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매출 1조’ 씨젠의 급성장엔 이유가 있었다

입력 2021.02.03 11:32

이민철 부사장 “코로나 끝나도 ‘분자진단’ 수요 계속 늘 것”

‘K-진단키트’는 작년 한 해 놀라울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전반적인 수출량이 감소한 상황에서도 수출액이 전년 대비 700% 이상 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씨젠은 그 중심에 있었다. 일찌감치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에 나선 씨젠은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코로나19 검사의 25%를 점유하면서 ‘K-진단키트’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매출은 1조1000억원 이상으로 2019년(1220억원)보다 10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전체 생산 규모 또한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10배 이상 확대됐다. 임직원 수는 1년 사이 320명에서 63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씨젠 이민철 부사장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분자진단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매출은 물론, 인적·물적 인프라 확대와 업무 디지털 트랜포메이션 등 사업 전체적인 부분에서 많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씨젠 이민철 부사장
▲씨젠 이민철 부사장/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국내 확진자 발생 전부터 개발 착수… 점유율 확보로 이어져
이민철 부사장은 씨젠의 높은 성장세에 대해 “‘분자진단의 대중화’를 목표로 지난 20년 동안 연구·개발에 매진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실제 씨젠은 국내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HPV, 성매개 감염증, 호흡기 감염병 등 100여 개 이상 제품을 개발·판매해왔다. 그러던 중 2019년 중국에서 코로나19 발병 소식이 전해졌고, 전 세계로 바이러스가 확산될 것으로 판단해 기존 연구·개발을 멈춘 후 코로나19 진단시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월 16일부터 개발에 착수했으며, 같은 해 2월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했다. 사실상 본격적인 코로나19 확산 전부터 진단키트 사용 허가를 받은 셈이다.

씨젠의 시장 점유율 확보는 이 같은 빠른 움직임에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더해진 결과다. 현재 씨젠은 제품 개발을 위한 인공지능(AI) 올리고 설계기술을 활용해 ▲타깃 바이러스만을 선별적으로 동시 다중 증폭하는 기술 ▲여러 타깃 바이러스를 한 번에 검출하는 기술 ▲바이러스 종류와 정량을 동시 산출하는 기술 ▲최종 진단 결과를 자동 판독해 감염 여부를 정확히 진단하는 기술 등 진단 전 과정에 걸쳐 높은 수준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이민철 부사장은 “전 세계 시장에서 씨젠 진단 키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높은 정확도와 신뢰성(재현성), 대용량 검사 시스템, 편리성 때문”이라며 “다중 유전자 기술을 활용한 동시 유전자 검사와 대량 검사 등은 씨젠이 갖춘 독보적인 기술력이자 경쟁력이다”고 말했다.

실제 씨젠의 차별화 포인트는 ‘멀티플렉스 기술’로 대변된다. 기존 제품들이 한 번에 한 가지 유전자를 검사하는 기술이 적용됐다면, 멀티플렉스 기술은 1회 검사로 여러 가지 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한다. 코로나19와 독감, 감기를 동시 진단하는 키트인 ‘Allplex SARS-CoV-2/FluA/FluB/RSV Assay’가 대표적이다. 씨젠은 계속해서 독보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개발·출시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기존 제품의 타액(침) 검사법 병용 방식을 승인받았다. 타액 검사는 스스로 침을 뱉어 검체를 채취하는 것으로, 의료 전문가를 반드시 필요로 하지 않아 어디서나 손쉽게 검체를 채취할 수 있다. 때문에 검사량 급증으로 검체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지역 중심으로 대량 수요가 예상된다.

씨젠은 최근 유럽에서 기존 제품의 타액(침) 검사법을 승인받았다. 타액 검사 특성상 어디서나 쉽게 검체를 채취할 수 있는 만큼, 검사량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 중심으로 많은 수요가 기대된다

◇“치료제·백신 나와도 코로나 진단키트 판매 확대될 것”
일각에서는 백신·치료제 개발 이후 진단키트 수요가 크게 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민철 부사장은 이에 대해 “현재 확산세와 백신 접종 후 추가 진단, 변이 바이러스 진단 등을 고려한다면 수요가 쉽게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치료제가 나오더라도 진단키트 필요성은 낮아지지 않기 때문에, 수출 강세 또한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앞으로 1~2년 동안 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가 확대되는 것은 물론, 시장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에 대비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호흡기 감염 병원체를 동시 진단할 수 있는 맞춤 제품을 계속해서 내놓는 등 제품 성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자진단이 향후 감염병 진단 시장 주도… 후속 제품 출시 예정”
씨젠은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신속·정확하면서도 쉽게 여러 바이러스를 동시 진단할 수 있는 분자 진단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존 멀티플렉스 기술과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해 시장 수요에 맞는 후속 제품을 계속해서 선보이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호흡기 질환군의 경우 지금보다 간편하고 각 지역 니즈에 맞는 제품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이민철 부사장은 “향후 감염병 진단은 분자진단 시장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코로나19로 분자진단에 대한 시장 인식이 높아진 만큼, 다양한 제품을 활용해 분자진단 시장을 확대하고 분자진단을 대중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씨젠 이민철 부사장
▲씨젠 이민철 부사장/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현지 개발 시스템 통해 지역·국가별 맞춤형 진단키트 제작 착수
현재 씨젠은 신제품 개발과 함께 생산 설비 확대, 해외 법인 추가 설립, 신시장 진출, 글로벌 인재 영입 등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국가나 지역 별로 맞춤 제품을 개발·사용할 수 있도록 ‘현지 개발 시스템’ 준비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현지 개발 시스템은 씨젠이 제품 개발을 원하는 수요자에게 개발 시스템과 원재료, 장비를 지원하면, 현지에서 쉽고 빠르게 맞춤형 분자진단 시약을 개발·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씨젠 제품이 언제 어디서든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민철 부사장은 “맞춤형 제품 개발을 위해 국가나 지역 별로 제품 개발에 필요한 모든 자동개발 도구를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와 유럽을 시작으로 서비스 국가를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씨젠의 중장기 목표는 전반적인 의료 서비스를 아우를 수 있는 종합 헬스케어 기업 도약이다. 이를 위해 기존 분자진단 사업과 함께 새로운 사업으로 분야를 확장하는 한편, M&A, 신사업 투자 등도 적극 검토 중이다. 이 부사장은 “분자진단은 향후 모든 감염병과 질병은 물론, 동물, 환경, 식물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될 것”이라며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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