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보며 거식증 치료… 도움 될까?

입력 2021.09.01 08:00

식욕 자극하지만, 음식 섭취로 이어지긴 어려워

먹방
먹방은 섭식장애를 악화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틱톡 등 SNS에서 거식증 등 섭식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eat with me'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음식을 먹는 장면을 공유하는 영상이 유행하고 있다. 대리만족을 위한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 유행도 여전하다. 먹방 영상들은 정말 섭식장애 극복에 도움이 될까?

◇먹방, 식욕 자극하는 건 사실

먹방이 식욕을 자극하는 것은 사실이다. 음식을 먹는 영상이나 음식 사진을 자주 보면 위에서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이 분출되고, 뇌는 배고픔을 느낀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이 '두뇌와 인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방송을 통해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두뇌는 자극을 받아 비만 위험이 커진다.

전남대 식품영양학부 정복미 교수팀이 지난 6월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지에 발표한 연구에서도 주당 먹방 시청 시간이 7시간 미만인 사람보다, 14시간 이상인 사람의 체중이 더 무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먹방 시청 시간 7시간 이상인 남성과 14시간 이상인 여성의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과체중 상태였다. 먹방을 보기만 해도 식욕이 생기고, 실제 식사량 증가로 이어진다는 게 연구를 통해 입증된 셈이다.

◇거식증 치료에 도움되는 먹방? "실효성 희박"

거식증 환자, 거식과 폭식을 반복하는 환자 등은 식욕을 극도로 억제하고, 음식 섭취도 극단적으로 조절하기 때문에 먹방을 통한 식욕자극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먹방을 통한 식욕자극이 실제 섭식장애 환자의 음식 섭취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섭식장애 환자는 치료 과정에 '정상적인 식사'가 있을 만큼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가 힘들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는 "식사에 문제가 있는 섭식장애 환자는 식사하면서도 음식을 숨긴다거나 굉장히 느리게 먹는 등 거식병리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섭식장애 환자는 치료자(의료진)를 동반한 상태로 식사하며, 모니터링을 통해 거식행위를 개선해 나가는 일이 매우 중요한데, 환자 혼자 먹방을 보며 식사를 하면 거식행위 모니터링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섭식장애 환자의 식사는 거식행위를 이어가려는 환자와 이를 제지하는 치료자 간 신경전이 속에서 진행되기에 긴장감이 굉장히 높은 고난도 치료행위이다. 즉, 이미 섭식장애가 있는 환자 혼자서 먹방을 보며 식사문제를 해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되려 먹방이 섭식장애를 악화할 가능성이 더 크다.

김율리 교수는 "영상이 치료를 목적으로 아주 잘 만들어진 경우라면 섭식장애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무분별한 먹방 영상을 섭식장애 환자에게 노출하는 일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섭식장애 환자에게 먹방은 식사에 대한 긴장감, 음식에 대한 자극을 높일 수 있고, 이를 풀기 위한 구토, 절식 등 보상행동과 섭식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굳이 영상을 통해 섭식장애 치료를 시도해보겠다면, 모니터링이 가능한 상황에서 ‘균형잡힌 식사영상을 통해’ 진행해볼 수 있으며, 통상적인 먹방 영상의 섭식장애 치료 효과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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