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고지' 식단이 '만능' 아닌 이유

입력 2021.11.12 07:30

탄수화물 섭취 10% 미만 땐 체지방 오히려 증가… 콜레스테롤에도 악영향

밥 한 공기
당뇨병 환자는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 게 좋지만, 전체 칼로리의 10% 미만으로 줄이면 오히려 체지방이 증가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오를 수 있다./클립아트코리아

당뇨병 환자에게 식사요법은 약만큼 중요하다. 식사를 할 때 탄수화물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처럼 알고 있지만,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을 보면 최근까지 '당뇨병 환자를 위한 이상적인 영양소 섭취 비율은 없다'고 나와 있었다. 적정 칼로리를 기준으로 5대 영양소를 골고루 균형있게 섭취하는 '건강식'의 조건을 따르라는 것. 그런데, 2021년 개정된 기준에는 탄수화물에 대한 언급이 있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은 혈당 개선과 체중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탄수화물을 얼마나 줄여야 할까? 탄수화물을 줄여 먹고, 지방을 많이 먹는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은 2016년부터 인기다. 다이어트 목적으로 탄수화물을 전체 섭취 칼로리의 10% 미만으로 극단적으로 줄여 먹는 사람들도 있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하는 당뇨병 환자는 어떨까?

이와 관련, 최근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건국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최종한 교수는 '저탄수화물 식단' 관련 총 20개 연구, 24개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탄수화물 섭취량에 따라 3그룹으로 분류했는데, 적정그룹은 전체 칼로리에서 탄수화물 칼로리가 26~45%, 낮은 그룹은 10~25%, 아주 낮은 그룹은 10% 미만으로 했다.

분석결과, 체중 감소는 세 분류군에서 모두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다만 저지방 식이(전체 칼로리에서 지방 비율 10~30%)까지 함께한 경우 6개월까지 4kg가 감소했다. 그것도 52주까지 효과가 지속되지는 않았다.

주목할만한 점은 ‘혈당 조절’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는 것. 탄수화물 섭취가 10~25%로 낮은 그룹에서 공복혈당은 6개월까지 10mg/dL감소, 당화혈색소(HbA1c)는 3개월까지 0.15% 감소했다. 인슐린 저항성도 6개월까지는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 혈액의 지질도 좋아졌는데,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은 증가 했고 중성지방은 감소했다.

최종한 교수는 발표에서 "전체칼로리의 10~25%로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식사의 경우 체중 감소에는 뚜렷한 효과가 없었지만, 혈당과 혈중 지질에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반면 탄수화물 섭취가 10% 미만인 '아주 낮은 그룹'에서는 6개월 이상이 지나면 오히려 체지방이 증가했고,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상승하는 등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최종한 교수는 "이번 연구는 1년 미만에서의 효과를 살핀 것"이라며 "장기간 지속 가능한 식단인 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인, 고령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부족한 점도 한계로 지적했다. 한국 식단에서는 전체 칼로리의 10~25%만 탄수화물로 보충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하루 섭취 칼로리의 55~65%를 탄수화물로 보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 위험이 있으므로 무리하게 탄수화물을 제한하기 보다 건강식의 기준에서 탄수화물 섭취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간헐적 단식에 대해서도 검증을 했는데, 체중 감소, 혈당 조절에서 모두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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