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어깨 관절염 명의' 은평성모병원 정형외과 송현석 교수
관절염 하면 떠오르는 부위는 무릎이다. 그러나 어깨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체중을 견디는 무릎보다 심각한 질환은 아니다. 발병률도 낮다. 그러나 방치했다간 천천히 어깨의 가동 범위가 제한되다가 통증 탓에 옆으로 자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초기라면 약물 및 물리치료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지만 이미 어깨 관절 연골이 많이 손상됐다면 인공관절을 삽입해야 한다. 어깨 관절염 명의 은평성모병원 정형외과 송현석 교수를 만나 어깨 질환과 치료법에 대해 물어봤다.
-어깨에도 관절염이 생기나?
어깨 관절에도 연골이 있다. 뼈 사이의 마찰을 막아 관절이 원활하게 움직이도록 돕는다. 일종의 코팅 처리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관절 연골이 마모되고 손상되면 그 아래의 뼈가 직접 부딪쳐 관절의 변형이 발생한다. 변형의 정도가 심해지는 게 관절염이다. 어깨 관절염은 무릎 관절염과 비교했을 때 동양인의 발생 빈도는 높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어깨 관절염 환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오십견과는 뭐가 다른가?
오십견은 어깨 관절을 감싸고 있는 관절낭이 염증으로 두껍고 딱딱해지는 질환이다. 관절염으로 발전하지는 않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증상은 비슷할 수 있다. 어깨 관절염이 진행되면 갈려나간 연골 조각이나 증가한 관절액으로 인해 관절막이 두꺼워지게 된다. 이렇게 두꺼워진 관절막은 탄력성을 잃고 쪼그라들면서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한다. 이외에도 마치 손가락 관절염이 진행되면 뼈가 튀어나오듯 어깨 관절 주변에 새롭게 생긴 뼈(골극)가 서로 닿으면서 어깨의 가동 범위를 줄이기도 한다. 오십견처럼 어깨 움직임이 제한되고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체중을 견디지 않는데 왜 연골이 갈리나?
어깨 관절은 체중을 견디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무릎 관절염보다 가볍게 여겨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어깨 관절은 일상에서 굉장히 자주, 많이 사용된다. 간단하게 물건을 들고, 밀고, 끄는 동작 외에 옆으로 누워 잘 때도 어깨 관절의 연골과 힘줄은 압박받는다.
어깨 힘줄인 회전근개 파열이 연골 마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회전근개는 상완골(위팔뼈)와 지붕 역할을 하는 뼈(견봉)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한다. 이러한 회전근개가 파열되면 상완골 상부의 관절 연골이 마모되면서 2차적인 관절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회전근개 파열 환자 수는 2010년 대비 2019년에 2배 이상 증가했다. 따라서 회전근개가 파열된 뒤 봉합 수술 시기를 놓치면서 관절염이 발생한 상태로 병원을 찾는 환자 역시 증가하고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처럼 전신성 관절염이 어깨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무혈성 괴사와 같이 상완골 자체의 혈액 순환에 문제가 발생하여서 뼈가 상하기도 한다.
-치료 방법은 무엇인가?
