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의 신문물 ‘어르신놀이터’… 건강 효과는?

입력 2021.07.22 08:30

충남 공주, 최초로 문 열어… 노인 유연성·균형 강화 목표

어르신놀이터 놀이기구
어르신놀이터에 설치된 ‘핑거 스테어(FINGER STAIRS)’/재미있는재단 제공

어르신, 놀이터. 단어들의 조합이 다소 어색한 이곳에는 그네, 미끄럼틀 대신 모양도 이름도 생소한 여러 기구들이 놓여 있다. 처음 보는 이 기구들의 목적은 관절 건강과 함께 균형감각·유연성을 향상시켜 노년기 원활한 일상생활을 돕는 것이다.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지금, 이 같은 ‘어르신놀이터’가 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복지시설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인 유연성·균형 강화 목표… 지난달 국내 첫 선
‘어르신놀이터’란 말 그대로 어르신, 즉 고령자를 위한 운동·놀이기구가 설치된 시설이다. 기존 공원·놀이터 기구들이 대부분 근력 운동을 목적으로 한다면, 어르신놀이터에는 전화 이용, 음식용기 열기 등 노인들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움직임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균형·유연성 강화와 관절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구들이 설치됐다. 작은 계단 모형에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는 ‘핑거 스테어(FINGER STAIRS)’나 구불구불한 철제 봉을 따라 링을 이동시키는 ‘스네이크 바(SNAKE BAR)’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구는 손가락·손목·팔꿈치·어깨 등을 움직여 눈과 손의 조화와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든 기구는 노인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 설계·제작됐으며, 놀이터 내에는 기구 외에도 탁자나 벤치 등 휴식 공간도 함께 마련됐다. 유럽의 경우 2008년 영국 맨체스터 하이드파크에 노인놀이터를 조성한 것을 시작으로 이미 각국에 수백개 이상의 관련 시설이 설치·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달 충남 공주시에 국내 최초 어르신놀이터가 문을 열었다. 이 시설에는 ‘재미있는재단’이 기증한 핀란드 랍셋 제품 14종이 설치됐다. 현재 공주시 외에도 각 지자체 별로 기존 놀이터에 노인 운동기구를 설치하거나 새로 시설을 구축하는 등 어르신놀이터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재미있는재단 고민정 이사장은 “현재 100여개 지자체가 어르신놀이터 구축을 고려하고 있다”며 “공주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한 지자체만 40개 이상이다”고 말했다.

◇신체능력 향상 넘어 정서적·사회적 효과까지
노인놀이터는 신체능력은 물론, 정서적·사회적으로도 많은 효과가 기대되는 새로운 유형의 노인 복지시설이다. 우선 신체적으로는 기본적인 움직임에 필요한 근육·유연성을 강화해 건강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이는 곧 우울증, 적대감, 공포증, 불안 등 다양한 정서적 문제를 완화하는 효과로도 이어진다. 또 ‘놀이터’라는 공간 안에서 다른 노인들과 어울림으로써 노년기 가장 큰 ‘적’인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전체적인 노인 건강 향상을 통한 사회적 비용 감소와 고독사와 같은 사회적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

◇접근성 고려해야… ‘한국형 어르신놀이터’ 구축 과제도
다만, 단순히 노인놀이터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부지 선정 전 ▲지역 노인 인구 비율 ▲주변 노인시설과 거리 ▲주변 교통·경사도 등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통해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령자 특성상 좋은 시설이 갖춰져 있더라도 접근성이 떨어진다면 실제 이용으로 이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기구 활용법 교육 ▲노인 놀이 전문가 초빙 ▲다양한 부대 행사 ▲지역 보건소와 연계한 의료 서비스 등 부수적인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것 역시 활용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형 어르신놀이터’를 구축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현재 국내 어르신놀이터는 기구들을 대부분 해외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일부 국내 업체가 생겼으나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다. 유럽 제품 역시 노인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더욱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체형을 고려한 국내 노인 맞춤형 노인 운동기구가 필요하다.

◇“4년 뒤 5명 중 1명이 고령자… 사전 대비 필요”
우리나라는 이미 전체인구 중 만 65세 이상이 14%를 넘어서며(2017년, 14.2%)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5년에는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의 경우 미국이나 독일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 시설·시스템 개선과 함께 노인놀이터와 같은 새로운 복지시설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이다. 시니어콘텐츠 전문가로도 활동 중인 고민정 이사장은 “충분한 준비 없이 초고령 사회를 맞을 경우 노인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적 문제로도 확대될 수 있다”며 “노인들이 야외에서 함께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적·기술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로당과 같은 기존 노인복지 시설은 오히려 그들을 격리시키고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시대가 변하고 액티브 시니어(은퇴 후에도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세대)가 등장함에 따라 노인 정책에도 큰 변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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