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횟수 세계 3위… 癌치료의 '표준'을 바꾸다

입력 2020.01.10 09:20

[암 극복, 어디까지 왔나] [암센터 탐방] [2] 서울대암병원

7년째 국내 最多 임상시험 개시, 유전자 데이터 활용해 맞춤 치료
위암 등 수술 성적, 美·유럽 상회… 24시간 내 검사에 치료 계획까지

서울대암병원은 암(癌) 정복의 '선봉장'이다. '연구중심병원'을 표방하며 세계에서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많은 암 관련 임상연구를 하고 있다. 서울대암병원은 이러한 연구 실적을 바탕으로 유방암, 위암, 폐암의 '표준치료법'을 바꾸고 있다.

서울대암병원 서경석 원장(외과)은 "암 임상시험 횟수는 미국의 MD앤더슨 암센터, 하버드대 다나파버 암센터에 이어 세계 3위"라며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CDK 4/6 억제제 치료, HER2 양성 위암에서 허셉틴 치료, ALK 양성 폐암 표적치료의 효과를 입증해 암 표준치료법을 바꿨을 정도로 우수한 연구결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1997년 국내 최초로 임상시험센터를 개소한 서울대병원은 암 임상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축적했다. 2013년에는 단일기관 임상시험 수행에서 세계 1위를 했고,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으로도 지정돼 '암 유전체 진단법(캔서패널)'을 개발했다. 서경석 원장은 "암병원에 국내 최초로 암연구 전용 임상시험센터인 '종양임상시험센터'를 개소했다"며 "24시간 운영되는 30개 병상에서 매년 100개 이상 암 임상시험을 개시해 2012년 이후 7년 연속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처음 약을 쓰는 연구인 '1상 임상'이 그중 30% 이상을 차지한다.

◇'유전자 정보' 활용해 치료 성적 높여

서울대암병원은 사람마다 다른 '유전자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환자별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정밀의료'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병원은 지금까지 4000여 건의 유전자패널 검사를 시행했다. 유전자 패널 검사를 하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때 의료진의 '판별'이 중요하다. 서울대암병원 암진료부장 김동완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수많은 유전자 중 어떤 유전자가 암 치료에 있어 중요한지를 파악하는 것도 의료진에 달려있다"며 "임상 데이터와 유전체 정보를 한번에 볼 수 있는 프로그램 '사이앱스'를 도입해 효과적인 치료법을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암병원은 다양한 임상시험과 진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별로 최적화된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대암병원은 다양한 임상시험과 진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별로 최적화된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 항암치료 성공률도 높이고 있다. 항암제 중 한 가지인 표적치료제는 효과가 좋지만, 특정 유전자(표적)가 발견돼야 적용할 수 있다. 유전자가 없는 환자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김동완 교수는 "유전자 패널 검사로 치료할 수 있는 표적을 더 발견할 수 있다"며 "기존 유전자 검사법으로는 폐암 환자 중에서 30%만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유전자 패널 검사를 통해 추가로 30% 환자에서 치료할 수 있는 표적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암병원은 수술 성적도 우수하다. ▲간암은 수술 사망률이 0.4%로 국내 평균(1.9%)을 크게 밑돌고, 간이식 성공률은 99%에 이른다. ▲대장암은 매년 1000건 이상의 수술과 내시경 치료를 시행한다. ▲유방암 수술은 매년 1800건 이상 시행하며 최대한 유방 원형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한다. ▲위암 수술은 누적 3만례를 돌파했으며, 수술 후 사망률은 0.08%로 미국, 유럽 기준보다 훨씬 낮다. ▲폐암은 전체 수술의 90%를 흉강경으로 시행하며 흉강경 수술 성공률 95%를 기록했다.

◇암 치료 컨트롤타워 '4차 병원' 역할

서울대암병원은 지하 5층~지상 4층 규모로 다른 암센터들에 비해 작은 규모다. 서경석 원장은 "암 진료의 최적화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다른 진료과 의견을 신속히 들어 최적의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환자가 불필요하게 돌아다니지 않도록 진료과를 한 데 모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병원은 진료과(의료진)가 아닌 '센터(질병)' 중심으로 운영된다. 복잡한 암의 특성을 고려해 총 27개 센터(암종별센터 15개, 통합암센터 10개, 암정보교육센터, 종양임상시험센터)가 암병원에 전부 있다. 서경석 원장은 "암별로 구성된 센터에는 관련 의료진이 모여 있어 진료부터 치료 후 관리까지 책임질 수 있다"며 "진료과 간 적극적인 협진을 통해 보다 빠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대암병원은 1분 1초가 급한 중증환자를 위주로 치료하는 '4차 병원'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비교적 증상이 가볍거나 안정기에 접어든 암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보낸다. 서경석 원장은 "경증 환자를 지역 의료기관으로 회송하는 '회송 활성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필요한 과정을 줄이고 입원, 환자 대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래 중심·단기 입원' 시스템을 운영한다. 김동완 교수는 "12시간 이내로 끝나는 시술이 필요한 사람은 '주사치료실'과 '항암낮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당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폐암처럼 정밀검사가 필요한 중증 환자는 즉시 단기병동에 입원시킨다. CT, 조직검사 결과를 입원 당일 확인해 24시간 안에 치료 계획을 세운다.

◇환자 삶의 질 위해 '후 관리' 집중

의료기술 발전으로 암 환자 수명이 늘면서 얼마나 '잘 사는지'가 '생존'만큼 중요해졌다. 치료 후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서경석 원장은 "암 환자는 재발위험이 2~3배 높고, 심뇌혈관질환, 당뇨병 등의 위험도도 크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대암병원은 2차검사·생활습관 개선을 책임지는 '암건강증진센터', 암 환자의 통증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암통합케어센터'를 개설했다. 또 암종별·단계별 정보를 알려주는 '암정보교육센터'도 있어 언제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서경석 원장은 "암은 적극적인 치료와 올바른 관리가 있으면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다"며 "정확한 진단과 최적의 치료법을 통하면 암을 정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