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힐링스토리
1000년의 세월 동안 무수한 사람들이 조개껍데기를 매달고 지팡이를 짚으며 걸어온 길이 있다. 바로 스페인 북서쪽의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la)로 향하는 길이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스페인식 이름은 산티아고)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프랑스 국경지대 생장을 출발하여 험준한 피레네산맥을 넘는 것으로 길은 시작된다. 피레네산맥은 숨겨진 보석 같은 여행길을 가득 품고 있어 유럽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하나로 꼽힌다.
유럽 남서부 프랑스와 스페인을 구분 짓는 웅장한 산군의 모습과 다르게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과 목가적인 풍경의 시골마을, 그리고 따스한 지중해 기후는 꽤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여유와 행복이 공존하는 이곳을 직접 여행한다면 단 몇 걸음만으로도 왜 이토록 많은 찬사를 받는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장밋빛 툴루즈와 천주교의 성지 루르드
여행의 시작점은 툴루즈였다. 파리에서 남쪽으로 681km, 가론강 오른쪽에 위치하며 파리·마르세유·리옹에 다음가는 프랑스 제4의 도시다. 남부의 낭만 도시로 붉은 벽돌과 타일이 돋보여 ‘붉은 도시(La Ville Rose)’라는 별칭이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가 태어난 도시이기도 하다. 중세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건축물, 다양한 컬렉션을 소장한 미술관과 박물관, 산업 지역 등 다양한 볼거리가 도시 곳곳에 산재해 있다.
대서양과 지중해를 연결하는 미디 운하가 지나가는 툴루즈는 남부에서만 들려오는 스페인 악성(樂聖)과 이탈리아의 정취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이곳의 밤 또한 낮에 못지않게 열정으로 가득하다. 거리, 레스토랑, 축제, 학생들로 가득 찬 도시는 젊음으로 물들어 있어 다채로운 분위기를 만끽하기 충분했다.
여행의 첫날은 장시간 비행에 피곤한 몸과 마음을 다스린 뒤, 이튿날 루르드로 향했다. 루르드는 피레네산맥의 북쪽 기슭, 해발 약 400m 지점에 있다. 가브드포강을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1858년 베르나데트라는 14세 소녀가 이곳 마사비엘의 동굴에서 성모 마리아를 18회에 걸쳐 보고 성령의 메시지를 들었다고 전해진 후, 해마다 세계 각지에서 약 300만 명이 찾아오는 유수의 순례지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이틀간 툴루즈와 루르드를 거쳐온 나는 그날 저녁,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피레네 여행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
피레네의 품에 안기다
프랑스와 스페인 영토로 나뉘는 피레네산맥은 총 길이 430km 지중해부터 대서양까지 동서 방향으로 뻗어 있다. 1967년 지정된 피레네국립공원을 포함하여 희귀한 동식물의 천국으로 불리며 다양한 민족이 터전을 이루고 있어, 각 계곡마다 이들의 개성 넘치는 문화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백암온천이나 덕구온천처럼 산중 마을인 바네르 드 뤼숑(Bagnres de Luchon), 오뤼 레 뱅(Aulus les Bains), 엑스 레 테름(Ax les Thermes)은 온천을 통한 치료 장소로 인기가 높다. 그중 엑스 레 테름은 격변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험준한 피레네산맥에서 가장 쉬운 고갯길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해 오랜 세월 이방인들의 유입이 많았다. 고대 로마인들은 이 지역에 쏟아지는 온천수에 이끌려 터전을 잡았고, 중세 시대에는 이단으로 지목된 그리스도교 종파의 중심 거점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의 유적들은 화재로 소실되었고, 현재는 로마시대에 건설된 화려한 목욕탕에서 남긴 흔적들만 찾아볼 수 있다.
피레네에서의 첫날은 유명한 온천마을인 코테레(Cauterets) 위쪽 스페인 호수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후 원시 산림 속의 숲길과 호수가를 천천히 걷는 일정이었다. 오솔길을 따라 피레네산맥 최고봉인 해발 3298m의 비뉴말(Vignemale) 북벽 인근의 아웃렛 산장까지 걷고, 자연의 장엄한 풍광 속에서 점심을 즐긴 뒤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하이킹을 마친 후에는 이번 여행의 베이스캠프이자 아름다운 산중 마을인 루즈 세인트 사우버로 이동하여 여장을 풀었다.
