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넘은 여성은 임신 전 체중 관리, 운동, 만성질환 체크하세요”

입력 2019.10.14 08:00   수정 2019.10.21 15:29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고위험 임신 명의'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이대서울병원 제공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고 임신 연령이 높아지면서 고위험 임신부가 늘고 있다. 고위험 임신부는 각종 임신 합병증 때문에 출산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임신 전 몸 관리를 철저히 해야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관리는 기본이다. 고위험 임신부의 치료·관리 분야에서 손꼽히는 명의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를 만났다.

-임신 연령은 얼마나 높아지고 있나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은 32.8세로, 전년대비 0.2세 상승했다. 출산 여성의 연령을 살펴보면 30대 초반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30대 후반이다. 과거 20대 후반에 출산율이 가장 높았던 것과는 다른 패턴이다. 40대 이상에서 출산하는 여성의 비율도 10%를 넘는 등 고령 임신이 증가하고 있다.

-고령 임신이 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임신 횟수와 상관없이, 의학적으로 임신부가 만 35세가 넘으면 고령 임신으로 정의한다. 만 35세 이상의 여성은 30세 이하의 여성에 비해 자궁 착상률이 절반 이상 떨어지고 유산율도 크게 높아진다. 연구에 따르면 40대 임신부는 20대 임신부보다 자연 유산 가능성이 2~4배 증가하며, 자연 유산의 60%는 난자의 노화에 인한 염색체 이상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2018년 기준 35세 이상 임신부 구성비는 31.8%나 되고, 매년 증가세이다.

-여성은 태어날 때 평생 사용할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 나이가 들수록 난자의 질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맞는 얘기인가요?

그렇다. 여성은 평생 사용할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며, 나이가 들수록 난소에 있는 난자의 수는 감소하고, 난자의 질은 계속 나빠진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한 부부는 임신을 미루지 않는 것이 좋다.

-난자가 노화되면 어떤 변화가 있나

난자의 노화는 자연 유산뿐만 아니라 다운증후군과 같은 염색체 이상에 인한 선천성 기형아 발생 위험도 증가시킨다. 다운증후군의 위험도는 30대 중반부터 증가하여 40대가 지나면 급속히 증가하게 된다. 그래서 고령 임신부는 다운증후군 기형아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과거에는 배에 바늘을 찔러 양수를 채취해 유전자 이상 등을 살피는 ‘침습적’인 검사를 했지만 최근에는 혈액으로 검사가 가능하다. 임신 11~13주에 초음파로 측정하는 태아의 목 뒷덜미 검사와 함께, 혈액검사로 70~85%의 다운증후군 임신을 선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선별검사에 이상이 보이거나 산모의 나이가 40세 이상인 경우에는 다운증후군 확진 검사인 융모막검사나 양수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운증후군은 초음파로도 확인이 되지 않은 기형이기 때문에 이런 검사를 해야 한다.

-일부 고령 임신부는 선천성 기형을 확인하는 양수검사 등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검사는 선택의 문제라고 한다. 다운증후군이나 신경관결손 등의 선천성 기형이 발견돼도 뱃속에서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대비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출산 후 아기의 처치를 위해 큰 병원으로 옮긴다든지 하는 식이다. 가족도 태어날 아기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다.

-고령 임신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합병증 위험이 있나

고령 임신은 젊은 나이의 임신부보다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전치태반이나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출혈, 태아위치 이상, 저체중아출산, 조산 등의 발생 빈도가 높다. 이로 인해 신생아 사망률도 증가하므로 35세 이상 고령 임신부는 임신 전부터 합병증 가능성이 대해 충분히 상담을 받아야 한다. 임신 전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있다고 하면 치료를 잘 해야 한다. 일례로 임신 전 당뇨병 잘 조절되지 않으면 태아에게 심장병이나 신경관 계통에 기형이 발생할 수 있다. 갑상선질환이나 고혈압이 있는 여성도 미리 치료를 해야 한다.

