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만큼 ‘통화’도 두렵다… ‘콜 포비아’ 호소하는 젊은이들

입력 2021.04.23 18:00

전화번호를 누르는 모습
전화 통화에 대한 두려움이 심한 경우, 식은땀을 흘리거나 심장이 두근대는 등 신체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전화공포증, 이른바 ‘콜 포비아’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콜 포비아란 전화 통화를 하는 데 어려움, 두려움 등을 느끼는 것으로, 심한 경우 전화가 오기만 해도 심장이 뛰거나 식은땀을 흘리는 등 신체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메신저 사용에 익숙해진 사람일수록 이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자체적인 노력에도 증상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할 것을 권한다.

◇일상적인 통화조차 그들에겐 ‘두려움’
전화 통화는 하루에도 몇 통씩, 필요에 따라 수십 분 이상도 할 수 있는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전화 통화로 회의·보고를 하는 등 업무를 보거나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더욱 많아졌다. 매우 평범한 행동 같지만 누군가에게는 어려움을 넘어 두려움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바로 ‘콜 포비아(전화 공포증)’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통화하는 것을 어색해할 뿐 아니라, 공포와 기피의 대상으로 여긴다. 예를 들어 진동 소리가 조금만 길어져도 부담을 느낀다거나, 용기 내 전화를 걸었지만 상대가 받지 않아 회신을 기다려야 할 때 초조함·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소극적인 사람만? 적극적인 사람도 의외로 많이 겪어
‘콜 포비아’라는 개념이 나온 것은 이미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스마트폰과 메신저를 사용해온 사람들이 성인이 돼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문제와 심각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전화 통화량이 늘면서 본인에게 콜 포비아 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깨닫는 사람도 많다.

이들을 단순히 ‘전화 받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 정도로 여기면 내성적이고 조용한 사람들, 위축된 사람들이 겪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의외로 적극적·외향적이면서 과감한 사람도 콜 포비아를 호소하곤 한다. 가천대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적극적이고 과감한 사람들은 본인에 대한 기대가 높다보니 완벽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완벽과 실수에 대한 강박이 있는 경우, 불안의 유형으로 콜 포비아를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콜 포비아 증상은 전화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전화 통화에 부담을 느끼는 정도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초조함으로 인해 식은땀을 흘리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등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후자인 경우 전화 문의·상담·주문, 업무상 통화 등도 아예 불가능해져,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준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배승민 교수는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될 일도 통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쉬운 일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우울함을 느끼는 악순환으로 연결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전화 예절 강조하고 문책하는 사회 분위기도 영향”​
콜 포비아는 중·장년층보다는 20·30대에서 주로 나타난다. 대면보다는 비대면, 전화 통화보다는 메신저 소통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전화 통화가 어색함을 넘어 불편함이 된 것이다. 배 교수는 “전화는 메신저에 비해 예의가 엄격(업무상)하고 ‘시작과 끝’이라는 절차도 명확하다”며 “상대방과의 호흡도 중요하다보니 어릴 때부터 메신저 사용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전화 통화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메신저 사용 외에도 지나치게 예절을 강조하거나, 실수에 엄격한 반응을 보이는 등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분위기 또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많은 사회 초년생들은 첫 직장 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 중 하나로 복잡한 전화·이메일 예절을 꼽곤 한다. 이들 입장에서는 복잡한 예절을 지키는 게 어려울 뿐 아니라, 예절을 지키지 못해 혼나는 것도 두려운 셈이다. 간혹 40·50대 중에도 콜 포비아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데, 이 역시 과거 전화 통화 실수와 이로 인한 문책이 트라우마로 작용한 경우가 많다.

◇피하기보다 연습 통해 극복해야
콜 포비아는 그 자체가 정신과적 질환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는 사회불안장애의 한 가지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전화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만으로 상담을 받거나 병원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사회불안장애 증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는 사람들 중 콜 포비아를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배승민 교수는 “대면 소통 중 실수에 대한 공포,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 등 사회불안을 보이는 환자 중 전화 통화를 두려워하는 환자들이 일부 있었다”고 말했다.

콜 포비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습관적으로 전화를 피하기보다 사회적 기술 훈련을 통해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족, 친한 친구 등 자신이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과 전화 통화 연습을 하고, 다른 사람과 통화가 힘들다면 혼자서라도 연습해보도록 한다. 공포감이 심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난다면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게 좋다. 특히 트라우마에 의해 공포감이 생겼다면 상담 치료 등을 통해 트라우마를 지워야 한다. 콜 포비아를 겪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인 사전 시나리오 작성 역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지나친 불안감에 시나리오를 여러 개 만들거나 시나리오에 지나치게 의지할 경우, 시나리오가 없으면 전화를 못 받는 등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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