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오미크론’ 낙관론… 전문가들 "판단 일러"

입력 2021.12.03 09:48

"데이터 수집·​분석에 2~3주 소요… 섣부른 판단 경계해야"

바이러스 모형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관련 섣부른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높은 전파력, 낮은 치명률·중증도 등 현재까지 파악된 특징을 고려했을 때, 향후 오미크론 변이가 우점종(優占種)으로 발전한다면 코로나19가 감기 정도의 질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관련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쉽게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다.

◇‘오미크론’이 크리스마스 선물?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독일 임상 감염병학자 카를 라우터바흐 교수는 “오미크론이 처음 보고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전문가들의 말대로 비교적 덜 심각한 증상을 유발한다면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길 수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중보건전문가인 그는 “오미크론은 현재 주종인 델타 바이러스의 2배에 달하는 32개 스파이크 단백질을 갖고 있다”며 “이는 감염에 최적화된 반면 덜 치명적인 것으로, 대부분 호흡기질환이 진화하는 방식과 일치하다”고 설명했다.

라우터바흐 교수 외에 일부 해외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유사한 의견들이 나오면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의 설명대로면 향후 오미크론이 우점종이 될 경우 대규모 감염을 통해 자연적으로 집단 면역을 형성하고, 코로나19가 감기처럼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도의 질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현재까지 나온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 관련 데이터들을 보면, 높은 전파력에 비해 중증도나 치명률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오미크론 변이가 최초 발견된 남아공과 미국은 물론, 최근 확진 판정을 받은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에게 근육통, 피로, 두통, 마른기침과 같은 가벼운 증상 외에 후각·미각 이상이나 호흡곤란 등 심각한 증상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전문가들 “섣부른 판단 경계” 한 목소리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망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오미크론 변이가 강한 전파력에 비해 중증도·치명률 등이 낮은 양상을 보이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향후 추이를 전망할 만큼 관련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변이를 처음 보고한 안젤리크 쿠체 남아공 의학협회장은 최근 SBS와 인터뷰를 통해 “(남아공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는)후각·미각을 잃거나 콧물이 나지 않았고, 델타 변이와 달리 특이 증세가 없었다”면서도 “가벼운 증세라고 해서 바이러스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게 아니다”고 경고했다. 앞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던 라우터바흐 교수 역시 SNS를 통해 오미크론의 돌파 감염, 중증도 등과 같은 위험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섣부른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천은미 교수는 “벌써부터 낙관한다면 (바이러스에 대한)전체적인 경각심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지금까지 발생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는 비교적 젊은 층이고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에 경증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고령자나 기저질환자에 대한 치명률, 중증도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김신우 교수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고령자 감염이 가장 위험한데, 고령자에 대한 대규모 데이터가 없다”며 “현재까지 봤을 때 전파력은 델타 못지않고, 치명률을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데이터 필요… 완치자 혈액서 면역 확인돼야
오미크론 변이와 관련된 낙관적인 전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들이 붙는다. 우선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전파력, 중증도, 사망률, 입원률, 특히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대규모 데이터가 필요하다. 최초 발견 후 약 일주일 만에 전세계 20여개 국가에 퍼지는 등 빠른 전파 속도를 보이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확진자 수는 200~300명(2일 기준) 정도며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다. 새로 등장한 변이 바이러스인 만큼 지금 나타나는 특징 역시 주목해야 하지만, 현재 데이터만으로 전체적인 오미크론 변이의 위험도나 향후 전망을 논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혁민 교수는 “기본적으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 수 자체가 적고, 연령, 기저질환 유무 등 구체적인 정보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향후 데이터가 확보된 후에는 완치자들의 혈액 검사를 통해 기존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형성 여부 또한 확인해야 한다. 이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 감염 후 완치된 사람들의 혈액에 기존 알파·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 다시 말해 기존 변이 바이러스를 중화할 수 있는 항체가 생성돼있어야만 전망(오미크론 변이 대규모 감염에 따른 자연면역 형성)이 성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2~3주 기로… “과학적 근거 기반한 보수적 접근 필요”
전문가들은 향후 2~3주 안에 보다 많은 데이터들이 수집될 것으로 내다봤다. 바꿔 말하면 2~3주 후면 오미크론 변이가 코로나19 종식에 힘을 보탤지, 새로운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가 될지 가늠할 수 있는 셈이다. 이혁민 교수는 “2~3주 정도면 많은 양의 데이터가 축적되고, 오미크론 변이 완치자 혈액을 채취해 중화항체검사 결과를 얻는 데도 2~3주 정도가 소요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확실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맥시멈 리스크(최대 위험)를 고려하는 동시에,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계속해서 확인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