙 요리연구가는 “꿀은 설탕보다, 설탕은 올리고당보다 달고, 꿀과 올리고당을 넣으면 음식이 걸쭉해진다”며 “이런저런 음식에 다 어울리면서 단맛을 조절하기 쉬운 건 설탕”이라 말했다. 혈당 조절을 해야 할 필요가 없는 ‘맵찔이’라면 설탕으로 쉽게 매운 강도를 줄여볼 수 있다.

집에 있는 채소나 버섯을 추가해 음식을 다시 끓이는 방법도 있다. 채소나 버섯에서 배어 나온 수분에 ‘매운맛’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부들이 자주 추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방법은 매운맛을 덜려다 단맛·신맛·짠맛 등 음식의 맛이 전반적으로 옅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한명숙 연구가는 “채소나 버섯의 수분으로 매운맛을 희석한다면, 밍밍해진 음식에 간을 더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 대신 ‘시원한 우유’가 제격

매운맛은 통각이다. 혀가 자극돼 얼얼하고 화끈거리는 상태를 두고 ‘맵다’고 표현한다. 혀의 열감을 진정시키는 게 ‘덜 매워지는’ 핵심이다. 따뜻하거나 탄산이 들어 있어 혀에 또 다른 자극을 줄 수 있는 음료는 매운맛을 더는 효과가 덜하다. 2019년 ‘영국 물리학회 투고논문집-지구 및 환경과학’에는 25~27°C인 미지근한 우유나 36~38°C인 따뜻한 우유보다 1.5~3°C의 차가운 우유가 매운맛을 더 효과적으로 완화해줬단 연구 결과가 실렸다. 같은 해 국제학술지 ‘생리학과 행동’에 게재된 논문에서 밝힌 바로, 탄산수·콜라·논 알코올 맥주는 매운맛을 완화하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으며, 탈지우유·전지우유·탄산 없는 단 음료가 매운맛을 가장 잘 가라앉혔다. 다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단 음료 보다는 우유를 추천한다.

한명숙 요리연구가 역시 매울 땐 ‘시원하면서도 단 음료’와 ‘우유’를 마시길 권한다. 우유는 부드러워서 자극받은 혀를 진정시키기 좋고, 시원한 온도는 화끈거리는 혀를 달래준다. 또 단맛은 매운맛을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다. 지나치게 매운 음식을 먹어서 위나 장이 아플 땐, 열감과 통증을 즉각적으로 식힐 수 있는 시원한 우유나 액상형 요구르트가 좋다.

◇참기름이나 술 먹으란 속설은 확실치 않아

캡사이신은 지용성이라 입이 매울 때 참기름, 버터같이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덜 맵단 얘기가 있다. 우유에도 보통 유지방이 있다. 그러나 지방이 캡사이신을 분해해 매운맛을 덜어준다고만 하긴 어렵다. 앞서 언급된 ‘생리학과 행동’ 게재 논문에 의하면 지방을 제거한 '탈지우유'와 제거하지 않은 '전지우유' 모두 매운맛을 완화했으나, 둘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매운맛을 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우유 지방이 아니라고 봤다. 한명숙 요리연구가는 "우유를 먹으면 매운맛이 가라앉는 이유가 꼭 지방이 캡사이신을 분해해서는 아니다"며 "우유의 부드러운 식감이나 시원한 온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알코올이 캡사이신을 분해하므로 음식에 도수 높은 술을 넣거나, 따로 마시면 덜 매워진단 속설도 마찬가지다. 이론적으로 알코올이 캡사이신을 분해하는 건 맞지만, 술에 들어있는 정도의 알코올만으로 매운맛이 잘 덜어질 거라 보긴 어렵다. 술은 대부분 수분으로 구성됐는데 물은 매운맛을 더는 효과가 미미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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