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사 위험한데… '폐동맥고혈압' 진단까지 1년 넘게 걸려

입력 2021.11.30 13:36

폐동맥고혈압은 전신고혈압과 달리 심장에서 폐로 가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희귀질환으로 주변에서 환자를 보거나 들어보기 힘든 낯선 병이다. 사회적 인식이나 관심이 낮아 환자가 병을 의심하고 진단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본인도 모른 채 방치되는 환자도 적지 않다. 2020년 기준 약 1700명의 환자가 원발성 폐동맥 고혈압환자들이 있으나, 이렇게 진단받은 환자들 외에 약 4000~6500명의 환자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치명률도 높은 질환이다. 주요 증상으로 호흡곤란, 만성피로, 부종, 어지럼증 등 비특이적 증상이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까지 약 1.5년 정도 소요되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절반은 돌연사, 절반은 우심부전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폐동맥고혈압환우회 ‘파랑새’는 치명적인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진단조차 받지 않은 환자가 많은 현실을 개선하고 실제 환자들의 경험을 통해 폐동맥고혈압을 알리고자 회원 중 60여명을 대상으로 폐동맥고혈압의 증상과 치료, 현실적인 어려움 등에 대해 조사했다.

◇환자 대부분 폐동맥고혈압 진단까지 1년 이상 소요
이때까지 실제 환자들이 말하는 폐동맥고혈압에 대한 진단까지의 과정과 증상, 현실적인 어려움은 별로 알려진바 없다. 환자들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으로 사회활동이 적은데다 폐동맥고혈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적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처음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환자들은 대표적인 폐동맥고혈압의 어려움으로 ‘숨참’ 증상과 더불어 ‘치료비 문제’, ‘효과적인 치료제의 부재’를 꼽았다.

폐동맥고혈압은 진단까지 오래 걸리는 질환이다. 실제 약 53%의 환자들이 진단받기까지 평균 1년 이상으로 길게는 4년까지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진단이 늦어지는 것은 치료 지연으로 인해 질병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로는 질병에 대한 낮은 관심이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설문에 응답한 환자들의 92.5%가 진단 전에 폐동맥고혈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더불어 의료진의 낮은 관심과 비 특이적인 증상도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에 속한다. 실제 병원을 찾아도 바로 진단되지 않고 대학병원을 찾아 오른쪽 심장 초음파 검사 후 진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환자 53명 중 진단 전 51명, 진단 후 45명이 ‘걷거나 계단을 이용할 때 숨참’ 증상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실제 환자들은 폐동맥고혈압을 ‘숨구멍이 좁아지는 병’이라고 표현하거나 ‘숨이 차서 걸을 수 없는 병’이라고 말한다. 초기 증상으로 숨찬 증상을 의심하라는 이유이다. 또 다른 증상으로는 ‘평소와 다른 피로감’, ‘발, 다리의 부종’, ‘가슴통증’, ‘실신’ 등으로 나타났다.

폐동맥고혈압으로 인해 가장 힘든 점으로 ‘증상으로 인한 일상생활 자체의 어려움’을 꼽았다. 이어 평생 관리가 필요한 병인 만큼 치료비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응답자들이 월 평균 30만원 이상 40만원 미만의 치료비가 들어간다고 응답했으며,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360만원~480만원의 치료비가 소요되는 것이다. 환자의 68%가 ‘치료비로 인해 치료를 중단하게 될까 부담된다’고 답하고, 약 27%가 현재 ‘치료비 부담’을 힘든 점으로 꼽았다.

이는 폐동맥고혈압 증상으로 인해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데 치료비를 부담이 맞물려 환자들이 고통받는 문제이다. 현재 치료비 자체도 부담이지만, 지속적인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생존이 걸린 치료를 중단하게 될까 봐 느끼는 잠재적 불안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개선 바람도 컸다. ‘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감소 방안과 함께 ‘초기에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제의 부재’ 문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초기에 효과적인 치료제를 사용하면 질병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치료 환경 발전 등으로 폐동맥고혈압은 생존율이 매우 낮은 치명적인 난치병에서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변화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의 현실은 일상생활이나 경제활동 유지가 아닌 생존을 걱정할 정도의 치료성적을 보이는 형편이다. 이는 해외상황과 비교할 때 큰 차이를 보인다. 국내 환자의 3년 생존율은 54.3%로 확인되는데, 이는 일본의 82.9%, 미국의 73% 대비 매우 낮은 수치다. 그러나 이는 치료율이 떨어지거나 사용할 수 있는 약제의 부족이 아닌 치료 초기 단계부터 사용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 접근성의 문제가 꼽힌다.

◇치료 시작 대부분 늦어… 급여 조건도 까다로워
폐동맥고혈압은 치료 약제가 다양하다. 국내외 폐동맥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폐동맥고혈압 치료는 저위험 또는 중간 위험 단계에서 초기 단독 또는 병용요법을 시행하며, 임상 반응이 충분히 보이지 않을 경우 적극적인 병용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국내 현행 급여 기준 상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고위험군(WHO 기능 등급 IV단계)부터 병용요법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설문에 참여한 환자의 약 35.8%는 진단과 동시에 2제 이상 요법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기진단이 늦어 이미 고위험군에서 폐동맥고혈압으로 진단을 받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한, 52%의 응답자가 진단 후 적게는 3개월에서 최대 2년 이후부터 2제 이상 요법을 시작했다고 답했으며, 이는 52%의 환자가 조기진단을 받았음에도 고위험군으로 증상이 악화된 이후 2제 이상 요법을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폐동맥고혈압은 점차 악화 진행되는 질병으로 치료제를 투여해도 상태가 회복되는 것이 아닌 치료 시점의 상태를 유지시키기 때문에 조기에 효과적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설문에서 나타나듯 대부분 환자들이 고위험 단계에서 뒤늦게 진단되거나, 조기에 진단되더라도 초기 치료를 단독요법으로 진행하다가, 고위험군으로 악화 된 뒤에야 병용요법 치료를 시작하는 상황이다.

이는 낮은 치료 성적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병용 치료 제한점을 해외 국가들과 달리국내 환자들의 낮은 생존율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폐동맥에 선택적인 확장제의 반응에 미미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들 약제에 대한 반응이 낮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폐동맥고혈압환우회 윤영진 회장은 “폐동맥고혈압은 우리 환자들도 진단 받기 전까지는 이름도 잘 모르던 낯선 질병이라 진단부터 치료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아직 진단도 못 받고 증상이 악화 된 후에야 발견하는 어려움 등을 줄이고, 현재 환우들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과 개선방안 등 폐동맥고혈압에 대해 알리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목소리를 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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