마을의 중심가에 위치한 호텔 바로 건너 언덕에는 중세시대에 건축된 성까지 멋진 산책길이 펼쳐져 있었다. 일몰 뒤에는 달빛과 어우러진 부드러운 조명이 성채를 비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마을을 산책하니 산중 농가에서 재배하고 가꾼 각종 채소와 과일, 꽃들과 치즈, 올리브 등을 판매하는 시장이 펼쳐져 있었다. 정겹고 떠들썩한 분위기를 한껏 즐기며 여행 중 간식으로 먹을 과일과 치즈를 구입했다.
원형 협곡 시르크에서 아란계곡까지
피레네에서의 두 번째 날이 밝았다. 우리는 산중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원형의 협곡(The land of the glacial cirques of UNESCO)을 방문했다. 빙하를 관측할 수 있고 피레네 산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제대로 즐겨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오목한 원형, 즉 커피잔 같은 모양으로 나타나며, 만년설로 덮인 빙하가 경사면 아래 단계의 평탄한 영역까지 넓게 이어져 있다.
이는 지구 상 몇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장엄한 풍광으로서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만년설에 뒤덮인 대자연의 장벽 아래 각종 야생화가 피어난 초원과 빙하 호수를 둘러보는데, 마치 천상의 화원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었다.
다음날의 행선지는 시르크 드 가바르니(Cirque de Gavarnie)였다. 가바르니는 남서 프랑스의 중앙 피레네산맥에 위치한 원형극장 같은 계곡분지로 높이는 상단 약 3000m에 걸쳐 펼쳐져 있어 그 웅장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절로 불러 일으켰다.
주요 관광 포인트 중 하나인 가바르니폭포는 프랑스에서 가장 높은 폭포로 알려져 있다. 가바르니 주차장 입구에서 아주 편안한 길을 한 시간 반 정도 걸으면 도착하게 된다. 회색, 황갈색, 장밋빛의 석회암 벽에는 450m 높이의 그랑 카스카드 폭포를 비롯해 다수의 폭포가 어우러져 있었다. 유네스코 생태자연보존지역인 에스 푸 게트 산장에서 맛보는 시원한 맥주와 로컬 와인은 식사의 맛을 더했다. 일정이 끝난 후엔 온천 도시 엑스 레 테름으로 이동하여 알제레스 온천 스파에서 여독을 털어냈다.
어느덧 여행 6일차였다. 피레네를 지나 스페인에서 가장 고급스럽고 유명한 스키 휴양지인 아란계곡을 방문했다. 험준하고 높은 곳이라 길이라고는 있을 것 같지 않았지만, 산맥을 넘게 되자 또 다른 별천지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장밋빛 툴루즈와 천주교의 성지 루르드
여행의 시작점은 툴루즈였다. 파리에서 남쪽으로 681km, 가론강 오른쪽에 위치하며 파리·마르세유·리옹에 다음가는 프랑스 제4의 도시다. 남부의 낭만 도시로 붉은 벽돌과 타일이 돋보여 ‘붉은 도시(La Ville Rose)’라는 별칭이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가 태어난 도시이기도 하다. 중세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건축물, 다양한 컬렉션을 소장한 미술관과 박물관, 산업 지역 등 다양한 볼거리가 도시 곳곳에 산재해 있다.
대서양과 지중해를 연결하는 미디 운하가 지나가는 툴루즈는 남부에서만 들려오는 스페인 악성(樂聖)과 이탈리아의 정취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이곳의 밤 또한 낮에 못지않게 열정으로 가득하다. 거리, 레스토랑, 축제, 학생들로 가득 찬 도시는 젊음으로 물들어 있어 다채로운 분위기를 만끽하기 충분했다.
여행의 첫날은 장시간 비행에 피곤한 몸과 마음을 다스린 뒤, 이튿날 루르드로 향했다. 루르드는 피레네산맥의 북쪽 기슭, 해발 약 400m 지점에 있다. 가브드포강을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1858년 베르나데트라는 14세 소녀가 이곳 마사비엘의 동굴에서 성모 마리아를 18회에 걸쳐 보고 성령의 메시지를 들었다고 전해진 후, 해마다 세계 각지에서 약 300만 명이 찾아오는 유수의 순례지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이틀간 툴루즈와 루르드를 거쳐온 나는 그날 저녁,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피레네 여행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