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안전한 사회④] 환자안전 활동에 대한 환자의 참여를 하고 계시나요?

교수 프로필 사진
강선주 대한환자안전학회 법제이사​

2015년과 2018년 메르스를 겪으면서 정부에서는 48개 이행과제를 선정하고 개선하여 2020년 1월 말 글로벌 보건위기 상황으로 몰고 간 코로나19에 대해서도 한국은 백신을 제외하고는 의연하게 대처하였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한 여러 과제 중 Three T(testing, tracing, treatment)를 손꼽기도 하지만, 위험소통방식에서 필요한 정보의 신속한 공유가 기여하였다.

의료기관의 환자안전 활동에서 환자의 참여 정도가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을까? 몇 년 전 국제한인간호재단과 연세대학교 김모임 간호학연구소에서 공동으로 개설한 「환자안전전문가 과정」에 조별 토론 촉진자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강사는 미국의 의료기관인증기관인 The Joint Commission의 컨설턴트인 김현옥 박사님이셨다. 환자안전이 중요한 쟁점이 된 것은 1999년 미국 국립의학원의 “To err is Human” 보고서이며, The Joint Commission이 2002년 3월부터 시행한 Speak Up 환자안전 프로그램은 환자와 보호자가 의료기관의 치료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며 의료기관은 환자나 가족들의 눈높이에서 궁금해 하는 정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알려주는 상호 노력을 통해서 Smart patient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강사님은 미국에서는 간호사 근무 인계인수시간에 환자가 참여하여 자신과 관련된 정보가 간호사 간에 어떻게 전달되는지 알 수 있도록 하고 환자 자신에 대한 의무기록은 병동 내에서 언제라도 볼 수 있도록 간호사실에서 환자에게 개방되어 있다고 소개하였는데, 당시에 이러한 내용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자안전 활동에 대한 환자의 참여를 주제로 한 연구들이 다수 발표되었는데, 주로 의료환경 조성이나 환자 요구가 반영된 교육 프로그램 제공 및 환자와 공유된 의사결정 절차를 정책화해야 한다는 개선 요구가 많았다(이남주 외, 2020; 황지인, 2019). 이에 반하여 스웨덴에서 입원환자 20명을 대상으로 면담한 연구 결과에서는, 환자 자신이 치료와 환자안전 활동에 능동적인 참여자가 되는 것을 선호하고 참여하게 되었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며 무시당하지 않는 느낌을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Ringdal 외, 2017).

위의 사례와 연구들을 살펴보니, 환자안전 활동에 대한 환자의 참여는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의료법 제21조에는 환자에게 자신의 진료기록 등에 대한 열람이나 사본의 발급 등 내용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김현옥 박사님의 사례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도 실현가능하였다. 오히려 환자안전과 환자 중심 케어와 연계하여 선도적으로 케어 과정의 개선을 고민한다면, 환자가 존중받고 치료과정에서 제대로 알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보다 참여적인 병동 문화를 조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진료기록 열람이라는 방법이 환자안전 활동에서 환자의 참여와 관련된 것이 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의료현장에서는 의료법상 보장되어 있는 환자의 권리가 환자안전사고가 발생된 상황하에서 무시되는 경우도 있다. 다음으로 저자가 실제로 경험한 사례를 함께 공유하여, 환자안전과 인권에 대하여 숙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다음은 실제로 필자가 경험한 사례를 통해서 환자안전 활동에의 환자참여 즉 알권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저자는 2011년부터 뇌혈관성 치매 진단을 받은 모친을 10여년간 돌보며 생활하였고 간간이 응급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119를 이용하여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면서 환자 가족의 입장에서 의료현장을 바라보는 기회가 종종 있었다. 6년여 동안은 모친의 거동이 가능하여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면서 돌보았는데, 거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친언니가 있는 서울 외곽 요양원으로 모친의 거소를 옮겨야 했다. 그러던 중 모친이 폐렴으로 대학병원 내과에 입원하면서 발생한 환자안전사건이다.

