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위협한다면...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치료 망설이지 마세요.”

입력 2019.03.18 08:15

여성의 상징 ‘자궁’. 자궁은 임신, 출산을 위해 꼭 필요한 장기이지만, 병이 생기면 자궁을 절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여성들이 자궁이 손상되는 것을 두려워 해 검사나 치료를 꺼려한다. 그러나 자궁 질환으로 인해 건강을 위협 받고,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자궁질환 명의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박성호 교수를 만나 자궁 2대 질환 자궁근종과 자궁내막증의 모든 것에 대해 들었다.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박성호 교수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박성호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자궁근종은 얼마나 많나
자궁근종은 가임기 여성의 30~40%가 가지고 있다. 여성 3명 중 1명 꼴로 자궁근종을 갖고 있는 셈이다. 자궁근종이 왜 생기는 지는 아직 모른다. 자궁은 근육으로 이뤄져 있고, 자궁근종은 근육에 생긴 종양이다. 근육 세포 하나가 과도하게 증식을 해서 혹까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가족력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근종 암으로 바뀔 수도 있나?
자궁근종이 악성 종양으로 바뀔 가능성은 0.1%로 매우 드물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자궁근종 때문에 출혈, 빈혈, 복통, 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으로 인해 건강이 위협을 받고 삶의 질이 저하된다면 치료를 해야 한다.

-자궁근종 어떻게 치료를 해야 하나?
자궁에 있는 근종만 떼거나 자궁을 모두 절제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이런 치료는 기본적으로 통증이나 합병증이 있을 때 시행한다. 자궁근종으로 인해 생리양이 늘어나 빈혈까지 생긴 여성들이 많은데, 빈혈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빈혈이 지속되면 결국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부족한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기 위해 심장에 무리하게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한다.

-자궁근종만 떼고 자궁을 살리는 치료를 하는 것이 좋나?
꼭 그렇지 않다.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의 경우는 근종만 떼고 자궁을 살릴 수도 있지만, 근종만 떼면 30%의 환자가 재발을 한다. 가임기 여성이라면 자궁근종만 떼는 수술을 한 뒤 가급적 빨리 임신을 하는 것이 좋다. 가족계획이 끝난 여성이라면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하는 것이 더 낫다. 자궁경부암은 여성에게 7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인데,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하면 자궁경부암의 위험도 없어진다.

-자궁을 손상시키는 치료라서 여성들이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여성호르몬은 난소에서 분비되기 때문에 자궁을 들어내도 ‘여성성’에는 큰 변화는 없다. 많은 여성이 자궁을 들어내면 폐경이 되고 여성성을 상실한다고 생각한다. 여성호르몬은 그대로 나오고 눈에 보이는 생리만 안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체력이나 컨디션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잘못된 속설이다. 자궁을 들어내면 성생활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걱정하는 여성도 많다. 역시 근거 없는 얘기다. 성생활 만족도에 차이가 없다는 것은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졌다. 흔히 얘기하는 자궁을 들어내서 생겼다는 이상 증상은 대부분이 심리적인 문제라고 이해하면 된다.

-자궁근종이 있으면 왜 생리통이 생기고 생리양이 늘어나나?
근종 위치에 따라 발생하는 증상이 달라진다. 혹이 자궁 바깥으로 자라 있거나 자궁 근육 사이에 있으면 아무 증상이 없다. 문제는 혹이 자궁 내막 가까이 닿아 있는 경우이다. 혹이 자궁 내막 가까이 닿아있는 경우에는 출혈이 많다. 그래서 생리양이 많다. 원래는 근육 사이에 있다가 자라면서 자궁내막 가까이에 닿게 되면서 출혈이 많아지기도 한다. 갑자기 생리양이 늘었다면 자궁근종을 의심해야 한다. 생리 양이 많아지면 문제가 빈혈이 생기는 것이다. 빈혈이 있으면 생명과 직결되는 심장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한다.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박성호 교수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박성호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여성들이 생리양이 많다는 기준을 잘 모른다
정상적인 생리혈은 마치 선지처럼 덩어리로 나오지 않는다. 이런 생리혈이 많이 나온다면 생리양이 많다고 보면 된다.