초기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보조기 착용 등의 비수술 치료법으로 회복할 수 있다. 어깨 관절은 체중 부하가 없어 비수술 치료법으로도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연골의 손상 정도가 상당하고 뼈의 변형까지 발생했을 때는 인공관절 치환술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어깨 인공관절 수술 건수는 2010년 511건에서 2020년 3916건으로 8배 이상 증가했다. 고령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거보다 인공관절 제품의 향상, 수술 기법의 개발 덕분이기도 하다. 어깨 인공관절 치환술 이후의 결과가 좋아지면서 수술을 선택하는 환자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어깨 인공관절 치환술 적용 시기는 환자의 관절염 진행 상태뿐만 아니라, 환자의 어깨 사용 기대치에 맞춰 결정하는 게 맞다. 정기적인 X-레이 촬영으로 관찰하다가 몇 년 뒤에 수술을 결정하기도 한다
-어깨 인공관절 치환술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인공관절 치환술은 말 그대로 기존 관절을 새로운 관절로 바꾸는 것이다. 어깨 관절은 상완골과 견갑골(어깨뼈)이 맞닿는 곳에 있다. 상완골 쪽은 어차피 수술 중에 제거하는 부분이므로 마모의 정도가 커도 수술에 지장을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견갑골 쪽에서 상완골에 닿는 ‘관절와’라는 부분은 크기가 호두만 하다. 마모가 진행되면서 깎이고 결손이 생기면 그 부분에 넣어야 하는 인공관절 고정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수술 자체도 까다로워지고, 골이식이나 오차를 줄이는 수술기기들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관절와는 작기도 하지만 어깨 관절의 가장 깊은 곳에 있다. 호두만한 관절와의 표면만 보면서, 인공관절을 고정해야 하는 위치, 각도를 판단하는 과정은 많은 수술 경험을 필요로 한다. 수술 전 계획 역시 중요하다.
-어떻게 계획하나?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보는 것이다. 최근에는 3차원 CT 장비의 성능이 향상됐고 이런 CT 영상을 통해 개별 환자 어깨 관절의 3차원 모형을 만들 수 있다. 수술 때 사용할 기기나 인공관절을 3차원 모형에 직접 위치시켜 보고 수술 뒤 가동 범위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수술 전 시뮬레이션을 정확하게 실현하는 데에도 몇 가지 장치가 필요하다. 먼저 수술기기다. 환자마다 관절와의 모양, 마모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환자 맞춤 수술기기들을 3D 프린팅으로 제작한다. 이렇게 제작된 기기들과 인공관절을 적재적소에 집어넣기 위해서는 3D 내비게이션이 활용된다. 컴퓨터가 관절 내부를 3D 모습으로 구현하고 수술기기 및 인공관절이 들어가야 할 위치를 좌표로 안내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이러한 컴퓨터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수술의 오차를 줄이는 방법이다.
-3D 프린팅을 이용해 인공관절을 만들기도 하나?
환자의 골격 형태나 마모 정도에 따라서 인공관절 자체를 3D 프린팅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인공관절의 내구성이 기존의 인공관절과 동등하다고 인정되지는 않아 일반적인 어깨 인공관절 치환술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현재는 골종양 환자가 광범위하게 어깨뼈를 제거해야 하는 경우에, 3D 프린팅으로 제거된 부분에 맞춰 개별 제작한 뒤 삽입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인공관절로 바꾸고 난 뒤 주의해야 할 점은?
인공관절은 금속과 플라스틱(폴리에틸렌)으로 이뤄져 있다.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거나, 오랜 시간이 지나면 플라스틱에서 마모가 발생한다. 점점 얇아지면 금속끼리 닿거나, 플라스틱 조각이 뼈와 금속 사이를 녹여 금속의 고정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관절면에 지나친 압박이 가해지는 동작, 움직임은 제한해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다행히 어깨 관절은 체중을 감당하는 관절이 아니어서 일상생활에는 별다른 무리가 없다.
-송현석 교수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은평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정형외과 임상 과장, 3D 프린팅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어깨 관절과 팔꿈치 관절 분야 권위자로 미국 펜실베니아대와 토마스제퍼슨대에서 각각 팔꿈치 관절과 어깨 관절 수술에 대해 연수했다.
어깨 관절염에 관심을 가지고 오랜 기간 임상경과를 관찰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으며, 인공관절 치환술 분야에서 ▲컴퓨터 기술을 이용한 3차원 수술 계획 수립 ▲환자 맞춤형 수술기기 제작 ▲3D 내비게이션을 활용한 수술 분야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형 어깨 인공관절 개발 연구 책임자로 활동 중이며, 어깨 관절의 힘줄(회전근개) 파열을 봉합할 때 지방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 등에 대해 연구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