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거리두기가 끝난 뒤 항공기 예약률이 치솟고 있다. 그동안 꾹 억눌러왔던 여행 욕구가 발현되고 있는 것. 제주행 항공기 예약률은 주말엔 95% 이상이다. 국제선은 노선마다 다르지만 한 항공사의 5월 첫 괌 노선 탑승률은 96%였다. 그러나 여행의 설렘과 달리 비행기를 탈 때면 낯빛이 어두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비행기 추락이 두려운 이들이다.
2016년, 전 지구촌엔 비행기가 약 4000만 번이나 뜨고 내렸다고 한다. 치명적 사고는 단 10건이었는데 확률로 따져보면 0.000025%가 된다. 도보 포함 모든 이동 수단에서 비행기가 가장 안전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수많은 확률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종종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하는 걸 목격하곤 한다. 비행기에 테러범이 타고 있을 수도 있고 새떼가 비행기 엔진 속으로 빨려들어 갈 수도 있다. 게다가 비행기는 한 번 추락하면 119 연락이고 뭐고 살아날 길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불안감은 비행공포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비행기 불시착 시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이 있을까?
항공기 관련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원인은 충돌이다. 대부분 승객은 비행기가 땅에 충돌할 때 두부손상으로 의식을 잃고 비상탈출에 실패해 사망한다. 국토교통부 항공운항과 민경창 항공안전감독관은 “비행기 불시착시 행동 요령은 충격 완화, 비상 탈출, 그 이후 생존 3단계로 나뉜다”며 “일단 신체가 받는 충격을 완화해야 그 이후 행동 요령을 따를 수 있으므로 가장 중요한 건 충돌 시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충격방지자세(Brace position)라는 게 있다. 항공기와 같은 운송 수단이 무언가에 충돌하거나 비상 착륙할 때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승객이 취할 수 있는 자세다. 핵심은 안전벨트 위쪽 상체를 숙이는 것. 방법은 앞좌석의 유무에 따라 조금 다르다. 성인 기준, 앞에 다른 좌석이 없다면 폴더폰처럼 상체를 앞쪽으로 숙이고 양손은 무릎 위에 올려둔다. 앞좌석이 있다면 앞좌석에 양 손을 짚은 뒤 손등 위에 머리를 댄다. 만약 별도의 좌석이 없는 영유아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민경창 감독관은 “한 손으로 아이를 안은 뒤 머리를 감싸주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똑같이 앞좌석을 짚은 곳에 머리는 대며 상체는 숙이는 게 매뉴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충격방지자세의 효과를 명확하게 분석해낸 연구 결과는 없다. 차량과 달리 충돌 시 안전성을 평가하고자 비행기를 추락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충격방지자세의 효과가 드러난 사례는 있다. 영국의 여객기가 이스트미들랜즈 공항에 비상착륙하던 도중 추락해 탑승객 126명 중 47명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이 사고에서 충격방지자세를 취했던 승객은 심각한 외상이나 뇌진탕을 입은 비율이 다른 승객보다 낮았다. 만약 충돌 순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고정된 하체와 달리 상체는 매우 빠르게 튀어나가 앞좌석에 부딪히게 된다.
충격방지자세의 효용성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다. 충돌 시 좌석 자체가 움직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머리를 부딪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음모론까지 있을 정도다. 충격방지자세는 항공사들이 보험료 지급을 피하려고 승객들의 생존율을 낮추는 방법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비행기 좌석은 웬만한 충격에 움직이지 않도록 설계됐다. 민경창 감독관은 “추락과 같은 큰 충격을 받으면 튕겨져나갈 순 있겠지만 비행기 좌석은 하드랜딩 정도의 충격엔 움직이지 않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