-최소침습 수술의 장점은?
복강경이나 로봇을 통에 배에 구멍을 뚫어서 수술하는 것을 최소침습 수술이라고 한다. 절개를 크게 하지 않으니 출혈과 감염 위험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근종만 뗄 때는 로봇이 탁월하다. 자궁에서 근종만 떼면 해당 자궁 부위가 약해지기 때문에 5~6층을 촘촘히 꿰매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출산을 하려고 자궁이 강하게 수축을 할 때 자궁이 터지지 않는다. 이렇게 촘촘히 꿰매려면 로봇이 탁월하다. 로봇은 10배 넓은 시야와 로봇 팔이 360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복강경은 수술 기구가 관절 없이 일직선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복강 내 좁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자궁근종이 여러 개 있는 사람은 최소침습 수술을 고집하기 보다 의사가 직접 만지고 절제할 수 있도록 개복수술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자궁내막증은 어떤 병이고, 왜 늘고 있나?
자궁내막은 자궁 안쪽에 자궁근육을 감싸고 있는 조직이다. 자궁내막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과 같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매달 임신을 대비해 두꺼워져 있다가 임신이 되지 않으면 두꺼워졌던 자궁내막이 탈락하여 질을 통해 출혈로 배출된다. 이것이 생리이다. 자궁내막증이란 정상적으로 자궁 내에만 존재하여야 하는 자궁내막이 난소나 나팔관, 골반 내 복막 등 비정상적 위치에 존재하는 상태이다. 자궁내막은 질을 통해 나가야 하는데(생리혈), 역류해 난소, 나팔관, 골반 등에 붙어 염증과 조직 유착을 일으킨다. 생리통과 성교통은 물론 난임까지 초래할 수 있다. 자궁내막증은 서구화된 식생활, 환경호르몬 등의 영향 때문에 증가하고 있다.

-자궁내막증은 여성 난임의 가장 큰 원인인가?
자궁내막이 생리로 나가지 않고 복강 내로 역류하면 처음에는 저절로 흡수된다. 그러나 반복되면 흡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고 염증이 발생하면서 나팔관 등이 유착된다. 나팔관이 유착되면 난소에서 배란이 되도 나팔관 안으로 난자가 들어가지 못해 임신이 어려워진다.

-자궁내막증의 증상은?
생리통이 있는 경우, 특히 초경 이후 생리통이 없다가 생리통이 발생하고 점점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거나 진통제 등을 복용하여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 성교통이 있는 경우,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1년 이상 시행하였는데 임신이 되지 않은 경우라면 자궁내막증의 가능성을 의심하여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자궁내막증의 진단방법과 치료법은 무엇인가?
복강 내 모래알처럼 뿌려져있는 자궁내막 조직은 초음파, CT로 완전히 다 볼 수 없다. 복강경 수술을 통해 뱃 속을 직접 봐야 확진을 할 수 있다. 이를 진단적 복강경 수술이라고 한다. 복강경을 통해 자궁내막 조직이 확인이 되면 바로 조직을 없애는 수술을 한다. 그러나 생리를 하는 한 자궁내막 조직은 계속 역류를 하므로 재발률이 높다. 그래서 수술을 해도 생리를 멈추기 위해 여성호르몬 억제 약물요법을 시행한다. 수술을 하지 않고 약물요법만 시행하기도 한다.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박성호 교수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박성호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박성호 교수

조선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이다. 자궁근종 최초침습수술의 권위자로 자궁근종 수술의 경험이 많다. 고난도 거대자궁근종 수술도 한다. 최근 근종의 총 무게의 합이 9.8kg인 환자를 수술한 사례가 있으며, 이 환자는 수술 후 생리를 하는 등 정상적으로 회복됐다. 출산을 하지 않은 여성의 경우는 가임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한 치료를 한다. 이를 위해 로봇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평소 따뜻한 말투와 자세한 설명으로 여성 환자들을 안심시키고 올바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가임기 여성이 건강하게 임신․출산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많아 가임력보존클리닉을 운영하고 하고 있다.

의료계 뉴스 헬스케어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