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S'로 癌 정체 낱낱이 파악… 암 치료 성적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

입력 2018.08.20 10:30

癌 치료 현장_ 'NGS 검사법 표준화 앞장' 서울아산병원

올 상반기에만 800건 이상 검사, 한국인 위험 유전자 집중해 확인
항암제 종류 많고 사용법도 다양... 최적의 치료 위해 다학제 진료

암의 위치와 크기가 같은 두 환자가 있다. 같은 방법으로 치료해도 결과는 다르다. 한 환자는 예후가 좋은 반면, 다른 환자는 암이 빨리 증식하고 재발·전이가 잦다. 두 환자의 결정적인 차이는 '유전자'다. 어떤 유전자 변이가 암을 유발했는지에 따라 치료 성적은 하늘과 땅 차이다.

최근 암 치료의 트렌드는 이 유전자 변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분석하고 치료에 적용하느냐로 바뀌고 있다. 핵심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이라는 유전자 검사법이다. 환자 맞춤형 치료가 한결 활발해졌다. 의료계에서는 NGS가 암 정복의 마지막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에선 서울아산병원이 이 검사를 기반으로 암 치료를 선도하고 있다.

암 유전자를 분석(NGS)해 시행하는 환자 맞춤형 치료는 수술을 비롯한 항암·방사선 치료 등의 임상데이터가 많을수록 성적이 좋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임상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복강경을 이용해 위암 수술을 하는 모습./서울아산병원 제공
암 유전자를 분석(NGS)해 시행하는 환자 맞춤형 치료는 수술을 비롯한 항암·방사선 치료 등의 임상데이터가 많을수록 성적이 좋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임상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복강경을 이용해 위암 수술을 하는 모습./서울아산병원 제공

◇국내 NGS 검사 절반, 서울아산병원서

정부는 작년 3월 NGS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2개 병원에서 1600여 명이 이 검사를 받았다. 절반가량인 816건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됐다. 올 상반기에는 800여 건이 추가됐다.

압도적으로 많은 NGS를 실시한 배경에는 오랜 준비 기간이 있다. 2011년 미국 하버드의대 다나파버 암센터와 '아산-다나파버 암유전체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이듬해에는 국내 최초로 유전체 맞춤 암 치료센터를 열었다. 이를 통해 국내 NGS 검사법의 표준화를 이끌어냈다.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장세진 교수는 "수만 가지 암 유전자 가운데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건 400여 개에 그치는데, 어떤 유전자를 선별할지는 기관마다 나라마다 다르다"며 "10여 년간 유전자 연구에 집중한 결과 한국인에게 특히 위험한 유전자만 골라 담은 '유전자 패널'을 최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더 복잡해진 암 치료법… 여러 과 모여 전략 수립

NGS가 활발해지면서 암 치료법은 더 복잡해졌다. 특정 유전자 변이에만 효과를 내는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가 많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어떤 유전자 변이인지에 따라 같은 암이라도 다른 항암제를 사용한다. 또, 한 번에 한 가지 항암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를 동시에 쓰는 병용요법도 늘었다.

이로 인해 '다학제 통합진료'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제 아무리 뛰어난 의사라도 혼자서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대장암을 예로 들면, 종양내과·소화기내과·외과·영상의학과·방사선종양학과 등이 머리를 맞대야 더 좋은 전략이 나온다. 실제 서울아산병원 자체 연구에선 중증 대장암 환자 8명 중 1명이 다학제 진료 과정에서 최초 치료 계획이 수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은 2006년 국내 최초로 암 통합진료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 암종별로 27개의 통합진료팀이 운영된다. 지난해만 4000명이 다학제 진료를 받았다. 국내 병원 중 가장 많다. 암병원 류백렬 진료부문장(종양내과)은 "NGS는 수단일 뿐, 결국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은 인간의 몫"이라며 "중증 암 치료를 위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노하우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다 임상데이터, 치료 정확도 더 끌어올린다

NGS로 암 치료 성적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은 '빅데이터'다. 환자 유전자 정보가 많을수록 치료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항암제가 미국·유럽에서 개발되는 상황에서 한국인에게 더 잘 맞는 항암제가 무엇인지 알아내려면 국내 환자 정보가 많아야 한다.

서울아산병원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매년 83만명의 암 환자가 서울아산병원을 찾는다. 8만명이 입원하고, 2만명이 수술을 받는다. 외래 진료든, 입원이든, 수술이든 국내 최대 규모다. 암병원 데이터센터 이종원 교수(유방외과)는 "국내는 물론 단일기관으로는 세계 최다 수준인 임상데이터가 쌓여 있다"며 "지난해 병원 전체 암 데이터를 하나의 서버에 관리하는 암 데이터 센터를 개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