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많은 생리량·하혈(下血)…이렇게 대처하세요”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에게 듣는 건강법
부인과질환 명의 ,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문혜성 교수

여성은 평생 400~500번의 생리를 한다. 한 달에 한번 일주일 정도 지속되는 생리는 정상적인 것으로, 일종의 ‘건강 신호’다. 하지만 생리량이 과도하거나 생리 때가 아닌데 피가 보이는 ‘하혈(下血)’이 나타나면 질환 여부를 의심해야 한다. 하혈의 원인은 무엇이고, 병원을 찾아야 할 때는 언제일까.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문혜성 교수 (사진=헬스조선 김지아 기자)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문혜성 교수 (사진=헬스조선 김지아 기자)

정상적인 생리, 비정상적인 생리

하혈의 정의는 무엇이고, 생리와 어떻게 구분합니까?
하혈은 말 그대로 아래로(질을 통한) 출혈이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정확한 의학용어는 부정출혈이에요. 정상적인 생리는 21~35일 간격으로 반복해서 나타나고, 출혈 기간은 7일 정도, 출혈량은 다 합쳐 약 300cc입니다. 하루로 치면 생리대 5개를 푹 적시지 않게 채우는 정도가 평균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러한 생리기간 외에 출혈이 생기는 게 하혈입니다. 생리가 과도하게 오래 지속되며 출혈이 생기는 것도 일종의 하혈로 볼 수 있어요.

하혈도 여러 종류가 있을 텐데요, 병원을 찾아야 할 때는 언제인가요?
생리기간이 아닌데 피가 보이면 우선 병원을 찾는 게 좋습니다. 단, 난자가 난소 밖으로 배출되는 배란기(생리 예정일 약 14일전)에 생기는 약간의 출혈은 정상이에요.

피가 살짝 묻는 정도일 때도 병원을 찾아야 하나요?
생리가 끝나고 하루 이틀 후에 속옷에 피가 약간 묻어나는 것은 자궁에 고여 있던 생리혈이 나중에 빠져나온 것일 수 있어요. 이 정도는 바로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되지만, 반복되면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생리가 끝나고 한참 후, 즉 생리가 완전히 끝난 게 확실한 때인데도 피가 보이면 진단을 받아봐야 해요.

월경과다의 기준도 모호합니다.
20대 초반부터 일종의 자신만의 생리 규칙이 생겨요. 이때부터 꾸준히 10일씩 생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요. 물론 10일 내내 출혈이 과도한건 문제겠지만요. 실제로 문제가 되는 상태인지 진단하려면, 우선 자신의 생리 패턴이 급격하게 변화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어, 꾸준히 생리량이 많았는데 갑자기 확 줄거나, 평소 적었는데 갑자기 늘어나는 거요. 의사도 환자가 처음 왔을 때 하는 기본적인 질문이 ‘원래 생리량보다 많은가 적은가’, ‘원래 생리하던 기간보다 길어졌나, 짧아졌나’예요. 또 단순히 평소 생리량이나 기간만으로 평가하기 힘든 것이, 빠져나와야 할 총 생리량이 생리 시작 첫 하루 이틀에 몰아서 나오고 3일째부터 확 줄 수도 있거든요, 이때는 월경과다 등의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아요.

초반에 생리가 몰려서 나오는 경우는 왜 그런 건가요?
생리는 자궁이 수축하면서 자궁 내막이 떨어져 나오는 것이죠. 그런데 이 수축작용이 초반에 과도하게 나타나는 게 원인이에요. 명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는데, 스트레스를 받거나 너무 피로한 것 등을 이유로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기면서 자궁이 미리 과도하게 수축하는 것으로 추정해요. 호르몬 분비의 변화는 생리기간을 앞당기거나 미루고, 하혈하게 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어요.

 

하혈의 원인은 무엇일까

하혈하는 것도 호르몬 변화와 연관 있다는 말씀인가요?
네. 생리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우선 에스트로겐 분비가 많아지면서 자궁 내막이 생성돼요. 이후엔 에스트로겐이 줄고 프로게스테론 분비가 늘어나는데,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되면서 자궁 내막이 흐물흐물하게 변형되죠. 그리고 프로게스테론 분비가 줄면서 자궁 내막이 떨어져 나갑니다. 이 두 호르몬이 각각 과하거나 부족하게 분비되면 생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요. 가끔 이미 폐경을 했는데 갑자기 하혈한다면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것도 호르몬 변화 과정을 알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폐경 후 하혈과 호르몬 변화와는 어떤 관련이 있나요?
갱년기 여성은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줄죠. 이로 인해 떨어질 자궁 내막 자체가 조금씩밖에 생성이 안 되는 거예요. 프로게스테론 분비도 줄면서 자궁 내막을 떨어뜨리는 기능까지 활성화되지 못하고요. 결과적으로 여성호르몬 분비량이 줄면서 자궁 내막을 충분히 생성시켜 떨어질 상태까지 도달하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다 천천히 두꺼워진 자궁 내막이 한꺼번에 떨어지면서 하혈로 나타나는 거예요. 따라서 폐경했는데 이후 하혈을 한다고 무조건 걱정하진 않아도 돼요. 단, 질환이 원인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병원은 한번 찾아야 합니다.