하루는 내과 주치의 선생님께서 환자 가족인 언니에게 환자가 기운이 없고 스스로 객담 배출을 하지 못해 자꾸 고열이 나고 폐렴이 재발하니, 기관절개술(Tracheostomy)을 하는 게 좋겠으며 주말 지나고 나서 하는 것으로 하자‘고 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날 저녁에 담당 주치의가 퇴근하고 없는데도 불구하고 흉부외과에서 환자를 중환자실로 내려서 기관절개술을 하다가 기흉이 발생하여 인공호흡기를 부착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경피적 확장 기관절개술의 경우에 기흉이나 출혈, 기관동맥루 등의 합병증 발생 보고가 있는데, 최근에는 비디오 후두경을 이용한 기관절개술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환자의 가족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진료기록 등 의무기록 사본 일체‘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2주 동안 인공호흡기를 달고 지내는 동안 두세 번의 환자와 관련된 의무기록 등 사본 일체를 청구하였는데, 기관절개술에 대한 기록은 매번 누락되어 있었다. 흉부외과에 사유를 물으니 ”너무 경미한 시술이어서 기록을 적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중환자실 간호사가 작성한 활력징후기록지에는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50% 까지 떨어지는 긴박한 5분의 경과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인공호흡기를 떼어내고 나서야 환자 몸통의 붓기가 빠져서 CT 촬영을 할 수 있었고 촬영 결과 기관을 둘러싸고 있는 연골 뒤쪽의 막이 찢어져 있었다. 이후 담당주치의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기관절개술 시술 과정에서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였다. 대개의 경우 주치의가 환자 머리 쪽에 서서 비디오 후두경으로 기관절재술 시술을 지원하는데, 이날은 자신도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고, 해당과 전공의가 새로이 업무를 시작하여 기관절개술 설명동의서 양식을 찾지 못해 환자 보호자에게 설명을 못했으며 동의서에 서명도 못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술 당시에 중환자실에 중환자의학 의사가 있어서 환자 목숨은 살렸다”는 설명이었다.

환자 가족의 입장에서 몇 가지 의문점이 드는 것은 야간에 기관절개술을 위해 환자를 중환자실로 내리라고 했을 때, 담당간호사는 몇가지 질문을 하고 확인을 했어야 했다. 첫째, 기관절개술에 대한 환자 보호자의 설명동의서가 있었는가, 둘째, 설명동의서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면, 보호자에게 전화 연락을 해서 설명동의서가 누락된 것과 응급시술에 대한 상황을 알려주어야 하지 않았는가 셋째, 흉부외과 담당의사에게 야간에 응급 시술을 꼭 해야 하는 상황인지에 대하여 확인을 했어야 하지 않았는가, 넷째 응급상황이 아니라 단지 흉부외과에서 여러 이유로 예정에 없이 결정되어 시술하는 것이라면 내과 주치의에게 알려주어야 하지 않았는가, 다섯째, 응급으로 결정된 시술과정은 환자안전 사고의 위험성이 높음을 인지하고 가능한 환자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대변하여야 하지 않았을까이다.

환자안전 활동에 대한 환자의 참여는 환자나 가족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입회할 수 없는 밀실적인 의료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정확하게 진료기록부 등에 사실을 기재하여 환자나 가족의  알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환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첫걸음이다. 환자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의료기관의 시스템적인 방어기전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환자에게 수행되는 모든 의료행위에서 의료인의 양심과 윤리의식의 준수가 있어야 환자안전 활동에의 환자 참여를 보장할 수 있다.

─대한환자안전학회는 2012년에 시작한 환자안전연구회의 활동을 바탕으로 2015년에 설립되어 우리나라 환자안전의 향상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환자안전에 대한 더 많은 정보와 학회 사업, 활동이 궁금하시다면 <대한환자안전학회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