-임신 중독증은 어떤 질환인가

임신 기간 중 혈압 상승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 증상을 말한다. 고령 임신부는 젊은 임신부의 경우보다 2배에서 4배까지 고혈압 발생 가능성이 증대한다.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심혈관 질환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임신중독증은 고혈압과 더불어 소변에서 단백 성분이 나오거나 혈소판 감소, 간기능 저하, 신기능 악화, 폐부종, 두통, 흐린 시야 등의 증상이 생긴다. 심하면 임신 중에 경련이나 발작이 나타나며, 태반과 태아로의 혈류 공급에 장애가 발생해 태아가 사망하기도 한다.

임신부
고령 임신부가 늘고 있지만 건강 관리를 잘하면 임신과 출산에 큰 문제가 없다./헬스조선 DB

-임신성 당뇨병은 어떤 질환인가

고령 임신부는 임신성 당뇨의 위험도 커지는데, 임신 중 혈당 조절이 안 되면 태아의 심장기형, 자궁 내 태아 사망, 거대아 출산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또한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인은 임신성 당뇨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모든 임신부에서 임신 24~28주에 당부하 검사를 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전문가와 의논하여 조기진단을 위한 적절한 당부하 검사를 하고 필요에 따라 식이요법, 운동요법 및 인슐린 투여 등의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고령임신부는 임신 중 출혈 빈도가 높다는데...

고령 임신부에서는 태반조기박리 및 전치태반으로 인한 산모출혈의 빈도가 증가한다. 태반조기박리란 태반이 자궁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인데, 산모와 태아에게 치명적이다. 고령 임신부의 태반조기박리 발생 빈도는 3.7% 정도로 정상 임신부의 0.4%에 비해 약 9배나 높다. 태반조기박리는 명확한 원인과 증상이 없어서 심한 복통과 과도한 질 출혈이 생기면 빨리 병원을 찾아 처치를 받아야 한다. 전치태반도 태반조기박리와 마찬가지로 질 출혈이 있지만, 복통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임신 중 출혈은 어떤 질병이든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쌍둥이 임신, 조산 확률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 여성의 나이가 증가할수록 난임이 증가해 시험관아기 등 보조생식술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쌍둥이(다태아) 임신 확률이 높다. 다태아 임신을 하면 조산 위험도 높아진다.

-고령 임신부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고령 임신부는 임신 중 위험성이 일반 산모보다 높아서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임신 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임신을 준비 중이라면 산부인과병원에서 산전 진찰을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알고 전문의와 함께 임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의 만성질환이 있다면 임신 전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하며,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자신에게 맞는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우자도 병원을 함께 방문해 전문의와 상담을 받고 필요한 지식을 갖추도록 한다. 대개의 경우 여성이 고령이면 배우자도 고령이기 때문에 임신 준비를 여성에게만 맡기지 말고 남성도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난임 관련 검사에도 적극적으로 임해 임신을 함께 준비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만혼 등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고령임신이 불가피한 사람이 많은데. 고령 임신을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고령 임신이 합병증 등 위험 요소가 있긴 하지만 개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다르다. 늦은 나이라고 걱정만하기 보다 건강 관리를 잘 한다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 정기검진, 체중관리, 운동을 통해서 임신 전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 결혼, 출산을 미뤄야 되는 상황이라면 난자 냉동 보관도 하나의 방법이다.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 할 수 있다. 혈액 검사를 통해 난소의 기능을 체크한 뒤 빠른 노화가 예상되면 난자 냉동 보관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저출산 시대에 고령 임신부를 격려하는 정책 등이 필요할 것 같다.

저출산을 극복할 여러 방법 중 결혼한 부부의 임신과 출산을 독려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를 위해 육아 문제에 도움을 주는 정책이 필요할 것 같다. 임신을 미루는 상당수의 이유가 아기 키우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안심하고 아기를 맡기고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지기를 바란다.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이대서울병원 제공

박미혜 교수는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2년부터 이화의대 산부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령 임신, 임신성 당뇨병·전치태반 등의 임신 합병증, 선천성 기형 등 고위험 임신이 전문분야이다.

고령 임신이 사회적으로 확대되면서 산전 검사 등을 통해 태아의 상태를 체크하는 ‘모체태아의학’의 중요성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박 교수는 이 분야에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산과 초음파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태아의 폐에 찬 물을 빼고, 태아 갑상선 치료를 위해 양수에 약을 투여하는 등 태아 치료를 활발히 하고 있다. 현재 대한산부인과초음파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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