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안전한 사회①] 환자와 함께하는 환자안전

입력 2021.08.20 11:05

대한환자안전학회 칼럼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송진영 교수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송진영 교수/사진=대한환자안전학회 제공

1844년 젬멜바이스 (lgnaz Philipp Semmelweis)는 빈종합병원의 산부인과에서 일을 하게 된다. 당시 빈종합병원은 한해에만 7,000-8,000건의 분만이 이루어지는 당대 최고의 산부인과 병원이었다. 하지만 당시 9.9%에 달하는 제1분만동의 사망률은 제2분만동에 비해 약 3배에 달하는 것이었다. 1847년, 당시 산욕열 (puerperal fever) 로 알려진 질환은 결국 시체를 해부하여 생긴 균이 의료진의 손을 통하여 산모의 상처에 감염을 일으켜서 환자를 사망에 이른다는 것을 젬멜바이스는 알아내고 산모를 진찰하기 전에 염화석회액으로 아주 꼼꼼하게 손을 씻고 깨끗한 가운으로 갈아입을 것으로 정했다. 이것이 오늘날의 손씻기 운동의 시초가 되었다. 이로써 환자의 사망률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여기까지가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는 헝가리 의사인 젬멜바이스의 업적이다. 그러나 그 당시 그의 제안은 결코 획기적이지도 설득적이지도 않았다. 그의 주장은 의료계에서 매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고 1849년 빈종합병원에서 고용 계약이 갱신되지 못하고 부다페스트로 돌아온 뒤에서 계속되는 의학계의 비판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뒤 47세의 나이로 사망하게 된다.

병원에서의 환자안전은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의사들은 최첨단 기술과 고난이도 지식을 습득하여 최고의 의술을 펼친다는 자부심으로 환자의 치료 성적이 매우 좋다는 것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 환자들이 치료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이 병원 내에서 일어난 일로 인해 치료 성적에 영향을 받는다면 매우 억울하고 안타까울 것이다. 환자의 입장에서도 말할 것이 없다. 그러나 환자의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길은 최첨단의 치료 행위에 비하면 매우 단순하고 일차원적일지도 모르겠다. 젬멜바이스가 제안한 손씻기 역시 결코 최첨단의 기술적인 행위는 아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의료계의 수용이 어려웠던 것은 당시의 의료 행태를 바꾸는 변화에 동의하지 못한 굳건한 의사들의 의료 문화였을 것이다.

우리의 의료 문화는 의료인들만의 것은 아니다. 의료인들의 수에 비하여 월등이 많은 환자와 환자를 간호하는 가족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 (잠재적인 환자)의 사고와 행위로 구성되는 것이다. 단시간에 형성이 된 것이 아닌 만큼 변화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젬멜바이스가 당시 의료행위 전 의료인의 손씻기를 제안하고 나서 미국의 질병관리본부에서 의료행위와 관련된 감염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손씻기를 전면 도입하기 까지 약 100년이 넘게 걸린 셈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메르스 감염사태를 통하여 일반인들의 손씻기 문화와 사람을 통한 감염 전파에 매우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최근에 완전하게 정착한 환자 병문안 문화의 변화는 매우 놀랍다. 그동안 절대 바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감염 사태로 인한 마스크 착용과 일상에서의 역학적 사고 역시 어떻게 자리를 잡을 지 매우 궁금하다. 이와 같이 사회적인 영향력이 있는 중요한 안전사고의 발생을 통해서만 우리의 의료 문화는 바뀔 수가 있었다.

의료문화가 바뀌는 데는 행위 참여자의 자발적인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환자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병원에서는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 물론 예전과 비교하여 매우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의사를 중심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자발적인 의료문화의 변화가 더디고 어렵기 때문에 법제화하려는 노력이 점점 많이 시도되고 있다. 정종현 군의 항암제 투여 사고로 유발된 환자안전법이 2016년 7월부터 시행되었다. 강력한 법적인 제제와 지도가 의료인들의 환자안전에 대한 인식과 문화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으나 거부감 또한 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이 무조건적인 환자안전수준을 높이는 노력에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 안전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의료인들 모두에게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강제적으로 변화를 유도한다면 효과나 지속성에 의문이 생긴다. 따라서 자발적인 변화가 매우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의료진들의 자발적인 변화가 전부인가?

환자안전에 대한 책임은 병원과 의료진에게 있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라고 하겠다. 2018년 한국소비자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환자안전사고의 67%는 의료인의 부주의에 기인한다고 발표하였다. 사실 이와 같은 내용은 다만 우리나라에 국한된 조사결과는 아닐 것이다. 환자 치료의 일선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들이 환자안전사고를 가장 많이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 문화적인 관점에서 이제는 환자나 보호자들의 환자안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환자 자신들에게 환자안전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 기 때문이다. 최근 ‘환자참여’ (patient engagement) 라는 개념으로 북미나 유럽에서 의료의 질 개선과 환자안전에 좋은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단순히 의료서비스의 만족을 표현하는 정도의 환자 참여가 아니고 환자안전요소에서 환자 스스로 의료진들의 행위를 관찰하고 참여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설명을 듣는 환자의 역할에서 질문하고 답변을 받는 적극적인 환자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의료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변화에 대한 이해와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다. 병원에서 가장 많은 의약품 오류나 환자 혹은 치료 부위 바뀜에 대하여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대부분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고령화와 의료기관의 이용 증가에 따른 낙상사고 역시 의료인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설마’ 혹은 ‘괜찮겠지’ 라는 환자 스스로의 인식이 낙상에 미치는 결과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환자안전사고에 의료인들의 인식이 가장 중요하고 조심 또 조심하는 것이 기본적인 것이라고 하겠고 그 위에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류가 되는 것이 환자참여라고 하는 것이 되겠다. 이는 의료진과 환자간의 다툼과 갈등이 아니고 환자안전이라는 공통 목표를 향한 역할 분담과 협력이라고 해야 하겠다.

─대한환자안전학회는 2012년에 시작한 환자안전연구회의 활동을 바탕으로 2015년에 설립되어 우리나라 환자안전의 향상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환자안전에 대한 더 많은 정보와 학회 사업, 활동이 궁금하시다면 <대한환자안전학회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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