하혈의 흔한 원인은 무엇인가요?
40대 이하에서 출혈로 병원을 찾으면 자궁근종이 가장 흔해요. 그만큼 흔한 질환이니까요. 근종이 자궁 내막 쪽으로 돌출하면서 내막이 증식하거든요. 혈관 생성도 많아지고요. 그래서 출혈 위험이 커지는 거죠. 50대 이후부터는 호르몬 분비가 불규칙해지면서 자궁내막증식증으로 하혈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궁내막증식증은 자궁 내막이 병적으로 많이 증식하는 질환이에요. 자궁내막암 전단계 질환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한편 출혈이 과도하지 않은 대신 생리통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등 통증이 더 문제면, 자궁내막용종이나 난소에 혹이 생긴 자궁내막증을 의심할 수 있어요.

임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임신 관련 합병증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대표적인 게 자궁외임신과 자연유산이에요. 자궁 외임신은 자궁이 아닌 곳에 임신낭(태아가 살아가는 곳·아기집)이 생기는 거예요. 임신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호르몬 수치가 올라가지만, 정상 임신에 비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자궁외임신이 되더라도 자궁내막에는 탈락막(월경 전 떨어지기 전의 자궁내막 상태) 조직이 형성돼요. 이 탈락막이 떨어지면서 하혈로 나타나는 거죠. 또 임신낭이 정상적인 곳에 생기지 못해 성장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변 혈관이 터지면서 출혈이 생길 수 있어요. 자연유산은 임신낭이 자궁 내에 제대로 착상됐지만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자궁에서 분리되는 건데, 이 과정 중에도 여러 혈관이 터지면서 출혈을 일으킬 위험이 있습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만으로도 하혈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맞아요.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으면 스트레스에 관여하는 인자나 호르몬 분비 양상이 달라지면서 과도한 출혈을 유발하거나, 반대로 생리하지 않는 무월경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성관계 중의 문제로도 하혈이 생길 수 있어요. 성관계 중 질이 상처를 입고 혈관이 터지면서 출혈이 생기거나 자궁 수축으로 인해 자궁 내 병변이 있는 것을 자극해 하혈하는 것이죠.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문혜성 교수 (사진=헬스조선 김지아 기자)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문혜성 교수 (사진=헬스조선 김지아 기자)

하혈 치료와 자궁 건강 지키는 법

하혈이 생겼을 때 치료는 어떻게 합니까?
출혈이 과도한 경우에는 우선 지혈시키는 약과 진통소염제 등으로 증상을 완화해요. 이후에는 원인 질환을 알아내 그에 따른 치료를 합니다.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있을 때는 호르몬약을 쓰기도 해요. 호르몬 조절에 영향을 주는 피임약 등을 써요.

자궁 건강을 위해 권장할 만한 생활습관이 있을까요?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해 호르몬 분비가 불균형해지지 않도록 하고, 이상 증상이 있을 때는 검진을 받아서 빨리 병을 발견하는 게 중요해요. 특정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자궁 건강에 이렇다 할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은 명확히 밝혀진 바 없어요. 음식은 골고루 규칙적으로 먹는 게 중요해요. 단, 기름진 음식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피하지방이 많으면 체내 에스트로겐 분비가 많아져요. 실제로 뚱뚱한 사람은 호르몬 불균형으로 생리가 불규칙하고, 이 때문에 자궁내막증식증 등 다양한 자궁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밖에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질환 관련 정보를 너무 신뢰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특정 질환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해본 후 잘못된 정보를 믿고 오는 분들이 있어요. 결국 의사가 설명해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아요. 대형병원에서는 환자를 문진하는 시간이 넉넉하지 못한 게 현실이에요. 의사가 환자를 볼 때는 중요한 얘기만 골라 말씀드리게 되죠.

잘못 알고 계신 것을 다시 조목조목 설명해 이해시킬 만큼 충분한 시간이 없을 수도 있거든요. 따라서 의사 말을 믿지 않는 환자를 만났을 때 가장 힘들어요. 병원을 찾았을 때는 주치의 얘기를 충분히 귀담아듣고 그 의견에 맞게 치료받기를 권합니다.

 

문혜성 교수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이자 로봇수술센터장.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부인암과 로봇수술 부문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세계 최초로 ‘무흉터 단일 절개 복강경 수술법’을 이용해 복강 내거대 종양을 흉터 없이 수술하는 데 성공했다. 부인과질환 관련 수술은 총 1만여 건, 이 중 로봇수술은 420여 건 시행했다.