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단지 키가 작을 뿐이에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고 즐거워요”

감동 스토리

3년 전 ‘감동의 운동회’ 주인공 김기국 군의 근황

3년 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 상에서 운동회를 하던 초등학생들의 모습이 화제가 됐다. 작은 키의 한 남학생은 눈물을 보이고 있었고 친구들은 그 남학생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꼴찌도 없고 1등도 없었던 감동의 운동회 주인공 김기국 군은 어느덧 중3이 되었다.

봄꽃 개화 소식이 한창이던 3월 11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용동중학교에서 ‘감동의 운동회’ 주인공 김기국(15) 군을 만났다. 이날 김군은 친누나인 김한나, 김빛나 씨와 함께였다. 김군의 인생에 반환점을 만들어준 감동의 운동회는 연골무형성증을 앓는 김군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달리기를 한 학교 운동회다. 김군은 매번 달리기 시합을 할 때마다, 연골무형성증으로 꼴찌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날 김군의 같은 반 친구들 4명이 꼴찌를 하던 김군 옆으로 와 손을 잡았고 모두가 같이 꼴찌를 했다. 김기국 군은 “친구들이 갑자기 뛰다가 내 옆으로 왔을 땐 정말 놀랐다”며 “그 순간 눈물이 나오면서 친구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연골무형성증이란?
저신장을 일으키는 유전적 장애로서 왜소증의 흔한 원인 질환. 성장판에서 연골이 장골로 바뀌는 과정에 이상이 생겨 뼈의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선천성 질병. 성인의 평균 신장은 120~130cm이다. 발병 빈도는 신생아 2만5000명에 1명이다.

달리기 만년 꼴찌인 김군의 손을 잡아준 친구들

사실 감동의 운동회가 미디어에서 알려질 수 있었던 데는 누나들의 공이 컸다. 매년 열리는 동생의 운동회에 참석했다는 김한나 씨와 김빛나 씨는 그날도 개인 일정 등을 미루고 김군의 운동회에 참석했다. 김한나 씨는 “동생과 나이 차이가 꽤 나다보니, 어려서부터 매일 어디 나갈 때면 데리고 나가 거의 엄마처럼 돌보았다”며 “그날도 운동회에서 열심히 뛰어노는 기국이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국이 친구들이 기국이와 함께 달리기를 하는 걸 보고 사진을 찍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자매는 그 사진 한 장이 그렇게 이슈가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당시 찍은 한 장의 사진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돼 지상파 방송에서는 앞 다퉈 김군과 친구들을 인터뷰했고, 기국이는 용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김군은 “그 운동회가 벌써 3년 전 일인데도 아직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다”며 “방송 전에는 제가 지나가면 뭔가 신기해 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는데 그 후부턴 응원해주고 애정 어린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김군이 장애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방송 전에는 늘 키가 160cm까지만 컸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김군이 그날 이후부턴 ‘지금도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하는 것. 김빛나 씨는 “사실 우리 가족은 기국이가 장애를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냥 단지 키가 작을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안타까워하는 주변의 시선이 더 큰 상처가 됐다”고 말했다.

위축되지 않고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김기국 군은 누구보다도 밝다. 인터뷰가 진행된 날 학교에서 만난 김군의 모습은 친구들과 어울려 장난치는 모습이 여느 중학교 3학년과 다를 게 없었다. 김군은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 가는 게 약간은 두렵고 걱정됐는데 지금은 학교에 가는 게 정말 즐겁다”며 “장애가 있다고 해서 위축되거나 조용히 지내기보단,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가고 활기차게 지내면 친구들도 스스럼없이 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군의 이런 긍정적인 성격은 가족들의 사랑 덕분이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탓에 사랑을 나누는 것도 충분한 것.

하지만 최근 들어 누나들의 걱정거리가 늘었다. 바로 김군의 ‘살’이다. 김한나 씨는 “연골무형성증은 체중이 증가하면 뼈에 더 무리가 간다”며 “건강을 위해서라도 체중을 조절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김군은 싱글벙글이다. 오히려 요즘 바라는 점이나 소원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지금 모든 게 다 충분하다’며 특별히 바라는 점이 없다며 웃었다.

김기국 군과 누나 김빛나(사진 가운데)씨, 김한나씨
김기국 군과 누나 김빛나(사진 가운데)씨, 김한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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