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생일 맞는 '생명의 약' 인슐린… 알약은 언제쯤?

인슐린 개발 덕에 당뇨 '관리 가능한 병'으로

배에 인슐린 주사를 놓는 남성
2021년은 인슐린이 약제로 개발된 지 100년이 되는 해다./클립아트코리아

인슐린은 당뇨병을 ‘관리가 가능한 병’으로 만들어준 약이다. 2021년은 인슐린이 약으로 개발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100주년을 기념해 ‘인슐린 이모저모’를 준비했다. 알아두면 언젠가는 유용할 정보들만 모았다.

◇인슐린, 당뇨를 관리 가능한 병으로 바꿔준 약
인슐린이 없으면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 없어서 지방산이 과도하게 대사된다. 그 결과 혈액 속 케톤이 많아지는 당뇨병성 케톤증이 생겨 심하면 사망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슐린 주사는 ‘생명의 약’으로 불린다. 인슐린을 추출해 약으로 쓰기 전까지, 당뇨는 관리가 불가했기 때문이다. 인슐린 약제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지속형 인슐린, 짧은 시간만 작용하는 인슐린 등 여러 종류가 개발돼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인슐린의 혈당 강하 효과는 아주 탁월하다. 부작용으로 저혈당이 올 수 있지만, 환자가 저혈당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적절히 대처하면 극복 가능하다. 췌장에서 인슐린이 전혀 안 나오는 1형 당뇨병이나 췌장 기능이 떨어져 인슐린이 적게 분비되는 2형 당뇨병 환자 모두 인슐린 주사를 써야 한다. 꼭 필요한 인슐린이지만, 인슐린에 대한 오해는 아직도 많다.

◇인슐린 쓴다고 췌장 망가지는 것 아냐
그 중 ‘괴담’이라 꼽을 만 한 건 “인슐린을 쓰면 췌장이 망가진다”는 오해다. 당뇨병은 원래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떨어져서 생기는 병이다. 당뇨가 발견되는 시점부터 이미 췌장 기능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췌장이 망가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방이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 세포인 베타세포가 포화지방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기능을 잃는다. 당뇨 환자가 포화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하나는 포도당이다. 췌장은 많은 양의 포도당에 오래 노출돼도 망가진다. 췌장 기능이 ‘바닥’ 상태인 사람은 췌장을 자극하는 약을 아무리 써도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 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나지 않는다. 당뇨 발견 즉시 바로 인슐린을 써서 혈당을 낮춰야 한다. 결국, 인슐린 주사가 췌장을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 이미 망가진 췌장을 대신해 혈당을 낮춰준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의사가 “인슐린 주사 치료를 합시다”고 말해도 주저할 필요 없다. 상황에 따라, 혈당을 관리하고 합병증을 막는 유일한 기회일 수 있다.

◇“먹는 인슐린 개발 성공… 제품화 기대해볼 만”
환자들이 인슐린 치료에 막연한 공포를 느끼는 건 ‘주사’ 때문이기도 하다. 매일 스스로 주사를 놔야 한다는 부담에 인슐린 치료를 꺼리는 환자가 적지 않다. 그래서 각국의 제약회사들이 개발에 달려드는 약 중 하나가 ‘먹는 인슐린’이다. 아직 먹는 인슐린 약을 상품화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인슐린을 먹는 약으로 만들기 어려운 이유는 인슐린이 단백질이기 때문이다. 단백질인 인슐린은 위산에 쉽게 파괴된다. 위장을 통과해 소장에서 정확한 양이 서서히 흡수돼야 하는데, 인슐린의 특성상 이게 쉽지 않다. 한 제약회사에서 2년 전 알약 형태의 인슐린 제제를 개발한 적이 있다. 약효도 입증이 됐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사람마다 혈당 변동 폭이 너무 컸고, 혈액까지 무사히 도달한 인슐린의 양이 주사제에 비해 턱없이 모자랐다(2% 수준). 혈액으로 흡수되지 않은 나머지 인슐린이 소화기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알약도 제품화되지 못 했다. 하지만 한 번 개발에 성공한 약들은 금세 단점이 보완돼 제품화되기 마련이라서, 의학자들도 “향후 10년 안에는 인슐린 알약이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하는 분위기다.

◇‘냉장 보관 어려운 상황’에 열쇠 될 만 한 연구 나와
한편, 인슐린제제는 온도에 민감하다. 개봉 전 인슐린은 반드시 섭씨 2~8도에 보관해야 하고, 개봉 후엔 4주 정도는 25~30도에 보관해도 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약이 변성돼 약효가 떨어진다는 게 통설이다. 그래서 오지에 살거나 난민인 당뇨 환자는 인슐린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기후는 덥고 습한데 약을 보관할 냉장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바꿔줄 만 한 연구가 최근 나왔다. 의사들 사이에서 열악한 상황의 당뇨 환자를 위한 인슐린 치료 문제는 오랫동안 화두였는데, ‘이보다 높은 온도에 보관하면 정말 약효를 못 낼까?’라는 의문을 갖고 실험한 연구가 세계적 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됐다. 결과는 반전이었다. 25~37도에 보관된 인슐린도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고 약효도 동일했다. 이 한 편의 연구로 “이제 인슐린 아무 곳에나 보관해도 된다”고 말하기엔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인슐린 치료가 시급했던 오지의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계기다.

스위스 제네바대 데이비드 베란 교수는 인슐린 약제 개발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학술지 란셋을 통해 “인슐린이 수많은 당뇨 환자의 삶을 바꿨지만, 아직 축하하기엔 이르다”며 “인슐린을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인슐린을 접하고, 건강히 살 수 있도록 관련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100년 동안 인슐린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생명의 약’이 될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