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가 ‘가족과의 식사’에 주목한 이유

입력 2022.08.10 17:00

[식탐의 기원 ③ 환경]

음식 꺼리는 아이
어렸을 때의 결핍, 밥상의 분위기, 경제적 여건 등에 따라 식탐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음식을 먹고 난 뒤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 먹어도 충분할 걸 예감했지만 더 먹는 걸 선택한 결과다. 살과의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비만과 당뇨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조금만 먹어라’, ‘운동해라’와 같은 조언들이 쏟아지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본능적으로 무언가가 음식을 더 먹게 만드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음식에 대한 집착, ‘식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유전자일까, 문화일까, 환경일까.

◇애정 결핍이 식탐으로 발현?
영유아기 결핍이 식탐을 부추길 수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 심리의 발달 과정을 무의식적 욕망의 충족이라 설명했다. 인간은 성장 시기에 따라 쾌락을 느끼는 부위가 다른데 욕망이 제때 충족되지 못하면 결핍이 발생하고 문제 행동들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출생~18개월까지의 영유아는 입으로 쾌락을 느끼는데 이때 모유를 제대로 먹지 못하는 등 결핍이 발생하면 손가락을 빨거나 식탐이 강해질 수 있다.

굳이 프로이트까지 가지 않더라도 발달이론상 애착관계는 식탐과 상관관계가 크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영유아 때 먹는 모유나 이유식을 영양적인 측면에서만 고려하는 부모들이 많다”며 “영유아는 밥을 먹을 때 생물학적 필요를 충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밥을 주는 사람과 유대감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게 부족하면 애정 결핍이 발생하고 이 결핍을 채우기 위해 가장 쉬운 수단인 먹는 것에 집착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아이가 가족과의 식사 꺼리는지 살펴봐야…
조금 더 커서는 밥상의 분위기가 식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가족과의 저녁이 쉽지 않은 시대에 간과하기 쉽지만, 가족과의 식사는 아이의 꽤 많은 걸 결정한다. 가족들과 매일 저녁을 함께 먹은 아동은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과일과 채소 한 끼분을 더 먹고, 튀긴 음식이나 탄산음료는 덜 먹었다는 하버드대의 연구 결과가 있다. 가족과의 식사 빈도 및 밥상머리교육이 건강은 물론 성적, 사회성, 심지어는 약물 오남용과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식탐에 있어 중요한 건 아이가 가족과의 식사를 꺼리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가족마다 밥상 문화와 문제 해결 수단이 다르지만 아이가 가족과의 식사를 피하면 나중에 식탐이 강해질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밥상머리교육은 중요하지만 종종 젓가락질을 못 한다는 이유로 손가락 근육이 발달하지 않은 아이를 혼내는 부모가 있다”며 “밥만 먹으면 혼났던 아이는 가족과의 식사를 불편하다고 여겨 외부 음식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지는데 인간은 본래 유전적으로 달고 짠 음식을 좋아하므로 많이 먹고 식탐이 강한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경제적으로 가난한 환경, 식탐 부추길 수 있다
캐나다 앨버타대 연구팀은 311명의 성인에게 음식 사진 6종류(채소, 과일, 곡물, 유제품, 육류 및 생선, 단 음식)를 무작위로 보여주고 각 음식을 얼마나 먹고 싶어 하는지 조사했다. 그 후 참가자들의 유년기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환경을 알기 위해 ▲성장환경에서 돈이 충분했는지 ▲이웃보다 부유했는지 ▲학교 친구와 비교해서 부유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그랬더니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던 사람일수록 고열량 음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성장 배경에서의 스트레스가 식탐을 강화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을 외부와 싸우는 상황이라 인식한다. 전투에 앞서 가장 필요한 건 에너지다. 몸은 자연스럽게 열량을 축적하고자 음식을 찾게 된다. 또 열량이 높은 음식은 도파민을 과도하게 생성해 기분을 좋게 만드는데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음식을 선택하는 게 고착화되면 식탐이 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애착관계 유의하고 부모 식습관부터 교정을!
어렸을 때 식탐은 커서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영유아기 및 아동기를 거치며 어떤 결핍이 발생했는지 알아내기란 어렵다. 게다가 위와 같은 요인들이 얽히고설켜 식탐을 강하게 만들었을지,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이 음식에 대한 태도를 180도 뒤바꿔버렸을지는 모를 일이다. 결국 부모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생애주기마다 식탐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다르다. 특히 유아기 땐 관계에 있어 상실감을 겪지 않도록 유의하는 게 중요하다. 신의진 교수는 “애착 대상과의 분리는 아이에게 있어 마음에 구멍이 뚫리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는데 결국 이 구멍을 채우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 식탐은 물론 배변 습관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며 “요즘 어린이집 교사의 이직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어떻게 보면 애착 대상과의 분리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의 식습관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며 사소한 거짓말에도 쉽게 부모에게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 배승민 교수는 “만약 아이의 식습관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진다면 가장 먼저 부모 스스로 식습관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며 “본인은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면서 아이에게는 다르게 먹을 걸 강요한다면 통할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또 “힘들겠지만 일주일에 한 끼라도 함께 식사하며 가족만의 요리를 만드는 등 밥상이 아이에게 좋은 기억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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