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구조가 다르다… 남성의학·여성의학 분리해야 할까?

입력 2021.03.17 17:31

'뇌혈관장벽' 차이 확인… 여자는 치매, 남자는 뇌졸중에 취약

뇌혈관 모형
남성과 여성은 뇌 구조 차이로 인해 뇌질환 양상도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치매는 여성에게, 뇌졸중은 남성에게 더욱 잘 생기는 질환이다. 실제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치매 환자 성별 구성 비율은 여성 62%, 남성 28%로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2배 많다. 뇌졸중의 성별 편차도 확연하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만 50세 이상 인구의 뇌졸중 발병률은 2017년 기준 남성은 2.3%, 여성은 1.3%로 거의 2배가량 차이를 보인다. 남성과 여성의 뇌질환 양상에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여성과 남성의 '뇌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성은 '뇌혈관장벽' 더 튼튼? 기능도 다르다
미국 메릴랜드대 혈관연구소장 알리사 클라인 교수팀은 뇌질환의 남녀 차이에 관한 기존의 연구 결과와 성별에 따른 세포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남성과 여성은 '뇌혈관장벽(BBB·Blood Brain Barrier)'이 서로 다른 행동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혈액이 뇌 조직으로 들어갈 때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장벽'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연구팀은 남성이 여성보다 장벽이 견고하며, 무언가 다르게 기능한다고 추측했다. 정확한 발병 기전까지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뇌혈관장벽의 기능 차이가 성별 뇌질환 양상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임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또한 뇌혈관장벽 외에도 남녀 간의 유의미한 차이점을 몇 가지 더 지적했다. 대부분 여성이 남성보다 심혈관질환에 취약하다는 내용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같은 심장 박출 대비 혈압이 낮으며, 동맥의 직경이 작다. 여성은 비슷한 연령의 남성보다 측두엽·후두엽 부분이 더 뻣뻣하다고도 했다. 알리사 클라인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혈관을 연구했지만, 5년 전까지만 해도 뇌세포에 성별 간 차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왔다"며 "치매, 다발성경화증, 파킨슨병 등 뇌질환뿐 아니라 다양한 전신 질환의 남녀 간 차이를 추가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뇌질환 성별 차이 도식
알리사 클라인 교수에 따르면 남녀는 유전적 원인으로 인해 '뇌혈관장벽' 기능이 다르다./사진=메디컬익스프레스 캡처

◇성별 취약 질환 인지해야… 추가 연구 필요성
남녀 간의 생물학적 차이는 질병의 발병 자체뿐 아니라, 예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코로나19만 해도 유전적 차이로 인해 남성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갑상선질환은 여성에게 더 많이 생기지만 남성의 예후가 더 나쁘다. 뇌졸중 또한 여성이 남성보다 발병률 자체는 조금 낮지만, 예후는 나쁘다는 의견이 학계에서도 지배적이다. 이미 2009년에 미국심장협회는 뇌졸중 성별차 연구 특집호를 발간했다. 이후 2014년에는 여성만을 위한 뇌졸중 예방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생물학적 원인만이 여성의 뇌질환을 악화시켰던 것은 아니다. 미국심장협회가 2003~2008년 뇌졸중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여성의 뇌졸중 '적극 치료' 비율은 남성보다 14% 낮았다. 세계적으로 여성들은 뇌졸중 발생 후 병원 방문이 늦고, 급성기에도 치료받을 기회를 적게 부여받는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여성이라면 평소 뇌질환에 더욱 관심을 갖고 예방을 위해 노력할 것을 권한다. 미국심장협회의 여성 뇌졸중 예방 지침에 따르면 여성이라면 특히 뇌졸중 위험인자인 당뇨병, 고혈압, 심방세동, 편두통, 우울증 등을 더욱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남자라면 안심해도 괜찮을까? 물론 아니다. 질병 양상에 차이가 있을 뿐, 오히려 파킨슨병 등 남성의 예후가 더 나쁜 뇌질환도 있다. 앞선 메릴랜드대 연구팀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뇌혈관장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또한 뇌혈관장벽에 밝혀지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남겨놨다. 앞으로 성별차 연구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 남녀가 각자 취약한 질환을 미리 인지하고 예방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